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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살림살이와 불안한 경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세계적 석학 장하준, 더 공정하고 다 함께 잘사는 길을 제시하다!
“자유 시장의 자유에 맡겨 두면 경제가 저절로 발전할까?” “사람들이 가난한 건 게으르기 때문일까?” “기회의 평등만 보장하면 공정한 세상이 만들어질까?” “복지 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혜택을 베푸는 제도일까?” “기업은 과연 주주들의 것일까?” “정부의 개입은 정말로 경제 발전에 불필요할까?” “자유 무역은 정말로 자유로운 무역일까?” “뛰어난 기업가 개인의 역량이 기업과 산업 발전을 좌우할까?” “자동화가 우리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 갈까?” “이제 제조업은 끝났고 서비스업이 대세라는 주장은 옳을까?”
세계적인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다양한 음식으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18가지 재료와 음식으로 가난과 부, 성장과 몰락, 자유와 보호, 공정과 불평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민영화와 국영화, 규제 철폐와 제한, 금융 자유화와 금융 감독, 복지 확대와 복지 축소 등 우리에게 밀접한 경제 현안들을 흥미로우면서도 영양가 만점인 지식과 통찰로 풀어낸다. 경제와 관련한 우리의 고정 관념, 편견, 오해를 깨뜨리고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이 책은 팍팍한 살림살이와 불안한 경제 앞에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어려움을 뚫고 성장해 나갈 힘과 희망을 전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ㆍ 바실리 레온티예프 상 최연소 수상
ㆍ 《프로스펙트》 올해의 사상가 TOP 10
ㆍ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저자
ㆍ 《뉴스테이츠먼》 《가디언》 《선데이타임스》 추천
ㆍ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이후 10년 만의 신작
극보수의 대명사 비스마르크가 복지 국가를 처음 만들었다고?
“핀란드식 호밀 크리스프브레드, 특히 소나무 껍질을 갈아 넣은 (…) 크리스프브레드를 먹으면 마치 약간 쌀쌀한 북구의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든다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호밀은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주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호밀과 관련해 더 중요하지만 덜 알려진 역사적 사건은 이른바 “철과 호밀의 결혼”이다. 통일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호밀 생산자들(지주)과 철 생산자들(신흥 자본가)의 연합을 중재해 중공업을 적극 보호, 육성함으로써 전례 없는 독일의 경제 성장을 일구어 내는 데 성공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모르는 훨씬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바로 비스마르크가 복지 국가의 창시자라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복지 제도가 진보 세력의 산물일 거라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은 극보수의 대명사인 비스마르크가 공공 의료 보험, 산업 재해 보험, 실업 보험을 잇달아 도입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최초의 복지 국가를 확립했다.
또 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복지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혜택을 주는 제도라는 오해다. 그러나 복지 혜택은 전혀 공짜가 아니다.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는 노령, 실업 같은 ‘사회 보장 분담금’에 더해 대부분의 사람이 내는 소득세와 간접세가 복지 제도의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자여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사회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또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반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이 정치적 안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 함께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경제 이야기의 진수성찬!
세계적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장하준 교수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음식과 경제 이야기의 환상적인 컬레버레이션이다. 여기에 음식만이 아니라 역사, 정치, 사회, 과학 등 풍성한 재료를 한껏 버무려 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를 소재 삼아 경제와 관련한 각종 고정 관념과 편견, 오해를 깨뜨리면서 다 함께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과 비전을 제시한다.
예컨대 천혜의 풍부한 자원과 게으름을 동시에 상징하는 코코넛 이야기로는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진짜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 준다. 똑같이 징그러운 곤충인데 새우만은 유독 즐기는 음식 취향을 통해서는 한때 경제적 새우였던 영국,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고래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모든 재료를 잘 융합시키는 오크라 이야기로는 자유 시장, 자유 무역의 “자유”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 알려 주면서 자본주의를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육류인 닭고기 이야기로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해야 함을 깨우쳐 준다.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딸기 농장과 딸기 수확 이야기로는 이민 노동자 문제와 로봇, 인공 지능 등으로 인한 일자리 불안을 불식시키고 희망찬 비전을 제시한다. 밀크 초콜릿 개발 이야기로는 스위스가 비밀 은행이나 관광 산업으로 번영을 누린다는 편견을 깨고 제조업 강국임을 밝히면서 이제는 서비스업이 대세인 경제가 도래했다는 탈산업 사회 담론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앞으로도 산업화와 제조업이 경제 성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거기다 흔한 도토리에서 최고급 햄이 탄생한다는 이야기부터 미국인은 멸치 소스가 들어간 칵테일을 즐기고, 당근은 원래 주황색이 아니었으며, 콘비프 통조림에는 옥수수가 안 들어 있고, 바나나는 원래 노예선과 노예 플랜테이션의 주식이었고, 패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에는 대학살 사건의 어두운 역사가 숨어 있으며, 처음 출시된 초콜릿 바는 밀크 초콜릿이 아니라 다크 초콜릿이었다는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음식, 역사, 경제 상식을 맛난 소스로 곁들여 준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공정하고 더 자유롭고 더 잘사는 길을 알려 주는 진짜 경제 이야기, 희망의 경제학이 더없이 절실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을 “눈이 돌아가게 어려운 전문 용어와 기술적인 논쟁, 복잡한 수학 공식과 통계가 난무하는 학문”에서 “부드럽고, 편안하고, 심장을 녹일 듯” 맛있는 경제 지식으로 요리해 내놓는다. 더불어 경제를 전문가와 권력자가 자기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경제가 아닌, 모든 시민이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 참여하고 운영하고 성과를 누리는 경제로 탈바꿈시킨다. 그래서 입맛에 잘 맞을 뿐 아니라 영양가도 만점인 지식과 통찰로 가득하다. 이 책은 팍팍한 살림살이와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대안과 비전을 선물하는 필수 경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추천사
오언 존스(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전 세계 음식에 대한 재치 만점 이야기로 포장한 대안 경제 아이디어로 가득한 잔칫상
데이비드 필링(《파이낸셜타임스》 에디터)
장하준이 또 한 번 해냈다. 그의 글은 재미날뿐더러 영양가까지 만점이다.
팀 스펙터(킹스칼리지런던 유전역학 교수)
음식, 역사, 경제학의 매력적인 스튜.
브라이언 이노(작곡가, 아티스트)
나를 웃게 만들고, 군침 돌게 하는 동시에 경제학에 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든 유일한 책. 재미나고 심오하면서 입맛까지 돋운다
《커커스리뷰》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면 경제학 원론을 통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식도락을 즐길 멋진 기회 또한 누릴 것이다
《퍼블리셔스위클리》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상식을 버무려 넣고, 인상적인 주제들을 재료 삼아 경제학을 맛깔나게 요리해 낸 유쾌 상쾌 통쾌한 안내서.
《선데이타임스》
장하준은 음식이든 경제학이든 복잡한 아이디어를 쉽게 설명해 주는 진귀한 재능을 타고났다. 그는 단연 빼어난 작가다.
《가디언》
탁월하다. 장하준은 지금까지 20년 동안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이제 그는 레시피로 경제학을 설명하는 이 재미난 책을 통해 그 작업의 정점을 선보인다
《뉴스테이츠먼》
장하준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 책을 쓰는 일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폴 크루그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목차
머리말: 마늘
냄새가 지독한 이 식재료가 지금의 한국을 낳고, 영국인을 공포에 떨게 하고, 이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1부 편견 넘어서기
1장 도토리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스페인 남부의 돼지들과 도토리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 문화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2장 오크라
‘레이디스 핑거스’라고도 부르는 이 채소를 통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시야가 좁고 쉽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깨닫는다
3장 코코넛
이 갈색 열매가 ‘갈색’ 피부를 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가르쳐 준다
2부 생산성 높이기
4장 멸치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기도 했던 이 작은 물고기가 산업화의 홍보 대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5장 새우
이 작은 갑각류가 실은 변장한 곤충임이 밝혀지고 개발도상국들이 우월한 외국 라이벌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6장 국수
국수에 미친 두 나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기업가 정신과 성공하는 기업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재점검한다
7장 당근
한때 당치않은 개념이라고 생각됐던 ‘주황색 당근’ 이야기를 통해 특허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이해한다
3부 전 세계가 더 잘살기
8장 소고기
육류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소고기를 통해 자유 무역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9장 바나나
세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이 과일은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적절히 관리해야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10장 코카콜라
나이 든 로큰롤 밴드와 비슷한 데가 있는 이 음료가 왜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현재의 주류 경제학 이데올로기에 불만을 품게 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4부 함께 살아가기
11장 호밀
북유럽의 대표적 곡물로 꼽히는 호밀 덕분에 우리는 복지 국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게 된다
12장 닭고기
모두가 사랑하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육류는 우리에게 경제적 평등과 공평성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13장 고추
우리를 곧잘 속여 넘기는 사기꾼 같은 이 베리를 통해 돌봄 노동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기초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무시되고 저평가되는지 이해한다.
5부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14장 라임
영국 해군과 브라질의 국민 음료가 힘을 합쳐 기후 변화의 도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5장 향신료
후추, 계피, 육두구, 정향을 통해 현대적 기업이 탄생한 경위와 이런 기업이 자본주의를 크게 성공시켰지만 이제는 자본주의의 목을 조이는 역할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듣는다
16장 딸기
베리가 아니지만 베리라고 부르는 이 열매가 로봇의 발달과 일자리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17장 초콜릿
밀크 초콜릿 바를 통해 스위스 경제 번영의 비밀을 엿보고, 그것이 비밀 은행이나 고급 관광 상품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배운다
맺는말: 경제학을 더 잘 먹는 법
감사의 말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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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머리말: 마늘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1990년대 이전의 영국 음식 문화처럼 되어 버렸다. 한 가지 학문적 전통, 다시 말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메뉴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학파와 마찬가지로 신고전학파 또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심각한 단점도 있다. 신고전학파가 경제학계 전체를 장악하게 된 경위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복잡해서 이 책에서 살펴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원인이 어찌 되었든 간에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았고(일본과 브라질, 그리고 그보다는 조금 정도가 덜하지만 이탈리아와 튀르키예가 소수의 예외에 속한다), 그 영향력이 너무 강해져서 이제는 ‘경제학’과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동의어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경이 되었다. 이런 식의 지적 ‘단일 경작monocropping’은 이 분야의 지적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_〈본문 30쪽〉
우리 모두는 경제학 이론이 세금, 복지 지출, 이자율(금리), 노동 시장 규제 등의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고, 이런 정책은 우리 일자리와 노동 환경, 임금, 주택 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 상환금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 이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생산성 산업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꾀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개발을 가능케 하는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쳐 그 경제 체제의 장기적ㆍ집단적 발전 가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경제학은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경제적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다시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규정 자체를 변화시킨다. _〈본문 32~33쪽〉
나는 우리 모두가 경제학의 원리를 몇 가지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더 중요한 차원, 즉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면 경제학은 보통 시민의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눈이 돌아가게 어려운 전문 용어와 기술적인 논쟁, 복잡한 수학 공식과 통계가 난무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경제학 이론이 난데없이 나타나 우리가 몸담은 세상 전체를 뒤집어엎고 주물럭거리는 것을 “절망 어린 침묵 속에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_〈본문 36쪽〉
1장 도토리
내가 도토리묵을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이 음식을 최고급 요리라고 우길 수는 없다. 도토리묵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서 등산을 한 다음 길가 노점에서 요기를 하거나 저렴한 동네 술집에서 친구를 만나 한잔할 때 곁들이는 음식이다. 사실 도토리를 재료로 해서 만든 최고급 요리를 떠올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도토리를 이베리코 돼지들에게 먹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타 네그라Pata Negra(검은 발굽) 돼지라고도 부르는 이 이베리코 돼지의 다릿살로 만드는 햄이 바로 하몬 이베리코jamo Ibeico다. 최고급 하몬 이베리코는 파타 네그라 돼지를 도축 전 일정 기간 동안 떡갈나무 숲에 방목해서 도토리만 먹도록 한 다음 만들기 때문에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o Ibeico de bellota라고 부른다(베요타는 스페인어로 도토리라는 뜻이다). 도토리 덕분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내는 햄이 탄생한 것이다. _〈본문 45쪽〉
자, 이쯤 되면 이슬람 문화가 본질적으로 개발에 방해가 된다는 고정 관념은 없어졌을 것이다. 배움을 강조하고, 과학적 사고의 전통이 있으며, 사회적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고, 상업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법치와 관용의 전통이 강한 이슬람 문화는 경제 발달에 유리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두바이는 모두 이슬람 문화가 경제 발전과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우리는 무지 때문에, 그리고 어떨 때는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낯선’ 문화에 부정적인 문화적 고정 관념을 적용할 때가 있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어떤 문화의 부정적인 부분만을 골라내서 그 문화권의 나라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문화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놓치는 오류로 이어진다. _〈본문 51~52쪽〉
적절한 경제 정책, 사회 정책을 사용하면 어떤 문화적 맥락에서든 발전을 꾀하고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정확한 시간 개념과 산업 사회의 규율을 갖춘 현대적 산업 노동력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이었다. 두 나라는 그러한 노동력을 구체적인 조치를 통해 만들어 냈다. 시간과 규율을 잘 지키는 습관을 학교 교육을 통해 가르치고, 경제 발전을 통해 ‘국가를 재건’하는 ‘애국 전쟁’을 위해서는 근면한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념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긴 근로 시간과 힘든 노동 조건을 허용하는 노동법을 유지하는 등의 방법이 사용되었다.
유교 문화권의 국가에서 사람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은 공자가 학식을 강조해서가 아니라, 2차 세계대전 후 토지 개혁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통해 계층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교육이 계층 상승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_〈본문 56쪽〉
2장 오크라
수프와 스튜 중간 정도 되는 미국 남부 음식인 검보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재료가 바로 오크라다(미국에서는 흔히 오크라 자체를 검보 또는 곰보gombo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미국 남부 요리 전문 요리책을 보고 처음으로(그리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오크라가 재료로 들어가는 요리인 서코태시succotash 만들기를 시도했다. 완성된 서코태시를 맛본 나는 요즘 젊은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심쿵’을 경험했다. 내 요리 솜씨가 뛰어나서 ‘심쿵’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감동의 원인은 오크라 덕분에 생긴, 뭐랄까 부드럽고 끈끈한 식감이었다. 처음 오크라를 먹었을 때 나를 멈칫하게 했던 그 점착성이 서코태시의 맛을 부드럽고, 편안하고, 심장을 녹일 듯 맛있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 것이다. _〈본문 63~64쪽〉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과 그들의 후손이 아니었으면 유럽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공장과 은행을 운영하고 노동자를 먹여 살릴 금, 은, 목화, 설탕, 쪽빛 염료, 고무 등의 온갖 자원을 값싸게 얻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그들이 없었다면 미국은 현재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은 (무보수) 노동만을 제공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노예는 매우 중요한 자본 동원 수단이었다. 고백하자면 이는 나도 최근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뉴욕타임스》에 기고할 글을 위해 노예 제도가 남긴 유산을 조사한 미국의 사회학자 매슈 데스먼드Matthew Desmond는 이렇게 썼다. “노예가 된 인간들은 주택 담보 대출이 시작되기 몇백 년 전부터 대출의 담보로 사용되었다. … 땅값이 별로 나가지 않던 미국 독립 전 … 대부분의 대출은 인간이라는 자본을 담보로 이루어졌다.” 데스먼드는 거기에 더해 노예 한 명 한 명을 담보로 한 대출들을 한데 묶어 만든 채권 거래도 이루어졌다고 지적한다. _〈본문 66~67쪽〉
그러나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는 매우 좁은 개념의 자유다. 첫째,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경제 영역 내의 자유로, 기업이 가장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을 만들고 팔 수 있는 자유, 노동자가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자유 등에 한정되어 있다. 정치적 자유나 사회적 자유 등의 다른 자유가 경제적 자유와 충돌을 일으키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우선순위에 둔다. (…)
거기에 더해 프리드먼이나 헤리티지 재단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는 좁디좁은 경제적 자유의 개념 중에서도 자산 소유자(지주와 자본가)가 가장 큰 이윤을 내는 방법으로 자신의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다. 자산가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자유(예를 들어 파업), 실직한 노동자들이 새 직장을 구할 때 강력한 복지 국가의 보호를 받아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자유 등-는 잘해야 그냥 무시되고, 많은 경우에 반생산적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면치 못한다. _〈본문 74~75쪽〉
3장 코코넛
코코넛에 대한 내 견해가 완전히 뒤집힌 것은 1990년대 말 멕시코 칸쿤에서 내 생애 최초로 열대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피냐 콜라다pin colada를 처음 맛보면서였다. 파인애플 주스는 항상 좋아했지만, 그 파인애플 주스가 코코넛 밀크와 럼을 만나서 탄생한 음료는 마법처럼 황홀했다. 아마 그 휴가의 절반은 피냐 콜라다를 홀짝거리며, 또 다른 절반은 당시 아장거리던 딸아이를 쫓아 해변과 풀 주변을 돌며 지낸 것 같다._〈본문 80~81쪽〉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그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일 것이라고 흔히들 추정하곤 한다. 그리고 다는 아니지만 가난한 나라 중 많은 수가 열대 지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근로 윤리가 부족한 이유가 열대 지방에는 천혜의 자원이 풍부해서 쉽게 먹고살 수 있어서일 것이라 상상하거나 추측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상의 세계에 등장하는 열대 지방에서는 음식(바나나, 코코넛, 망고 등)이 사방에서 자라고, 춥지 않기 때문에 튼튼한 집을 지을 필요도, 옷을 껴입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고, 그 결과 덜 부지런하게 되었다는 논리다.
이런 이야기-이 주장이 너무나 모욕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적인 자리에서만 거론되곤 한다-에는 코코넛이 주로 등장한다. ‘열대 지방 사람들은 근로 윤리가 약하다’라는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열대 지방에서는 ‘원주민’이 농작물을 적극적으로 키우거나,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야자나무 아래에 누워 코코넛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완전히 틀렸다. _〈본문 84~85쪽〉
이처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한다면 그들의 빈곤이 근면성 부족 때문일 수가 없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이들이 부자 나라 국민보다 인생의 훨씬 더 긴 기간, 훨씬 더 오래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만큼 많이 생산해 내지 못하는 것은 생산성이 그만큼 높지 않아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성이 낮은 것은 교육 수준, 건강 등 노동자 개인의 능력이나 조건과 크게 상관이 없다. 노동력의 질은 전문직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서는 생산성의 차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종에서 가난한 나라 노동자와 부자 나라 노동자의 개인적인 생산성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_〈본문 88~89쪽〉
4장 멸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발효 멸치 소스의 가장 열렬한 팬에게 주는 상은 미국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멸치 소스를 마시는 사람들 아닌가?(웩, 멸치 소스를 마시다니!)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칵테일인 블러디 메리Bloody Mary(비록 헨리 8세의 딸이고 엘리자베스 1세의 이복 언니인 영국 여왕 메리의 이름을 붙인 칵테일이지만)에는 발효 멸치 소스가 들어 있다. 다만 우스터 소스Worcester sauce에 숨어 있을 뿐이다. 영국인도 구운 치즈 토스트(치즈 토스티cheese toastie. ‘15장 향신료’ 참조)에 우스터 소스를 양껏 뿌려 먹는 걸 좋아하니 ‘변장한’ 발효 멸치 소스의 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멸치는 풍부한 맛뿐 아니라 한때 풍부한 부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생선이기도 했다. 이 작은 생선은 19세기 중반 페루가 누린 경제적 번영의 원인이었다. 페루가 멸치를 수출해서 돈을 번 건 아니었다. 당시 페루는 바닷새의 구아노guano(마른 새똥)을 수출해서 국가적 번영을 누렸다. 구아노는 질산염과 인이 풍부하고 냄새가 그다지 역겹지 않아서 인기 높은 비료였을 뿐 아니라 화약의 핵심 재료인 질산칼륨이 들어 있어서 화약 제조에도 사용되었다.
페루의 구아노는 태평양 연안의 섬들에 모여 사는 새들인 가마우지와 부비booby(얼가니새)의 배설물이다. 이 새들의 주된 양식은 생선, 특히 칠레 남쪽에서부터 페루 북쪽을 잇는 남아메리카 서쪽 해안의 영양소 풍부한 훔볼트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멸치들이다. _〈본문 98~100쪽〉
다시 말해 1차 상품의 주요 생산국이라는 위치는 쉽게 빼앗길 수 있다. 1차 상품이란 것 자체가 생산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화학 산업이 페루, 칠레, 과테말라, 인도 등 1차 상품에 주로 의존하던 나라들에 끼친 타격은 베트남이 브라질, 콜롬비아를 비롯한 커피 생산국들에 끼친 타격과 비교할 수 없다. 천연자원을 대체할 인공 물질 제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제 체제는 기존 시장(예를 들어 구아노 시장)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이 경우 화학 비료 시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과 다름없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면 자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아노 퇴적층이나 연지 ‘딱정벌레’ 또는 인디고 식물이 없었던 독일인은 화학적 대체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런 결여를 극복했다. _〈본문 105~106쪽〉
5장 새우
하지만 곤충을 먹는 데 혐오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프론이나 슈림프 또는 바닷가재나 민물가재 등 그들의 친척까지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만 먹는다는 사실은 생각해 보면 묘한 일이다. 곤충을 피하는 것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특정 음식을 기피하는 심리 중에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갑각류와 곤충은 둘 다 촉수와 외골격, 분절된 몸체, 그리고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절지동물이다(독자들이나 나 같은 비전문가는 이들을 벌레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갑각류는 먹고 곤충은 못 먹겠다는 걸까?
곤충의 이름을 바꾸면 더 많은 사람이 먹게 될까? 귀뚜라미는 ‘덤불새우’, 메뚜기는 ‘들가재’로 부르면 어떨까? _〈본문 113쪽〉
한 나라의 생산 능력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는 데는 적어도 20여 년이 걸린다. 이 말은 자유 무역 환경에서는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없다는 뜻이다. 자유 무역 체제에서는 신생 산업 부문의 비효율적인 초보 기업들이 우월하고 규모가 큰 외국 경쟁 업체들에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에서 미성숙한 제조업체들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유치산업론infant industry argument’이라 부른다. 경제 발달과 아동의 성장 발달을 비슷하게 보는 관점에서 나온 용어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노동 시장에서 어른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랄 때까지 그들을 보호한다. 유치산업론에서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의 정부가 자국의 신생 산업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길러 우월한 외국 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을 보호하고 양성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자유 무역의 본고장이라는 현재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경제 발전 초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보호주의 국가였다. _〈본문 118~119쪽〉
6장 국수
오르조/리조니는 작은 낱알 모양인데(글자 그대로 보리나 쌀을 의미한다) 뜨겁고 맑은 수프에 넣어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 음식이 내 앞에 놓인 순간 나는 밥을 국에 말아서 준 것인 줄 알았다. 한국에서도 흔히 뜨거운 국(맑은 국이든 아니든)에 밥을 말아 함께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방금 먹은 음식이 ‘국수’(파스타)라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만드는 데 쓰이는 거의 유일한 탄수화물원은 밀 한 가지뿐이다(‘1장 도토리’ 참조). 그러나 모양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2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파스타가 만들어진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줄 모양이나 납작한 끈 모양의 파스타도 있지만 튜브, 고리, 나선/나사, 나비, 사람 귀, 조개, 낱알, 공, 속을 채운 만두, 판 등을 망라한 온갖 모양의 파스타가 있다(나는 아직 먹어 보지 못했지만 마차 바퀴, 올리브 잎, 팽이, 심지어 라디에이터 모양까지 있다고 한다). _〈본문 129~130쪽〉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성공 스토리가 영웅적인 기업가 세계의 몇 안 되는 예외 사례 아닌가 하고 되묻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