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5 불날 날씨: 더워서 물을 자꾸 찾는다.
택견-뒷산가기-시와 그림 내보이기 초대장 만들기-점심-청소-헤엄-마침회-6학년 영어-기타 배우기
[나한테는 안줘요.]
택견 시간에 껑충 뛰어 발질 하다 택견 선생 고무신이 담을 넘어 아랫집으로 날라 가서 아이들이 크게 웃는다. 신발 찾으러 내려간 택견 선생이 신발 찾고 뽕나무 오디를 몇 개 따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마음이 고맙다.
택견 마치고 푸른샘 아이들을 불러 의견을 물어본다.
“애들아 어제 최명희 선생님이 보리와 밀 터고 내려오다 산딸기 몇 개를 땄어. 덥긴 한데 뒷산 가서 산딸기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택견을 했으니 뒷산은 내일 가도 되긴 해. 오늘 교실에서 할 공부도 많아서 안 가도 돼. 어떻게 할래?”
“갈래요.”
“산딸기 때문이면 내일 가도 돼.”
“우리 텃밭 감자 물도 줘야죠.” 정우가 한 말에 곁에 있던 최명희 선생이 “와 엄정우”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런데 당연한 건데 선생님이 왜 그러지 하는 표정으로 정우 얼굴이 아주 진지하다.
물통을 찾는데 역시 아이들이 해결책을 찾아낸다. 작은 페트병들이 없어서 물조리개 두 개를 들고 물을 넣어 들고 갈 걱정을 하니 “뒷산 들어가는데 작은 옹달샘 있잖아요.” 그런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푸른샘 아이들 선생보다 낫다.
뒷산 올라가다 게이트볼장 아래 앵두나무를 보니 아직도 앵두가 달려있고 많이 익어서 떨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따로 주인이 없든지 있더라도 딸 생각을 안 하나 보다 생각하고 아이들과 좀 따 먹고 봉지에도 좀 따는데 바로 옆에 산딸기나무에 산딸기가 달려있는 게 아닌가. 다 익어 떨어질 거 같은 산딸기도 좀 따고 올라가는데 땅에서 벌레들 보느라 한참이 걸린다, 남태령 망루에 닿으니 그늘과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갑자기 강산이와 민주랑 지빈이가 우리가 봐 둔 산딸기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선생님 산딸기 누가 다 따고 없어요.” 그런다.
“그럴 수 있어. 여기는 산딸기가 잘 보이는 곳이라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따먹을 만 해.”
그런데 아직 산딸기가 딸 때가 아니라 아주 작고 푸른 잎에 감싸인 상태다. 작은 산이라도 아래와 위가 이렇게 다른가 싶다. 옹달샘에서 물조리개에 물을 채워 한 통은 내가 들고 한 통은 정우랑 강산이가 들고 가다가 숲속 놀이터에 있는 푸른샘 텃밭 반쯤을 남겨두고 물조리개를 떨어뜨려 물이 다 흘러버렸다. 멋쩍어하는 강산이지만 아이들은 물이 산길에 흘러가는데 더 관심이 많다.
“와 골짜기 물 흐르는 것 같네.” 그런다.
푸른샘 텃밭에 가서 물도 주고 감자를 보니 알이 맺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라고 있다. 햇볕도 적고 땅이 알맞지 않은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는 훨씬 더 튼튼해보인다.
조금 쉬고 있는데 산 아래에서 앵두랑 산딸기를 따서 손에 들고 온 아이들이 서로 나눠먹으며 말이 많더니 어째 심상치 않다. 선생이 형들 줄려고 봉지에 넣어둔 앵두와 산딸기가 먹고 싶은 것이다. 불러서 산딸기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누구는 알이 굵고 누구는 알이 찌그러졌다고 한다. 그래서 찌그러진 걸 받은 정우에게 아주 작은 산딸기 몇 개를 줬는데 아이들이 그게 부러운 가 정우에게 뭐라 한다. 아주 작은 것도 똑같이 나눌 때 편안하고 자기가 더 먹고 싶은 마음이 큰 걸 많이 드러내는 아이들이라 서로 거침이 없을 때가 있는데 오늘 딱 그렇다. 잘 넘어갔는가 보다 하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큰 목소리가 나더니 정우가 울음을 터트린다.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인가 물어보는데 아이들 말이 다 다르다.
정우를 불러 더 울도록 진정시킨 다음 무슨 일이고 왜 우는지 들어보았다.
“정우야 이제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줄래?”
“애들이요. 나는 아주 작은 거 산딸기 세 개 먹었는데요. 지빈이가 애들한테 앵두 나눠주면서 먹었다고 나한테는 안줘요.”
“그래서 속상해서 운거니?”
“아니요. 강산이랑 민주랑 지빈이 편을 들면서 나한테 뭐라고 해요.”
“아 세 사람이 뭐라 하고 혼자서 외롭고 정우 마음도 몰라주고 그래서 운거구나.”
“네.”
곁에서 자꾸 말을 하고 싶어 이야기 하던 중간에 말을 건네던 지빈이에게도 말을 들어본다.
“이제 지빈이가 이야기 해볼래?”
“그러니까요. 제가 정우한테도 줄라고 했거든요. 두 개씩 나눠주고 줄라고 하는데 정우가 ‘맞고 줄래 그냥 줄래’ 그래요.”
“아니 그런 말을 했단 말이야?”
“네.”
곁에 있던 정우가 “여기서 안했거든.”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모두 “했거든. 이쪽으로 오면서 저쪽에서 했잖아.” 한다.
“여기서 안했고 저쪽에서 한 거잖아. 그리고 강산이도 했단 말이야.”
다시 감정이 복받쳐 울려는 표정으로 정우가 울먹거린다.
“아 그럼 그런 말을 한 건 맞네. 그치 정우야.”
“네.”
“어찌 됐든 좋은 말이 아니네. 선생님이 기억하기에는 영화에서 깡패들이 쓰는 말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배웠을까? 앞으로는 쓰지 말아야 해. 알았지.”
“선생님 깡패가 뭐예요?”
“깡패는 사람들 패고 돈 뺏고 그러는 못된 사람들이지. 그런 사람들이 쓰는 말은 흉내도 내지 말아야 해. 그건 그렇고 강산이도 그 말을 한 거네. 강산이도 다시는 그런 말 흉내 내지 말아야 해. 어쨌든 이제 서로 이야기 다 한 거 맞니?”
“네.”
“그럼 선생님 이야기 잘 들어봐. 우리 푸른샘도 이제 서로 마음을 잘 알아주는 연습을 해야겠어. 물론 자기 이야기를 뚜렷하게 이야기하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먼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건 어느 때든지 이렇게 뚜렷하게 발표를 해야 돼. 그 다음에는 그 말을 하는 동무 마음을 봤으면 좋겠어. 왜 속상한지, 왜 우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말이야. 무슨 일이 있어 동무가 울거나 상처받는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그런 동무들을 달래주고 들어주는 게 먼저야. 어려운 거지만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먹는 거 갖고 자기만 많이 먹겠다는 사람은 돼지란 거는 너희들도 알지. 서로 잘 나눠먹는 푸른샘이니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께. 오늘 뒷산 아침열기에서 좋은 공부하고 가네. 이제 내려가서 시와 그림 내보이기 초대장 만들자.”
지름길로 내려오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온다. 그러더니 산 밑에 모여 앉아서 한참을 쳐다보고 내려온다.
“뭐 봤어?”
“개미가 이사 가나 한 줄로 길게 가요.”
“개미가 이사 가는 건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먹을 거 나르는 걸 거야. 개미가 이사 가면 비가 오는데 이렇게 해가 쨍쨍 나고 내일도 그런다고 했으니 말이야.”
교실로 돌아와 시와 그림 내보이기 초대장을 만드는데 저마다 맡은 글씨를 잘 쓰고 서로 칭찬하고 금세 예쁜 초대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날마다 섞이며 자란다.
첫댓글 "학교가는 것이 맛있다"고 할 정도로 산에서 열매 따먹는 것을 좋아하는 정우... ^^ 앵두 따 먹으면서 생긴 일로 오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아요. ^^
많은 일을 겪으며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 보입니다. 잘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
저도 산딸기와 앵두 먹고싶네요. 먹거리로 다투고 또 배우는 기특한 푸른샘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