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23 단 하루 만에...

단 하루 만에... 예전에 아니 지난 해만도 그랬다. 서서히 바뀌는 계절에 따라 몸 마음도 생활도 적응했다. 추위나 더위에 주눅들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계절 옷은 하나씩 정리해 넣고 다가오는 계절 옷을 하나씩 꺼내 입을 준비를 했다. 이부자리도 그렇고 가습기 제습기 선풍기 냉방기도 마찬가지였다.  올 여름 같은 날씨가 이 달 말까지는 계속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오는 계절  가을에 대한 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계절도 인간사 닮아가는가 보다. 사람 마음처럼 알 수 없는 날씨가 되어버렸다. 며칠 전 폭우가 내리던 날, 비바람이 거세게 치더만 기온이 대폭 떨어졌다. 창문도 닫고 선풍기도 냉방기도 껐는데 새벽엔 추위를 느꼈다. 그렇게 하루 밤새 가을이 온거다. 단칼에 무 자르듯이 계절이 바뀌었다. 단 하루 만에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 뛰었다. 이제 얇은 이불이 서늘하고, 소매 긴 옷도 덥지 않다. 찬물 샤워가 버겁다. 사람이 이렇게 변덕스럽다. 이제 가을이다. 곧 바뀔 주변 풍경도 여유롭고 평화롭지 않을까. 우리가 폭염으로 고생한만큼 자연도 그러하겠지. 여름에 땀 흘린만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한다 했으니 자연 또한 그만큼 아름다우리라 믿는다. 어느 후배님의 안부 문자에 '질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이 가져야 할 능력 중의 하나라고 했다. '질 수 있는 능력 !' 그렇다. 우리는 이 벼락같이 바뀌는 계절에 져야한다. 진다는 것은 곧 적응한다는 것이 아닐까. 올 여름은 참으로 길었다. 기상청에서 계절을 다시 나눈다는 기사를 읽었다. 공평하게 3개월씩 배분하던 걸 봄 가을을 한 달씩 줄이고 여름을 두 달 늘려 다섯 달로 한단다. 그 기사대로 한다면 5,6,7,8,9월이 여름이다. 현실적으로 맞는 것 같다. 이 추세라면 얼마 가지 않아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져야지. 우리에겐 질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적응해야지. 우린 잘 적응하면서 평생을 살아왔잖아. 가을 날씨로 변한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들판은 완전 가을이다.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산야는 곧 단풍이 들겠다. 우리는 곧 가을 속으로 걸어들어갈 거다. 가을이 눈깜짝할 사이에 왔듯이 바로 추워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말이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도 좋고, 올 가을에 보지 못하면 오래오래 볼 수 없을지 모르는 것들을 만나러 가자.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맑은 가을 하늘처럼 늘 淸安하시게. 2024.9.23.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삼천포서 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