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송 희 제
올해 들어 5월 초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징검다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대체 공휴일로 월요일까지 쉬어 연휴가 길다. 어버이날은 중간으로 수요일에 끼어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장남 네는 두 손자가 한참 놀기를 즐기는 7살과 10살의 어린이다. 그 연휴 날에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나름으로 아들네가 어린이날을 만끽하도록 하였다. 우리 부부는 그동안 벼르던 바닷가 백사장 맨발 걷기 여행을 했다. 그 후 친정아버님의 기일이라 집에 귀가하는데 장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는 안면도에서 해변 맨발 걷기를 이틀하고 집에 가는 중이라 했다. 장남이
"그렇게 두 분께 바닷가 모래 해변 걷기가 좋으시면 이번에 더 편리한 캠핑카를 한 대 더 샀는데 그걸 춘장대 해수욕장 해변 상가에 놓을게요. 아예 고정 주차할 테니 자주 가셔서 그 안에서 주무시며 쉬시고 다음 날도 걸으세요."
하고 말하는 거였다. '와~ 반가워라.' 안 그래도 안면도는 너무 멀어서 70대에 그리 멀리 자주 가기는 좀 힘들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장남의 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튿날 장남 네와 연락하고는 마침 토요일이라 내친김에 나들이 길을 나서기로 했다. 아들은 이번에 새로 산 차를 운전하고, 우리는 기존 승용차를 운전하여 동시에 춘장대로 떠났다. 맏손자와 며느리는 손자의 축구로 인한 다리 통증으로 집에서 쉬기로 하고, 작은 손자만 함께 탔다. 이틀을 우리 부부만 여행하다 장남 부자와 동행하니 더 든든했다. 어느새 내 무릎을 베고 잠든 둘째 손자를 보니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서천은 대전에서 안면도보다 훨씬 가깝다. 또 거기 춘장대 해수욕장에는 마침 조그만 상가 공터를 아들이 몇 년 전에 사놓은 곳이 있기도 하다. 그 공터에는 네모지게 바리케이드로 그물망 울타리만 쳐놓은 상태다.
연휴 휴일이라 넓고 긴 그 야외 솔밭에는 각양각색의 텐트와 차들이 즐비하다. 장남은 제 땅이니 아예 이번 산 캠핑카는 거기에 고정 주차한다. 제 아버지가 큰 차를 운전하기 힘들어하니 아예 대전서 가까운 그곳에 간이 별장처럼 늘 주차해 놓을 거란다. 틈나는 대로 가서 맨발 백사장 길도 걷고, 해산물도 맘껏 드시라 한다.
장남은 캠핑카가 또 한 대가 있다. 그 차는 남편 퇴직 후에 스포츠카로 우리 시골 농장에 갈 때 타라고 장남이 별도로 사준 차다. 그 스포츠카를 이층 접이식으로 개조하여 주문 제작하였다. 그 차는 이층으로 펼치려면 키가 크고 젊은 남자가 힘과 요령으로 올려야 한다. 건강한 남편이지만 키가 크지 않은 70대로서 그 차를 운전하기에는 무리다.
그러던 차에 아예 이번에 산 차는 내부 재질도 다 목재로 친환경 자재로 편안하다. 우리도 저희 형제간도, 절친 친구네까지도 포용하여 베풀려는 그 마음이 흡족하고 감사했다. 앞 동에 살고 있어 편리한 점도 많지만, 때론 자식 입장에서 너무 가까워 불편한 점도 있으리라 짐작도 된다.
어느새 아들 차와 우리 차는 춘장대에 당도하였다. 우선 점심을 안 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본다. 조금만 더 가보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마침 그날이 '서천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 첫날이란다. 장남은 거길 자주 가서 상황을 잘 아나 보다.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꼬불꼬불 긴 줄을 빼곡히 서 있다.
한참을 기다려 물속에서 살아 노닐고 있는 3킬로가 넘는 광어를 사서 회를 뜨고, 매운탕거리도 받았다. 직사각 스티로폼 그릇에 3접시나 가득 담았다. 양도 많고 신선하며 가격도 일반 매장에서 사는 값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선하다. 오는 길에 채소와 김치들을 사서 아들 손자, 우리 부부는 캠핑카에 가져와서 좀 늦은 점심으로 들었다. 어린 손자도 마다하지 않고 잘 먹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손자로 이어지는 3대륽 할머니로서 난 그 모습만 봐도 행복하고 배부르다. 신선한 회를 모두 맛있게 먹었으나 집에 있는 며느리와 큰손자가 걸려 두 접시만 먹고, 한 접시는 대전 아들네 집에 가져다가 주려고 얼음 채운 상자에 포장했다. 우리 네 명은 두 팀으로 나누어 오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는 안면도에서처럼 맨발 걷기를 시도했고, 아들과 어린 손자는 캠핑카에 싣고 온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우리 둘은 안면도 해변에서처럼 백사장 모래 해변을 두 바퀴나 돌았다. 연령층은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우리처럼 노년층은 많이 없었다. 가족 단위로 와서 자녀들 노는 것을 지켜보는 이들이 어쩌다 있을 뿐이다.
다음 날은 어린이날이라 집에 있는 큰며느리와 큰손자에게 줄 광어회도 챙겨 가지 고 돌아왔다. 무엇보다도 아들네의 마음 씀씀이가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결혼하여 분가하면 제 자식 챙기며 살기도 바쁜데 가까이 사는 큰아들은, 부모께 신경 쓰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 대견한 생각이 든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한다. 결혼하여 결혼 전부터 편찮으신 종손부인 홀 시모님을 끝까지 우리 부부가 모시며 임종을 지켜드렸다. 최선을 다한 삶이 자식에게 거울처럼 반사되어 우리 부부가 지금의 편안함과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