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님이 전교조 해직교사들의 글을 모아서 책을 발간하려고 하는데, 해직되지 않은 조합원의 글도 책에 실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나에게 전교조창립시기의 기억을 되살려서 글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어정쩡하게 수락한 다음에 기억을 되살리려고 그 당시 써놓은 일기를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지금 읽어보니 참으로 유치한 내용과 감정 과잉의 내용이 많아서 민망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거와 다른 내용도 있어서 '이렇게 왜곡이 일어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일기는 전교조 창립대회를 치른 이후 조합원을 전원 해임 또는 파면한다는 말이 언론에서 나올 때의 일기입니다.
7월1일(토요일)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노조에 단순 가담한 교사들도 전원 해임 아니면 파면시키겠다는 것이다. 잇따른 방북 사건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보수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틈을 타서 교직원노조를 와해 내지 무력화시키려는 발상이다.
아침에 학생들을 운동장에 내보내서 마침 '교생들이 실습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어서 인사를 시킬려는 모양이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원조회 시간에 (교장은 대전회의에 참석 중이라 자리에 없었다.) 교생대표가 "교육의 한 주체인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치가 없다."고 소감을 말하니 교감은 소리를 질러 말을 못하게 하더니, 이어서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누구누구는 호주머니 조사하고 누구누구는 교실에 들어가서 가방검사를 하라는 것이다. 학생들을 이런 식으로 속여서 소지품 검사를 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한명의 불량아를 찾기 위해 49명의 인격을 무시하고 용의자로 인정한 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선생 학생 상호간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고 학생은 선생을 의심하고 멀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일어나서 "학생들도 인격의 한 주체입니다. 학생들을 속여서 이런 짓을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교감은 못 들은척 "자 모두 나갑시다."하고 말을 하는 것이다. 나도 화가 나서 " 우리 3학년4반에 들어가시는 선생님은 조사하지 마십시오! 3학년4반 하지 마세요!"하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자 교감은 "쌍놈의 새끼야"라고 하면서 말끝마다 욕을 하더니 "네놈이 죽나 내가 죽나 어디 보자."하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나는 우선 밖으로 나와 소지품 검사를 처량히 바라보다가 다시 들어오니 교감은 여전히 "네 놈이 선동을 해! 오냐 잘 걸렸다. 요 새끼."하는 욕과 협박을 했다.
7월3일(월요일)
직원조회 시간에 (마침 또 교장은 출장 중이었다.) 나는 일어나서 "우선 토요일에 언성을 높인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불량제품이 부르는 희망노래'라는 책 중의 '소지품 검사'라는 시를 읽어 학생들이 소지품 검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알렸다. 그런 다음 "욕을 한 교감 선생님의 지나친 행동에 대한 교감 선생님의 해명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감은 나중에 해명하겠다고 하더니 해명이 없었다.
7월5일(수요일)
교장실에 호출되어 교장, 교감과 두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내가 학생들에게 '사랑가'를 가르친 것이 의식화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만 벌리고 한동안 말을 하지못했다. 교감의 노래 가사말 분석은 어이가 없다 못해 기발하기조차 했다. "손트고 저금통을 턴다는 것은 소외계층을 노래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자기가 "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한 번만 더 그렇게 한다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일일이 다 말을했고, 나의 행동은 "학생들"편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왔을 뿐이라고 명확히했다. 또 교장은 '교조'에서 젊은 혈기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는 말을 했다.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았다. 선생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났다. 교직원노조가 어떻게 좌경의식화로 매도되는 지 알 것 같았다. 교장과 교감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나를 의식화 교사로 보고하든지 고발할 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야간자습 감독하는 중 쉬는 시간에 3학년 여학생들 혜련, 유선, 재연, 영실이가 어디서 들었는지 교감이 나를 교육청에 고발했다는 말이 있다면서 걱정을 했다. 나는 "설마 그럴리가 있겠니."라고 말했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선생 그만 두야지 뭐" "선생님이 선생님 그만 두면 우리수업 안할거예요." 학생들 때문에라도 견뎌 나가야 할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