신설된 <군위역>을 가다
1. 개인적인 일이 있어 <영주역> 근처 숙소(위즈호텔)에 묵게 되었다. <영주역>은 작년과 재작년 ‘역답사’를 위해 자주 찼던 곳이다. 경북선의 시종점이면서 접근하기 어려운 백두대간 열차의 출발점이기에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영주역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장소와 연결 동선을 다시 정리하였다. 영주역은 여전히 경북 오지 지역과 강원내륙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출발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영주역이 불편한 점은 역과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령 영주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부석사로 가기 위해서는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의 시내버스 터미널로 가야 한다.)
2. <영주역>의 또 다른 변화는 <영천역> 사이의 철도와 역들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도담역>에서 <영천역> 사이의 중앙선 복선 철도사업이 완성되어 KTX가 다니게 됨으로 이동시간도 훨씬 짧아지게 되었다. 중앙선 이용자들에게는 안동 이후 지역에 빠르게 갈 수 있는 혜택을 얻게 된 것이다.(공사 전까지 KTX 열차는 안동역까지만 운행하였다)
3. 하지만 탄생은 또 다른 무언가의 소멸과 함께 이루어졌다. 중앙선 복선철도 사업을 통해 <군위역>이 새로 생겼지만 <탑리역(의성)>, <화본역(군위)>, <신녕역(영천)>이 사라졌다. 비록 수요가 줄었지만 교통이 불편한 경북 지역 마을 사람들의 중요한 이동통로가 제거된 것이다. 사라진 역들은 면중심지와 가까이 있어 이용하기 편리했고 역에서 집까지 부담없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군위역>은 최근 건설되는 역처럼 거주지역과는 동떨어진 한산한 지역에 건설되었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고 빈 벌판만 남은 채 역으로 들어오는 신설도로 표지만 을씨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다. 역 앞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노선표지도 없고 제대로 된 안내표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비록 최근에 만들어졌다지만 개통 이후 한 달 이상 경과했는데 기차 이용객에 대한 편의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4. 앞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할지라도 불편함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대도시 주변 역들은 출근이나 등교와 같이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비록 멀더라도 이용수요가 있겠지만, 군위역 주변 지역에는 이러한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의 생활로 활용하기에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즐거움’과 ‘무형의 편리함’은 이제 정책을 결정할 때 어떤 참고점도 제공하지 못한다. 오로지 효율성과 이윤이라는 경제적 논리가 지배할 뿐이다. 그 지역 사람들의 심리적 정서는 불필요한 요소이며 오히려 무시해야 할 점이다.
5. 영주역으로 돌아올 때 군위역에서 승차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역이 갖는 낭만적 인상을 차치하고라도 새로운 역은 농촌사람들의 오랜 삶의 패턴을 빼앗아갔다. 사라진 역들과 마을을 연결시켰던 과거의 추억과 일상의 기억은 붕괴되어 가는 농촌 지역처럼 강제로 삭제되었다. 최근에 만들어진 역들은 나름 장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군위역>에서는 아직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망을 반전시키는 희망의 가능성이 나타나길 기대할 뿐이다.
첫댓글 - 낡은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이 오는가? 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