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는다. 재계는 이미 코로나19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조직관리 방안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한 글로벌 인사컨설팅 기업 대표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인사조직 관리 모델을 점검해달라는 의뢰가 30% 이상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업이 앞장서 대대적인 내부 점검에 나선 것이다.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채용, 성과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물론 물리적인 사무실 공간까지 철저히 뜯어고치는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태보다 성과
일하는 곳. 일하는 방식 싹 바꿔라
"일하는 방식에서 거대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We're responding to huge changes in ways of working)."
리치 레서 보스턴컨설팅그룹 최고경영자가 최근 던진 이메일 메시지다. 기업인이라면 글로벌 컨설팅 기업 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듯 싶다.
변혁을 강조하는 글로벌 저명인사는 한둘이 아니다. AI플랫폼 서비스 기업 노드 창립자인 파론 파테미 CEO는 '코로나19가 미래의 일을 영원히 바꿀 세 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포브스에 기고했다. 그 세 가지는 사무실 배치, 직원 지원, 소통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리치 레서 CEO가 말한 대로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다. 파테미CEO는 "포스트 팬데믹에는 기업이 최소한 원격과 기존 근무를 병행하는 선택지를 택할 것"이라며 "재능있는 직원을 뽑고 활용하기 위해 기업은 조직관리 정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정치. 사회. 경제 지형을 확 바꿔놨다. 그뿐 아니라 기업 조직문화에 전례없는 영향을 끼쳤다. 핵심 키워드는 언택트(비대면)가 촉발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장기 트렌드로 자리 잡자 이에 걸맞게 인사.조직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SK그룹은 코로나19 위기에 조직관리 시스템을 가장 발 빠르고 파격적으로 바꾼 좋은 사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6월3일 국내 기업사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을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 사적 재택근무를 실시한 데 이어, 전 직원이 본사가 아닌 집 근처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고 ICT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솔루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본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밴 조치다. 또한 완전한 재택근무보다는 거점 오피스를 통해 적절한 온오프 협업의 조화를 추구한 전략이기도 하다.
비대면 시대, 빅데이터로 평가
조직원 역할 명쾌하게 부여해야
기업이 힘줘 변화시키려 하는 조직관리 부문은 성과 측정, 비대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첫째, 성과 측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비대면 근무로 근태관리가 어려워지자 면밀하게 성과를 평가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과평가지표로 알려진 구글 OKR 이 떠오른 게 좋은 예다. 특히 빅데이터 도움으로 성과 측정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혁승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상사가 관찰자로 직접 평가해야 했지만, 비대면 시대에는 비정형 데이커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업무 수행 능력이 드러나게 된다"며 "상사가 주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아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자연스러운 평가와 피드백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미래 인적자원 관리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해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한상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코로나19 이후 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보틱 자동화 과정), 무인화 등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성과에 대한 고민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비대면 리더십은 주목해야 할 키워드다. 비대면 리더는 누가 어떤 업무를 잘하는지 파악해 능숙하게 업무를 배분한다. 조직원을 대택근무 시킬 때는 평소보다 과한 업무 목표를 부과하거나 익숙지 않은 다른 업무를 배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효율적인 비대면 리더가 되려면 조직 내 업무에 대한 세밀한 그림을 그려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