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가 진행하는 시네마 브런치는 영화를 감상하고, 함께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고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시네마 강좌와 관객과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기독교적인 시각이 담긴 성현 목사의 시네마 브런치 6월의 영화는 <업사이드>였는데, “우정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전개되었다. 6월 24일에 진행된 시네마 브런치를 스케치한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영화 <업사이드, The Upside> 줄거리
엄청난 부자인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 역)은 사실 하루 24시간 내내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전신마비환자다. 살아있기는 하지만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린 그는 ‘생활보조원’을 구하는 중 델(케빈 하트 역)을 만나게 된다. 델은 전과자로 한 가정의 가장의 역할을 하고 싶지만 떳떳한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필립의 생활보조원직에 면접을 보게 되고, 거침없고 솔직한 델의 모습에 필립은 그를 채용하게 된다. 일평생 누군가를 돌본 적 없었던 델은 필립의 보조원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전혀 다를 것 같았던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영화 업사이드(The Upside, 2017)는 Philippe Pozzo di Borgo 와 Abdel Sellou 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다. 사실 2011년에 언터처블: 1%의 우정(The Intouchables)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영화 <업사이드>는 닐 버거 감독의 특유의 대중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리메이크 작이다.
건강한 우정은 우리를 집으로 인도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일까? 집을 생각할 때, 우리는 두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안식과 자유로움이다. 이 두 가지는 바로 델과 필립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델과 필립은 사회적 관계로 만났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계약한 공식적인 관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이 건강한 우정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은 서로가 지니고 있는 갈망을 둘의 관계가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었는데, 거처도 없고 자신의 삶이 항상 불안했던 델에게 필립은 사회적인 안정감을 주었다. 반면 필립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자유였다.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는 몸이 자유롭지 않았고, 그렇게 도전적으로 살아왔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델은 필립에게 자유로움을 건넨다.
입만 살아있던 두 사람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만남 때부터 이미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지점을 바로 알았다. 그것은 영화에서도 말했듯이 “입만 살았다”는 점이었다. 돈이 필요한 델은 돈은 필요했지만 일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가 전과자였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일 필요 없어!”라고 말하지만 그는 사실 입만 살았고 모든 몸은 자신 맘껏 일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압박에 고통받고 있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필립은 경제적인 능력도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도 있었으나 얼굴 외에, 입 외에는 어떠한 신체도 자신 맘껏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핫도그 집에서 필립은 멀쩡히 주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원은 델에게 필립이 무엇을 시킬지 물어본다. 그러자 델은 점원에게 “필립에게 직접 물어봐”라고 말한다.]
정신적인 결핍과 신체적인 결핍. 둘은 모두 입만 살아 있는, 입 외에는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 델에게는 생존권이 보장되는 삶이 필요했고 필립에게는 자유와 존엄성이 필요했다. 둘은 서로의 상황 때문에 아무것도 서로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없었고, 서로를 애처롭게 여기지도 않았다. 서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선을 넘는 관계
본격적으로 그 둘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일까? 필립과의 관계 속에세 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은 필립이 지니고 있었던 예술을 접하면서다. 알다시피 예술은 하나의 문화를 대변한다. 델이 필립의 생활보조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날 델은 필립의 방에 크게 틀어져있는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라는 곡을 접하게 된다. 이후에도 델은 필립에 방에 들어갈 때마다 나오는 오페라에 화를 낸다. 델은 필립에게 차라리 소울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의 노래를 들으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립과 함께 방문한 오페라 공연에서 들은 <마술피리>를 시작으로 그는 오페라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또한 델은 필립이 비싼 그림을 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돈은 가치를 매기는 수단일 뿐”이라는 말에 점점 마음을 연다. 후에는 그가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는 점점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다.
필립은 델을 만나서 육체적 감각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항상 정량의 식사에, 소화가 될 때까지 음식을 곱씹어야만 하는 필립은 델을 만나서 처음으로 밤늦게 나가서는 핫도그 14개를 시켜서 먹는다. 물론 그가 다 먹지는 못했지만 그런 시도들이 그가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육체적인 감각에 대한 욕구를 대변한다. 또한 ‘릴리’라는 펜팔친구와의 적극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것도 역시 델이 필립의 육체적 감각을 부추긴 결과다. 항상 가상의 세계에서만 살아야 했던 필립에게 델은 실제 세계에서 살아가는 감각을 불어넣는다. 심지어 필립을 태우고 밖으로 나갈 때도 실용적인 밴 보다는 스포츠카를 선택한다. 마지막엔 필립이 두려워했던 그리고 그리워했던 패러글라이딩까지 시도한다.
둘 사이가 잠깐 멀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필립은 다시 차에서 오페라 <네순 도르마>를 튼다. 델이 지겨워하며 끄려고 하자 소울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이 부른 <네순 도르마>가 나온다. 서로 좋아하던 취향이 완벽하게 섞여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둘은 선을 넘는 관계이자 곧 우정의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이사야 41장 8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종 너 이스라엘아 내가 택한 야곱아 나의 벗 아브라함의 자손아”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벗이라고 부르신다. 진정한 친구의 관계는 선을 넘는다. 즉 위계나 사회적 상황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를 돈독히 한다.
창세기 18장에는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 성을 멸하시기로 작정하신 내용이 나온다. 그때 아브라함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의인과 악인을 함께 멸하려 하십니까?”라고 물으며 하나님께 의인 50명이 있다면 용서하셔야 한다며 하나님과 직접 대면을 하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아브라함이 선을 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시며 그를 나무라지 않으신다. 이미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자신의 벗으로, 선을 넘어서 대화를 나누어도 되는 관계로 여기신 것이다.
요한복음 15장 14절에서 예수님께서도 역시 “너희는 나의 친구라”고 말씀하신다. 신과 인간이라는 간극을 넘어서 우리의 세계 속으로 침투해오시는 하나님 그리고 창조주와 피조물간의 우정의 관계성은 다른 종교와 차별적인 오직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지점이다. 이러한 우정의 관계성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가며
지배, 정복의 관점이 자리잡고 있는 오늘의 세계가운데서 안식과 자유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정을 맺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랄드 휘터는 자신의 저서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엄성을 잃지 않았던 누군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
위의 내용으로 시네마 브런치 강좌가 마무리 되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특강을 진행했던 성현 목사가 사회를 보며 진행했다.
성현: 특강을 들으면서 느끼셨던 점들이나 혹시 궁금했던 부분들을 이야기해주세요. 시네마 브런치 시간은 관객과 함께 엮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관객1: 저는 상담과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이 영화도 역시 그 관점에서 보게 되었어요. 델의 모습을 보면서 델이 정말 최고의 상담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담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선에서 최선을 다하던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습니다.
성현: 중요한 점을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아내의 죽음 때문에 슬프다고 말하는 필립에게 델이 정말 충격적인 말을 하는데요. 바로 “내가 널 도와줄게”라는 대사였죠. 사실 객관적으로 봐도 델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델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슬픔에 빠진 필립에게 삶의 기쁨을 주고자 노력합니다. 어떠한 형편에 처해있든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사실 원작에서는 델 덕분에 필립의 집의 모든 사람들의 관계성이 더욱 다이나믹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객2: 영화를 보면서 나의 친구관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서 무례할 수는 있지만 자유함이 있는 델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의 우정, 저의 관계성을 생각해볼 때 분명히 저는 우정이 깊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우리의 관계가 동등하지 않은 것이 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언제나 무조건 맞춰주면서 살았고, 선을 넘나 들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점에서 델의 모습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관객3: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중요한 부분들을 짚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 참 관계를 맺을 때 내가 이 사람한테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욕망을 앞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러한 관계로 출발했을지라도 서로에게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건강한 관계로 승화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나에게 그렇게 주어진 사람들이 있을까 돌아보니 참 많은 귀한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깊어져간 영화 속의 두 사람을 생각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미움과 배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서로의 약함이 만났지만 서로에게 더욱 힘이 되었던 두 사람의 우정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의 약함이 누군가의 연약함을 더욱 보듬을 수 있는 힘으로 나타나길 희망해본다.
강의_성현 목사(창조의 정원, 필름포럼 대표)
편집_심수빈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