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고대조찬기도회 참가 후기
오늘
2019년 7월 9일 아침 7시, 고려대학교 교우목회자회(고목회)에서 주관하는 고려대학교 조찬기도회에 참가했다. 선배의 강권으로 ‘한국교회를 위한 기도’ 순서를 맡아달라고 해서 다녀왔다. 이 모임에 참가하고 난 소감을 간단히 기록한다.
이 기도회에 모인 수는 약 30명 내외다. 연령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정도의 장년들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목사와 장로, 그리고 평신도와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월 첫 주일을 지난 후 화요일 아침 7시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나는 가장 어린(?)
사람으로 보였다.
이 모임을 통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쉽지 않은’ 과제를 보았다:
1. 교회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할 때 과연 무엇을 기도해야 할까?
2. 현 정부를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장차 한반도의 공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세대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3. 어떻게 신앙을 생활화 할 것인가?
1. 교회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할 때 과연 무엇을 기도해야 할까?
나는 성동구 교구협의회 주관으로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연합예배에 참가하고 있다. 거기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순서를 맡아 기도문을 작성한 적이 있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2018년도 성탄절연합예배 특별기도문
http://cafe.daum.net/Wellspring/VVAH/38
2019년도 부활절연합예배 특별기도문
http://cafe.daum.net/Wellspring/VYWs/22
기도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간절한 바람을 아뢰는 것이다. 사람의 바람은 그 사람의 가치관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각 사람이 드리는 기도는 사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그 사람 자신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기도 속에는 세계관과 철학, 그리고 가치관과 종교관이 듬뿍 배어 있다. 기도의 내용과 언어, 그리고 기도자의 태도 등 모든 것이 기도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나라와 민족, 교회를 위한 기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한국교회를 위한 기도를 준비하면서 이 기도회에 참여하신 분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기도회에서 기도자는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를 드리되 참가자들을 의식하는 가운데 기도를 준비하게 된다. 그러므로 공중기도는 결국 사람들을 고려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나의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2019년 제61회 고려대학교 조찬기도회: 교회를 위한 기도
http://cafe.daum.net/Wellspring/VVAH/48
우리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를 드릴 때, 어떤 사람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는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신앙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가 이 두 가지는 우리의 기도를 꼴 지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후자가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로서 자신의 생각과 세계관을 늘 점검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점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도는 점점 치우치거나 편견으로 오염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자라면 언제나 우리가 믿는 바의 본질을 깊이 묵상하고 탐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 시대 그리스도의 제자요, 구도자로서 우리가 추구할 보편타당한 목표를 가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의 기도도 성숙해 나갈 것이다.
2. 현 정부를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장차 한반도의 공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세대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오늘 기도회에서는 정부의 좌경화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들었다. 광화문에서 구국기도회를 열겠으니 동참하라는 권면도 들었다. 그리고 그 우려와 노력은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세대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물론 우리 교회에도 어르신들이 있고 동일한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왠지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구꼴통’이네 ‘종북좌파’네 하면서 서로를 혐오하고 멸시만 할 것인가? 그 두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라를 사랑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리스도를 모시고 산다면 그들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한 쪽은 정상이고 한 쪽은 비정상인가? 아니면 단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뿐인가? 나라의 안위를 염려하여 공산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이들도 진보진영의 본심을 알고자 노력해야 하고,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도 과거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세대의 우려 속에 어떤 지혜가 담겨 있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며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사랑하지만 다를 수 있으며 다를지라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배척하고 혐오하고 몰아세우면 우리는 분열되어 공동체는 약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상대방의 생각과 본심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어 보수적인 생각을 가졌어도 나의 부모님이라면 함께 살아야 하지 않는가! 나이가 젊어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기에 위험해 보여도 나의 아들딸이라면 더불어 살고 미래를 함께 꿈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로를 마주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각자에게 있는 정보로 상대방을 굴복시킬 필요는 없다. 다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각자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삼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축복일 것이다. 다양한 생태계가 하나님의 피조세계의 특징이요 생명으로 충만한 동산이 그런 곳이라면 우리의 삶도 지식이 아니라 생명으로 다시금 조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은 나의 생각을 버리라 함도 아니요, 비굴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나의 나 됨을 진지하게 추구하되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여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자는 말이다. 물론 상대방도 그렇게 존중해야 비로소 함께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대하고 싶다. 나는 그런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 하지만 육신적인 생각은 ‘가만히 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나사렛 요셉처럼 주의 성령은 마리아와 더불어 미래를 꿈꾸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하신다. 약혼자가 임신한 말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주의 섭리 가운데 행하라고 하셨다. 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3. 어떻게 신앙을 생활화 할 것인가?
설교자 한상림 목사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희망은 복음과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면서 설동주 목사(과천약수교회)의 쉐마교육을 소개했다. 설목사는 고목회 현 회장이다.
한 목사는 다음과 같이 그 골자를 소개했다:
유대인의 교육은 조기교육, 부모교육, 전통교육(뿌리교육), 그리고 고리교육이란다. 여기서 고리란, 하나님과, 조상과, 민족과, 이웃과, 가족과의 고리를 말하는데, 그 안에서 자신의 책임과 공동체의식을 배우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나로서는 이 설교를 들으면서 ‘신앙의 생활화’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정의하는 바 구원이란, ‘하나님이 처음부터 우리를 위하여 계획하신 참 인간의 삶을 회복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참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살아낼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좋은 씨앗을 골라서 텃밭을 일구고 거기에 씨를 심어 돌보고 물주고 관리하노라면 아름다운 정원이 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올해 여름 옥상에 화초를 기르면서 느낀 소감이다. 나는 새소망교회라는 작은 텃밭이 있으니 이 텃밭을 잘 일구고 가꾸어야겠다. 나 자신이 본질에 충실하면서 나와 가까이 있는 이들과 더불어 바른 정신과 삶을 추구하며 살아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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