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쉼터에서 3분 거리에는 24시 찜질방이 있습니다.
이 찜질방에 자오쉼터 장애인들이 단골이 되었습니다.
2월엔가? 이집사님이 쉼터에 오셨다가 주봉 집사님과 대화를 나눴나 봅니다.
전에 있던 시설 근처에는 온천이 있어서 2주에 한번씩 온천에 갔었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이집사님은 근처에 찜질방이 있는데 거기 가면 되지 않느냐며
원장님께 말씀 드려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더랍니다.
그 의견은 저에게 전달 되었고 요금이 1인당 6천원이라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1주일에 한번씩 찜질방 나들이를 가기로 정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찜질방 나들이는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친 후 시작됩니다.
거동이 많이 불편한 동근 삼촌만 빼고 나머지 장애인들은 차에 탑니다.
"목간 가자~" 하며 좋아하시는 석봉 삼촌, 재구 삼촌, 그냥 싱글벙글 하시는 주봉 집사,
씻기를 싫어 했던 종욱이는 이제 할머니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래서 주봉 집사님이 인솔자가 됩니다.
지팡이 짚은 두 사람과 비틀거리며 걷는 한 사람이 찜질방 나들이를 갑니다.
저는 화상 상처가 심해서 뜨거운 곳에 가면 피부가 벗겨져 버리기에 함께 가지 못합니다.
카운터에 요금을 지불하고 찜질방 옷과 사물함 열쇠를 받아서 한개씩 나눠 줍니다.
모두 찜질방으로 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쉼터로 돌아 옵니다.
카운터에 전화 번호를 남겨 놓고 끝나면 연락을 달라고 해 놓고 돌아 옵니다.
쉼터에 돌아와 이것 저것 일을 하다보면 전화가 옵니다.
차를 운전하여 태우러 갑니다.
차를 세워 놓고 데리러 갔더니 주봉 집사님이 어눌한 목소리로 뭐라고 합니다.
화가 잔뜩 났습니다.
자세히 들어 보니 재구 삼촌이 찜질을 하고 목욕까지 마친 후 집에 오려고 옷을 입다가
옷에다 X을 쌌다는 겁니다.
재구 삼촌은 그냥 싱글벙글 웃기만 합니다.
냄새가 차에 진동합니다.
확인해 보니 덩어리는 어디론가 빠져 나가고 없습니다.
얼른 쉼터에 와서 재구 삼촌에게 옷을 벗으라 하고 샤워기를 틉니다.
물의 온도를 적당하게 맞춘 후에 다시 목욕을 시켜 줍니다.
나도 한쪽은 목발을 짚은 상태로 씻겨 드리려니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물을 넉넉하게 뿌려 드린 다음 목욕 타월에 비누 거품을 내어 잘 씻겨 드립니다.
엉덩이부터 똥꼬까지 모두 씻겨 줍니다.
"허허 좋다~ 이건 좋은거야~ 재건이가 왜 안오지?"
지적 장애인인 재구 삼촌의 혼잣말입니다.
다시 깨끗하게 씻긴 후 옷을 갈아 입게 합니다.
룸메이트인 석봉 삼촌은 재구 삼촌이 벗어 놓은 옷을 세탁기에 가져다 넣습니다.
자오쉼터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재구 삼촌이 밖을 바라보며 한마디 합니다.
"꽃 폈어 꽃!"
자오쉼터엔 개나리가 한창입니다.
평화로운 봄날입니다.
첫댓글 ㅎㅎㅎ! 꽃이 핀 것이 중요하지 사건이 중요하지 않은 화창한 봄날의재구님의 탁월한 어휘력이 생동감을 줍니다.ㅎㅎ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런데 보호자 없이 장애인들만 보낸다는건 좀 위험하지 않나요? 우리들도 가끔넘어질때도 있는데.... 지난번 처럼 봉사자들과 함께갈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