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짐을 꼼꼼히 싸놨으니
아침엔 5일간 어김없이 똑같은 메뉴의
호텔조식을 먹고 가볍게 나서면 된다.
파란색의 오이스터카드,
5일간 런던을 잘 누비고 다닐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카드다.
친구 부부가 먼저 다녀와 반납하지 못한 것 2장과(고마운 친구가 챙겨줬다)
짠딸이 반납하지 못한 카드 1장으로
셋이서 잘 썼다.
그런데 이 카드는 처음 만들 때 보증금
5파운드를 내고 충전해서 쓰는 것인데
친구부부도, 짠딸도 런던을 떠나는 날
너무 바빠서 반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엔 보증금을 돌려 받을 줄 알았는데
킹스크로스역에서 어렵게 반납장소를 찾아냈지만, 카운터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반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어
기차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이번에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니 15파운드를 또 구하지 못하고
런던을 떠나게 된것이다.
또 런던에 와야만 하는 꽤 중요한 이유가 생긴 건가?
영국에서 기차로 출국한다는 도장이
여권에 팍 찍히는 순간 드디어 영국을 떠나는 구나.
출국장엔 파리의 학생들이
근처의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견학을 했는지
모두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다.
몇명의 교사들이 부드러운 불어로 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분주하다.
불과 6개월전의 나의 모습이라서인지 눈길이 자꾸간다.
제법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를 닮은 학생도 눈에 띈다.
파리를 향해 시속196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다는 안내전광판.
200킬로를 훨씬 넘게 달릴 때가 많다.
궁금했던 해저터널은 길이가 약 50.45킬로미터라는 안내도 있었다.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로 점심은 기차안에서...
내가 식성이 제일 좋은지, 맛난 샌드위치를 고른 건지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먹은 사람은 나뿐인가 하노라.
우리 가이드님은
달리는 기차안에서도
파리에서의 일정 챙기느라 바쁘다.
숙소 주인과의 미팅시간, 공항에서의 우버택시, 세느강 바토무슈 티켓 등
준비할 게 많기도 하겠지.
그래서 항상 이동시엔 큰 가방을 멘다.
각종 바우처가 가득한.
진짜 가이드폼이 난다.
발코니 사진에 홀딱 반해서 예약한 파리 에어비엔비 숙소는
생각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사진은 결코 믿을 게 못돼!
그래도 주방에 네스프레소 커피머쉰과 5일간 마실 수 있는
적당량의 캡슐이 들어있는 건 맘에 든다.
캡슐도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우리 숙소가 에펠탑 근처라서 첫날은 에펠탑 Day다.
하지만 파리는 매일매일이 에펠과 함께인걸.
오늘도 숙소를 나서면 밤늦게 들어올 계획이니
근처의 베이커리에서 바게트(그야말로 빠리바게트네)를 사고
까르푸에서 물, 과일, 우유등을 사 놓고 나가기로 한다.
집을 나서서 조금만 걷다보면 에펠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요기서도 툭, 저기서도 툭툭 튀어나오는 에펠.
그래 파리는 에펠과 함께하는 여행이지.
가는 곳 여기저기 에펠은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데
그렇게 찍고 또 찍어도
에펠만 보이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우리 가이드님
에펠사랑이 깊으시네요.
카메라 속의 그 많은 에펠이를 다 어쩌려는지.
나눠줄 사람이 많은가보다.
에펠탑은 크기와 높이 등이 압도하겠지만
난 에펠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선의 예술품이란 생각이 든다.
유기적으로 맞물려있는,
규칙적이지만 자유분방한 선의 예술품.
에펠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사이요궁을 향해 다리를 건넌다.
최초로 걸어서 건넌 세느강의 다리다
5일간 수도없이 건너다녔던 다리 중의 하나인데
다리 이름은 모르겠다.
이 남자, 아무래도 에펠과 곧 사랑에 빠질 듯.
나보다 에펠에게 주는 눈길이 더 달콤하다.
나처럼 호들갑스레 감정을 잘 표현하진 않지만
멋진 풍광들 앞에서 어찌 흔들리지 않겠는가
가슴에선 요동을 치고 있겠지
근데 남편님,
가끔은 나처럼 소리도 지르고 다이아몬드 스텝도 밟고 그러세요.
사이요궁 관전포인트엔 사람으로 가득하고
저마다 여유있게 에펠이를 즐기고 있다.
나도 저 많은 사람 중에 섞여
여유를 즐긴다.
조금씩조금씩
조명이 진해지기 시작한다.
해가 기우는 만큼씩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파리가 파리다워지는 시간.
오후 9시 정각부터 1시간 간격으로 반짝이는 시간을 5분씩 갖는다.
에펠의 불꽃쇼라고 해야하나?
모두가 황홀한 듯 소리를 지르며 즐긴다.
자~~
이제 세느강의 유람선 타러 가야죠?
세느강변의 낭만을 맘껏 즐겨볼시간.
강 따라 바토무슈 선착장까지 가는 길은
계속 에펠의 포토존이다.
여기서도 한컷,
좀 더 가다가 또 한컷,
그래 에펠은 왜이렇게 이쁜거니.
밤화장을 하니 더 이쁘다.
유람선 선택은, 12년전과 똑같은 '바토무슈' 다
티켓구입을 한국에서 하면 더 싸다는 정보를 입수한 짠딸.
구입후 집에서 택배로 안전하게 받아넣고 왔으니
위풍당당하게 갑시다.
많은 사람들 티켓구매하려고 줄 서 있는 곳을
도도하게 지나쳐 검표원에게 가기만 하면 패스!
검표원들 한국말 실력발휘 맘껏 한다
"안녕하세요?"
화장을 짙게 한 파리 강변의 풍경
아름다운 건물들과 수많은 다리
이틀 후 예정되어있는 오르세미술관이 참 아름답다.
낭만적인 세느강변에 자리한 기차역이었으니
파리에 도착한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낭만으로 시작하고 이별했겠다.
12년전엔 노트르담 사원의 뒷모습을 보고
너무 멋져서 이번에도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렸었다.
하지만 낮에 보는 것 만큼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우연히 직접가서 보게 될 줄은 몰랐지.
10시에 유람선을 탈 때 에펠이는 불꽃쇼를 보여주더니
내릴 때 또 불꽃쇼를 .
어머!
벌써 11시가 되었구나
유람선 탑승시간이 꼭 1시간이야.
오늘 런던에서 9시에 집을 나섰는데
오후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귀가했으니
오늘 초과근무는 몇시간한거지?
내일은 누가 뭐래도 늦잠잘거야!
더 늦은 시간의 불꽃쇼 한번 더!
첫댓글 에펠탑 5시간 본 사람들
에펠탑 앞 다리는 이에나 다리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