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1박 2일로 이번엔 아내와 딸아이 이렇게 셋이서 처남이 사는 전북 장수군 산서면에 다녀왔습니다.
한동안 뜸했기도 했고 처남이 장모님을 모시고 살아, 겸사겸사 안부인사도 할 겸, 목요일 오후에 산청집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마침 다음 날이 제헌절이라 아내도 직장을 쉰다더군요.
산청에서 함양 그리고 88고속도로를 거쳐 남원, 임실을 거치니 목적지인 산서면 면소재지가 나왔습니다.
처남이 처음 귀촌한 마을은 면 소재지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었지만, 아이들 학교 문제 등으로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는 빌라 옆에 바로 산서 중고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장모님 그리고 처남 식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잠시 바람을 쐴 요량으로 동네 주위를 둘러보다가 매우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 겁니다.
그 이름은 놀랍게도 우리가 잘 아는 그리고 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안도현 시인이었습니다.
처음엔 혹 안 시인의 고향이 여기인가 생각했지만, 확인 결과 그는 경북 예천 출신으로 원광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후
이 학교에서
다년간 국어 교사로 근무한 걸 알았습니다.
학교 입구에 놓인 그의 시를 읽고 있자니, 그의 성품과 이 지역 제자들 및 지역민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여러 개의 시들이 모두 산서면에 관한 내용이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시 감상에 넋이 나가 있을 때, 저만치서 절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랜만에 왔으니 오늘은 면 소재지에 있는 샤브샤브 식당에서 저녁 식사 겸 술자리를 여는 처남 댁의 목소리였습니다.
이 식당의 주인 부부는 처남이 이곳으로 귀촌하기 전 재직했던 경기도 모 대안학교에서 함께 교사로 근무하던 분들이라고 합니다.
간판을 인근 시골 식당 답지 않게 AI로 제작한 걸 보면 예사롭지 않습니다.
참! 소개하자면 막내 처남은 제가 살던 부산의 모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다녀온 성악가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교수를 해야지 웬 대안학교 교사, 라고 물으실 분이 있겠지만 사실, 그 길은 너무도 어려웠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선뜻 대안학교 음악교사로 간 것이죠.
그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11살이나 어린 처남 댁과 결혼 현재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아이 둘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신혼도 잠시, 학교 측과 갈등이 있고 난 후, 앞서 소개한 샤브샤브집을 연 동료 교사들과 이곳으로 집단으로 귀촌,
유기농 농사 및 초등 및 중고교 방과 후 교사 및 각종 마을 행사 공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화 도중 이번엔 참으로 좋은 일이 있다고 활짝 웃었습니다.
그건 첫째, 이 근방에 정말 마음에 드는 전원주택이 있어 매우 값싸게 매입했다는 사실(현재 산청 전원주택과 비교하여 거의 반 값 정도)과
둘째, 이번 해에 정부가 주도하는 지역 소멸 위기 탈출의 취지인 농어촌 기본 소득에 장수군이 선정되어
올 2월부터 2년 간 각 15만 원을 받는다는 사실(5인 가족이니 월 75만 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당일 샤브샤브 식당 밥 값과 다음 날 송어 횟집 비용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산청에서 먹을 소고기 등을 몽땅 계산해버리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시골에 정말 잘 왔습니다. 이제사 생활도 펴지고 무엇보다 늘 밝게 크는 아이들과 시어머니를 마치 친정 어머니처럼
대하는 착한 아내
그리고 맑은 자연을 바라보며 사는 게 큰 행복입니다." 라고 말이죠.
이튿날 새로 이사할 집을 구경하였습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아름다운 예쁜 마을에 위치한 전원주택입니다.
앞으로 이 집에서 소박하지만 참된 행복을 일구는 처남의 귀촌 생활을 생각하니, 저 또한 초기 귀촌자로서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이제 그날 밤, 식당 앞 카페에 있는 안도현 시인의 시(길 따라)로 마지막을 갈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와 모두 멋집니다
아름다움이 가득 배인 인생 향기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