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브라 궁전의 추억
2013.09.04
雲崗 복병학 作
여의도에 저녁 약속이 있어 가는데 라디오에서 낯익은 기타 연주곡이 흘러 나온다. 마치 물방울이 구슬처럼 똑똑 떨어지는 듯한 애절한 가락이다. 바로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클래식 곡이다. '최유라.조영남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계명대 하석배교수가 계절에 맞는 노래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소개된 곡이다. 마침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의 분위기와 한강변을 달리는 기분까지 어울려 잠시 스페인의 고궁가를 떠올려 본다.
아람브라 궁전은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이 기독교 세력에 밀려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무너진 이슬람 왕국의 마지막 궁궐이다. 8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했던 이슬람 제국은 15세기 그라나다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기독교를 믿는 작은 왕국들과 함께 공존했고 260년 남짓 존재했던 그라나다 왕국의 수도였던 그라나다市에는 그 화려한 시절의 이슬람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 오늘날까지 도시를 빛내고 있다. 그 중 으뜸이 아람브라 궁전이다. 여기에는 ‘타레가’라는 한 남자 기타 리스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테레가는 자신의 제자였던 ‘콘차부인’이라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그 여인으로부터 끝내 거절을 당하고 만다. 상심한 그는 아픈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에 우연히 이곳 아람브라 궁전을 찾게 되었다.
사랑의 상처를 안고 찾은 아람브라 궁전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붉게 황혼이 지고 있었다. 당시 아람브라 궁전은 완전 폐허가 되어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테레가의 마음 같았을 것이다. 이세상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데 그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허락 받지 못할 때 그 무엇으로 빈 가슴을 메울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궁전의 창 밖을 보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심코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고장난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과 일치된 그 상심을 가단조의 우수(憂愁)로 시작되는 곡을 즉석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곡이 바로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명곡이고, 이 주인공이 프란세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다. 그는 근대 기타연주법의 창시자로 일컬어질 만큼 뛰어난 음악가이고, 기타 연주자였다. 전 곡을 걸쳐 마치 은구슬을 뿌리듯 관통하고 있는 트레몰로(Tremolo)의 멜로디와 강약을 교차하는 3박자의 저음 알페지오 가락이 인상적이다. 이 곡은 단조에서 장조로 바꿈으로써 아픔을 딛고 생의 전환을 모색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가히 타레가 라는 천재만이 빚어낼 수 있었던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원래 '아람브라 풍으로(Ala Alhambra)’라고 이름 짓고 '기도(Invocation)'라는 부제를 덧붙혀 놓았는데, 출판사에서 ‘아람브라궁전의 추억’이라고 명명하였다 한다. 이 기타 연주곡과 작곡가인 타레가의 사랑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아람브라 궁전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고 스페인 정부에서는 이 궁전을 재정비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가을 마음의 카타르시스가 되어줄 이 곡을 한 번 들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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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5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그라나다市의 아람브라 궁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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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브라 궁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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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브라 궁전 내의 수로와 분수대
첫댓글 그래! 우리 세대는 많이 들은 곡이지. 친구의 글을 읽으니 멜로디가 머리속에서 구른다.
정말 애절한 기타소리가 친구의 배경음악을 들으니 더욱 정겨웁네///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