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사학회 '가자지구 폭격 중단, 정부 설득하라' 촉구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한 여성이 가자지구 지지 집회에 참석해 연대를 표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한 대규모 공습을 가해 가자지구 난민촌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3.11.01.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지금까지 1만명 가까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의 지식인들과 시민사회가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내 독일사 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독일사학회가 같은 취지로 ‘이스라엘과 독일의 동료 지식인들에게 고함’ 제목의 입장문을 <시민언론 민들레>에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지금 당장,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폭격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도록, 당신들의 정부를 설득하라”
한국독일사학회는 2001년 창립 이래 유럽의 심장부인 독일의 역사를 한국인의 시각에서 연구하고 토론해왔다. 이런 우리에게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위에 이르렀기에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연구자, 그리고 지구촌의 한 시민으로서 우리의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한다.
중동에 대한 유럽의 식민 통치의 모순, 나치 정권의 반인륜적 범죄 등이 맞물린 착종의 결과로서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도 75년이 흘렀고, 그 이후 이 지역에 평화란 없었다. 억압과 테러가 상호 증폭의 과정을 거쳐 선후를 가늠할 수 없는 정도의 악순환이 되기에 이르렀지만,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로 인해 연일 발생하고 있는 참사는 그 차원을 달리한다.
하마스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을 겨냥한 테러 공격과 납치를 감행한 데 뒤이어, 이를 “이스라엘의 9.11”로 규정한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 지구 230만 명을 봉쇄하고 연일 끝없는 폭격과 지상전을 감행하고 있다. 문명이 어디로 갔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방식으로 폭력이 폭력을 낳는 현 상황을 멈추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먼저, 우리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진정한 이익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이스라엘의 지식인들에게 호소한다. 지구촌에서 가장 박해 받은 디아스포라에서 전선을 베고 누운 국가의 시민이 된 이스라엘인들이 간직해온 공포와 결기를 충분히 이해하며,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슬픔과 분노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임계점을 넘어서는 집단적인 분노가 휘발성일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가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이 단기적인 군사 작전에서 스스로 목표한 바를 이룬다 하더라도, 이는 이스라엘 국가의 승리일 수 없으며, 세계 정의의 승리는 더더군다나 아닐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도 이스라엘인들의 생명도, 모두 존귀한 생명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상태의 평화는 불가능하다. 폭력에 더한 폭력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이 조금도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과거 수십 년의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지금 당장,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폭격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도록, 당신들의 정부를 설득하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손바닥을 빨갛게 칠한 시위자들이 가자지구 내 공습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의회 설득에 나섰다. 2023.11.01. EPA 연합뉴스
“하마스의 무차별 테러에 대해서 만큼이나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도 분노하라”
다음으로, 독일사 연구자인 우리는 또한 독일 지식인들에게도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자 한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비판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데 앞장섰던 독일 지식인들의 용기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고통이 고통과 경쟁하고 희생자가 희생자에 맞서는 극악한 상황이 재연된 지금 우리가 끝내 수호해야 할 단 하나의 원칙은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존엄하며 모든 이의 고통과 죽음은 동등한 도덕적 잣대로 재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홀로코스트가 우리에게 충격을 준 것은 그것이 특정 집단에게 시련과 고통을 주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인류에 대한 도발이었기 때문이다.
유대인도 팔레스타인인도 모두 인류 가족이다. 따라서 네타냐후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독일 지식인들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치우침 없이 공감하라. 팔레스타인인들 전체에게 하마스 테러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말라. 하마스의 무차별 테러에 대해서 만큼이나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도 분노하라.
2023년 10월 31일
한국독일사학회
* 한국독일사학회는 독일사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고 토론, 교류하는 공간이다. 2001년 6월 9일 창립했으며, 현재 약 15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Email: germancl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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