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재즈를 개척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나윤선이 신보 <Voyage> 를 발매하고, 재즈계의 거장 울프 바케니우스와 전국 순회공연에 나섰다.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노래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흑인 창법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색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Voyage’라는 제목처럼 자신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FILM2.0 새로 나온 앨범 <Voyage> 잘 들었다. 재즈계 거물 울프 바케니우스와 함께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나윤선 지난해 덴마크에서 열린 유러피언 재즈 뮤지션들의 프로젝트 공연 때 만나 지난해 10월 두산아트센터 소극장 스페이스 111의 첫 무대에 올랐다. 울프가 “함께 앨범을 내자”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정말 된 거다. 나로서는 큰 영광이다.
FILM2.0 그래서인지 나윤선 퀸텟 때보단 세션의 연주가 돋보이는 느낌이다.나윤선 이번 앨범에선 각각의 악기들이 개성을 갖길 바랐다. 예를 들어 트럼펫 소리가 다른 악기들을 지배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잘 조화가 돼 있다. 다른 악기들도 마찬가지다.
FILM2.0 보컬은 더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한번 해보자라는 심정에서 노래한 것 같다. 설탕이 물에 녹듯 당신이 노래에 녹아든 느낌이다.나윤선 그렇다. 퀸텟 시절엔, 개인적인 욕심에 앞서 그룹을 먼저 생각했다. 편곡할 때도 앙상블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퀸텟 때보다 개인적으로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이 하고 싶었다.
FILM2.0 당신 스스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면에서 이번 앨범 제목이 ‘Voyage’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런 점에서는 여러 가지를 시도한 1집 앨범 <Reflect>의 마인드와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있지 않나?나윤선 맞다. 이번엔 프랑스를 떠나 새롭게 새로운 뮤지션들을 만나 연주해, 첫발을 내딛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 점에선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FILM2.0 대중적이었던 전작 <Memory Lane>에 비해, 이번 앨범은 실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나윤선 대중적으로 다가가고자 <Memory Lane>을 만든 건 아니었다. 한국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곡을 북유럽 연주자들이 연주하면 어떨까, 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그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좀 더 나를 알릴 수 있는 계기는 됐지만 처음 의도는 가능하면 많은 것을 해보자 하는 거였다.
FILM2.0 음악적인 여행, 항해라는 의미에서는 전작이나 이번 작품이나 똑같다는 건가?나윤선 매번 그렇다. 난 음악을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매순간 내가 처한 상황이나 심적인 상태에 따라서 음반을 내는 편이다. 길을 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사건에서 영향받아 작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는 늘 흥미롭다.
FILM2.0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의 ‘The Linden’은 분위기가 독특했다. 곡 자체로 보면 북유럽 색채가 짙은데 한국적 감수성으로 노래를 부르니까 마치 유럽 노래가 한국적으로 변하는 듯했다.나윤선 북유럽 정서가 한국 정서에 잘 맞는다. 작곡자인 라스 데닐슨도 내가 부르니깐 새로운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고 했는데, 사실 그의 곡이 너무 좋다. 좋은 멜로디나 음악은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비틀스의 노래를 갖고 다양한 뮤지션들이 각자 개성을 담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나?
FILM2.0 냇 킹 콜의 ‘Calypso Blues’의 경우, 원곡과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구나 생각했다. 흑인들 보면, 말하는 것 자체가 랩 아닌가. 거기다 곡을 얹으면 소울이 되는 거고. 한국 사람들은 그게 안 되는데 자꾸 흑인 창법으로 부르니까 재즈가 어려운 음악으로 분류되는 거 아닌가? 그런 면에서 차라리 당신처럼 한국적으로 부르는 게 가치 있는 것 같다.나윤선 아이고, 고맙다.(웃음) 최근에는 미국이나 프랑스 재즈의 경계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와중에 재즈라면 꼭 미국 흑인 스타일을 따라 한다는 건 별로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예전에 프랑스에서도 잠깐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타 민족보다 월등히 노래를 잘한다. 다른 학생들이 한국 학생에게 “당장 무대로 가야지 왜 학교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냐?”고 물어볼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들이 시험 볼 때 부르는 곡들은 엇비슷하단 점이다. 평소에 듣는 곡들이 비슷하단 소리지. 기본적으로 재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사람들이 나한테 재즈는 어떻게 하면 쉽게 들을 수 있을까요,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곤 한다. “어려우면 듣지 말라”는 거다.
FILM2.0 그게 정답이네. 전에 다른 기자가 당신은 성격이 매우 쾌활하고 겸손하단 얘길 하던데 만나보니 정말 그렇다. 성격이 원래 밝은 건가, 아니면 프랑스에 살다 보니 그쪽 사람들을 닮은 건가?나윤선 프랑스에도 성격 까칠한 사람들 많다.(웃음) 난 오늘처럼 한두 명과 이야기하는 건 너무 즐거워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부담스럽다. 주로 집에만 있는 편이고, 내성적이다. 사람들 많은 데서 덜덜 떠는 내가 가수라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
FILM2.0 난 더 신기한 게, 나윤선이란 인간이 가진 대단한 자신감이다.나윤선 자신감, 전혀 없는데?(웃음)
FILM2.0 없다니? 일반 기업에 다니다가 갑자기 뮤지컬 오디션을 봐서 주연 배우가 됐고, 그 바닥에서 성공할 만하니까 그걸 뿌리치고 프랑스로 훌쩍 유학을 떠나는 당돌한 일을 벌였는데도? 이런 게 다 자신감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그 원천이 뭔지 궁금했다.나윤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음악을 하러 간 것도 굉장히 무지해서 시작하게 된 거다. 내가 재즈를 알았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지도 모른다.
FILM2.0 시쳇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란 소린가?나윤선 그래, 맞다.(웃음) 처음에 대학교 나와선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 다녔다. 근데 왠지 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뭔가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어느 날 친구가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오디션을 보라고 했다.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또 놀면 뭐해? 이거라도 한번 해봐!”라고 하기에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했다. 그 이후로 뮤지컬을 두 편 정도 더 해봤는데, 이것도 내 길이 아닌 것 같더라. 더 잘할 자신도 없었고. 그리고 재즈는, 처음엔 내가 알 게 뭐냐 그게 뭔지.(웃음) 친구에게 그냥 음악 공부를 좀 해볼까봐 그랬더니, “이 나이에 클래식 시작하긴 너무 늦었고 재즈가 대중음악의 원조니까 한번 해보지” 하는 거다. 원래 난 샹송도 좋아하니까 프랑스 가서 재즈나 공부해야지 해서 시작한 거다.
FILM2.0 귀가 얇은 것 같네.나윤선 무지하게 얇은 거지. 내가 처음에 어떤 자신감이나 계획을 가졌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음악적 기대감이 당연히 있을 테고, 따라서 좌절감도 많이 느꼈겠지. 뭘 모르니까 학교도 3~4곳을 한꺼번에 등록해 다녔다. 그런데 나의 무식한 용감함이 그쪽 사람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자신감으로 비춰졌는지도 모르겠다. 퀸텟도 처음부터 만들려고 마음먹었던 게 아닌데, 지나고 보니 그렇게 되어 있더라. 근데 이렇게 말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나도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여행이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건지, 우연히 시작한 게 마치 마법의 양탄자처럼 날 태우고 여기까지 데려온 건지, 아니면 내가 이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잘못 탄 게 오히려 이렇게 온 건지… 그걸 나도 잘 모르겠다.
FILM2.0 꼭 “난 뭐 공부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하다 보니 서울대 법대 가고, 하다 보니 사법고시 합격했다” 같은 느낌인데?(웃음)나윤선 아이고, 그건 말도 안 된다. 유럽은 재즈도 굉장히 다양한 색깔을 담고 있다. 그래서 흑인 가수처럼 절절한 목소리를 못 내니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른 게 예상 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FILM2.0 흑인 창법을 따라 하지 않고 당신만의 보컬을 개발한 것도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 아닌가? ‘난 내 식으로 승부한다’라는.나윤선 그게 사실… 내가 흑인 창법을 할 줄 알아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웃음) 또 많은 사람들이 “네가 성공하려면 엔터테이너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잘 못한다. 주목을 받는 음악을 한 게 아니고, 나 또한 주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FILM2.0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니, 운명적인 건가 보다. 나윤선 전생은 믿지 않지만, 팔자나 운명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 택시를 탔는데 그분이 한 손에 ‘주역’ 같은 걸 보고 있다가 갑자기 날 흘낏 보더니 “스튜어디스인가”하고 물었다. “아닌데요” 그랬더니, 혼잣말로 “많이 돌아다니는데…” 이러는 거다. 또 “목을 많이 쓰지?”라고 묻더라. 그래서 맞다고 대답했다. 그런 거 보면 팔자가 있긴 하나 보다. 1994년에 일본 극단 ‘사계’에 들어갈 뻔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왠지 가기 싫어서 결국 프랑스로 가게 됐다. 그때가 내 인생에 갈림길이었던 셈인지도 모르겠는데 나중에 어떤 점쟁이가 대뜸 나에게 “물 많은 데 가지 마라”라는 소리를 하더라. 물 많은 데가 바로 섬이고 그게 일본 아닌가?(웃음)
FILM2.0 당신 노래를 들으면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나윤선 난 원래 잘 우는 편이고,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한 편이다.
FILM2.0 외부 자극에 아주 민감한 편이라는 건가?나윤선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감성적인 것들에 금방 반응하는 편이다.
FILM2.0 일단 감성의 층, 그러니까 스펙트럼이 넓다는 이야기인지?나윤선 영화를 보거나, 얘기를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뭔가 직관적인 ‘필’이 확 오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끔 나보고 ‘오버’한다고 그러더라.(웃음)
FILM2.0 너무 감성적이기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에바 캐시디의 경우도 흐느적거리다가 어떤 때에는 건조하게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당신의 감성은 일관적으로 촉촉한 것 같다.나윤선 난 순간적인 감정이입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요를 들으면서 “저건 딱 내 얘기네” 할 때가 있을 거다. 마찬가지로 나는 어떤 노래든 부를 때마다 그런 기분이 든다. 예전에 ‘초우’란 노래를 부를 때 엄청 많이 울었다. 가사 중에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에 몸부림칠 때’란 대목이 있다. (약간 울먹이며) 초우 이야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팬들이랑 얘기해보니, 그 노래를 들으면서 전부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 다른 노래도 부르기만 하면 금방 감정이입이 되는 편이다.
FILM2.0 매우 여린 목소리로 표현되고, 가끔씩 가성을 쓰는 창법도 매우 촉촉하다.나윤선 원래 내가 성량이 풍부한 편이 아니다. 내 목소리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래서 곡도 거기에 맞춰 쓴다.
FILM2.0 아까 말했던 자신감도 그렇지만 난 당신의 그 감수성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궁금했다.나윤선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사는 건 무척 외로운 일이다. 난 주로 혼자 생활을 많이 해왔다. 프랑스는 한국처럼 날씨가 좋은 나라가 아니다. 한여름 낮 열두 시에 깜깜한 밤처럼 변할 때도 있고, 갑자기 천둥에 우박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친구가 있다면 “야, 술이나 한 잔 하자”라고 하겠지. 그런데 대부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아마 그런 외로움이 무의식적으로 깔려 감수성의 모태가 되진 않았을까 싶다.
FILM2.0 재즈 음악은 외롭고 힘든 길이다. 특별히 불안함 같은 건 갖고 있지 않나?나윤선 별로, 어떻게 되겠지 뭐. 안 되면 말고. 이렇게 가다 보면 어디쯤 도달하지 않을까 한다.
FILM2.0 돈도 별로 못 벌었다고 하지 않았나?나윤선 앞으로도 잘 벌 거란 생각 안 하고 있다. 아예 마음을 비우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웃음)
FILM2.0 사는 게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나윤선 삶이 흥미진진하다. 앞으로 할 게 엄청나게 많아서 좋다.
FILM2.0 호기심이 너무 많은 건 아닌가?나윤선 호기심이 많은 편은 아니고, 내가 할 것과 안 할 것을 정확히 구분할 뿐이다. 직감에 따라 선택하길 좋아하는데 하고 싶은 게 바로 떠오르고, 그러면 바로 해버린다.
FILM2.0 이번 앨범도 원테이크로 녹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었다. 그것도 당신의 직감을 믿은 건가?나윤선 난 그동안 앨범 작업을 대부분 원테이크로 끝냈다. 재즈는 워낙 즉흥적인 데가 많은 음악이라 열 번 녹음하더라도 첫 번째 레코딩을 쓰는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 한두 번 녹음한 뒤, 그중에 고른다.
FILM2.0 작업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운 건 없나?나윤선 항상 그렇다. 공연도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삶을 되돌릴 수 없지 않나.(웃음) 그냥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대가들에게 많이 배웠다. ‘이 곡은 이래야만 해’ 혹은 ‘녹음할 때도 이건 이렇게 해야 해’ 하는 것들에 대해 유럽 대가들은 나와 생각이 전혀 달랐다. 난 이게 분명히 음정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괜찮다고 한다. 베티 카터의 경우, 모든 음정이 다 떨어져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게 베티 카터임을 증명해준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떻게든 올려서 기준에 맞추려고 할 텐데, 그 사람들은 그냥 불완전한 채로 내버려 둔다. 지난번, 상해에서 공연할 때 연주하다가 틀리기도 했다. 곡이 끝나고 내가 사람들에게 “우리 너무 많이 틀린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어떤 뮤지션이 “완벽한 음악이 있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짜증나겠어?”라고 되묻더라. 드러머 토니 윌리암스도 녹음한 거 들어보면 곡 후반 즈음에 리듬이 두 배 가까이 빨라진다. 재즈의 정신이란 이런 즉흥성에 있고, 완전한 사람보다 약간 단점이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듯 그런 맛에 사람들이 재즈를 좋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FILM2.0 당신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음악 활동할 때가 더 갑갑해서 그런가?나윤선 유럽에서는 음악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 국가에서 지원도 해주고 공연장만 해도 수천 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수나 과외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엔 중소도시에 괜찮은 공연장들도 많이 생겼고, 시간이 지나면 젊은 뮤지션들이 더 많이 나올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한국은, 재즈에 대해서 기준을 세워놓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 일본만 해도 다르다. 여름에 유럽 재즈 페스티벌 할 때면 일본 그룹 하나씩 꼭 들어 있다. 정말 정신없고 시끄러운 음악을 하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독특하게 연주한다. 정말 놀랍단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런 걸 보면 굉장히 속상하다.
FILM2.0 일본은 근대화만 400년 동안 이뤄졌다. 당연한 거 아닌가?나윤선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음악적인 면에선 우리나라가 뒤질 거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속상한 것이다.
FILM2.0 웅산이나 당신의 경우 대표적으로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후배들이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나윤선 시간이 필요하다. 한 3년 동안 열심히 해서 해외에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시간을 오랫동안 투자하지 않으면, 아무 밴드에나 딸려나가는 ‘노래 잘하는 가수’ 정도밖에 안 된다. 메인으로 부각되려면, 정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젊은 보컬리스트들 보면 당장 뜨고 싶어 한다. 내가 1995년 프랑스에 가서 지금 13년이 됐다. 재즈는 천천히 가는 게 가장 지름길임을 알려주고 싶다. 아직도 추앙받고 있는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보면, 정말 한 가지만 열심히 해온 사람들이다.
FILM2.0 그래서 한 우물만 판 ‘노마 윈스턴’을 존경한다고 말한 건가?나윤선 그렇다. 특별히 TV에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앨범을 백만 장 넘게 파는 것도 아니지만 틈틈이 자기 작업을 하고, 젊었을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나 안정적으로 노래하고 있고 뮤지션들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게 노마 윈스턴이다. 뮤지션에게 그 이상의 행복이나 행운이 없다.
FILM2.0 이번 앨범은 다소 난해한 듯한데, 다음 앨범의 경우 <Memory Lane>처럼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나?나윤선 예를 들어 지금 이 카페에 흐르는 ‘Ne Me Quitte Pas’란 곡을 니나 시몬이 불렀을 때, 과연 그녀는 대중적인 측면을 고려해 이 곡을 선택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니나 시몬밖에 없었고, 그녀 역시 그 노래가 매우 좋아서 선택했던 것이다. 대중적으로 한다고 대중적으로 사랑받을까? 우선 나부터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도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FILM2.0 그럼 본인 스스로 아직 만족스러운 곡이 없었다는 소리인가?나윤선 아직까지는 한 곡도 없다. 아무래도 환경이 날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울프 바케니우스 같은 거장도 음악에 대해서는 절대 잘난 체를 하지 않고, 항상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그 사람들 앞에 난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인데, 어떻게 만족스럽겠나?
FILM2.0 올해 일정은?나윤선 우선 울프 바케니우스와 시작한 우리나라 전국 투어를 잘 마치고 싶다. 우린 새 앨범 갖고 공연을 3번 했고, 앞으로 8~9번 정도 더 남았다. 최근에 액트라는 독일의 재즈 레이블과도 계약을 했는데, 내년에 <Voyage> 가 전 세계 38개국에서 발매된다. D.H 호퍼라고 공연을 담당하는 독일 매니지먼트사와 얼마 전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기 편해질 것 같다.
FILM2.0 짐 많이 싸게 생겼다.나윤선 나 짐 정말 잘 싼다. 열심히 싸야지.(웃음)
사진 석지욱프로필
프랑스 CIM 교수 역임 |
Le Concours de La Defense 등 각종 재즈 콩쿠르 입상 |
뮤지컬 <지하철 1호선> <Ocean World> |
앨범 <Reflect> <Light For The People> <Down By Love> <So I Am> <Nah Youn Sun & Refractory> <Memory Lane> <Voyage>구승준 편집장, 이시우 기자
첫댓글 독일 레이블 ACT에서 발매를 앞두고 있는 VOYAGE 앞으로 윤선누나의 세계적인 활동에 정말 커다란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독일도 한번 뜰까부다 ㅋ
내년엔 더 바빠지시겠어요... ^^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시길... 화이팅!! ^o^
초우, 사의 찬미 이 두 곡은 정말 듣는 순간에는 확 -_-; 나쁜 생각을 해버릴 때가 있어요. 윤선님은 생각해보니 곡들마다 그 곡 안에 청자를 가둬버리는 능력을 가지신 것 같아요. 별로 나오고픈 생각이 없게 해버리는 능력! ^^
난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 들던데 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