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의 새로운 기술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유전자 가위 또는 유전자 교정으로 불리는 유전자편집기술이다. 보건의료·농식품 분야에서 유망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이 기술은 유전자변형기술과 달리 외부에서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고 생물체 자체 복구 시스템을 통해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치료한다. 다른 생물종 간 유전자 교잡이 없으며 최종 산물은 자연변이나 전통육종 산물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기존 유전자변형기술보다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유전자편집 시장이 2018년 36억2000만달러(약 4조860억원)에서 연평균 14.5% 성장해 2023년에는 71억2000만달러(약 8조37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엘, 코르테바 등 거대 종자 기업은 일찌감치 유전자편집기술을 식물 육종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 기술로 인식하고 원천특허를 확보해 신품종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대응은 경제사회적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교정이 이뤄진 작물을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사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현행 유전자변형생물체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등 국제기구에서는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규제 방향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과학계를 중심으로 규제 합리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시민사회계는 유전자편집기술 역시 유전자변형기술이라는 주장을 견지하면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기반 정보통신기술(ICT)이 유전자 교정, 합성생물학 등 생명공학기술과 융합해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꿀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바이오 신기술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가는 사회적 위험을 제거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든 국민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규제해야 한다. 다만 예상되는 위험 정도에 따라 규제 수준을 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오산업의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국내 종자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바이오 신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산업 육성과 국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과학에 기반을 둔 조화로운 규제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