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문화예술촌 입구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일원
만경강이 유유히 흐르는 만경평야는 풍요로운 삶의 공간이다. 이 넉넉함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이곳에서 생산된 곡식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철로와 쌀을 보관하는 창고가 만들어졌다. 이중 그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은 1920년대에 지은 창고 5동과 1970~1980년대에 지은 창고 2동으로 구성된 삼례 양곡 창고다. 이곳은 2010년까지 창고로 사용되었으나, 전라선이 복선화되어 철로와 역사가 옮겨가면서 그 기능을 잃었다.
1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삼례 양곡 창고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예술이다. 완주군이 마을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가들과 힘을 모아 2013년 6월 5일에 삼례문화예술촌 ‘삼삼예예미미’를 열었다. 각 공간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 작가들이 예술 주제를 풀어냈다.
예술가들은 공간의 변신을 꾀하되, 건물 안팎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근현대 예술이 한자리에서 빛날 수 있게 배려했다. 오래된 벽체와 함석지붕, 높은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물, 통풍이 잘되어 습기가 차지 않도록 내부 벽면에 ‘W’ 모양으로 붙인 둥근기둥과 ‘H’ 모양 사각 나무 기둥은 새롭게 만든 작품처럼 벽면을 장식한다.
[왼쪽/오른쪽]삼례문화예술촌 VM아트갤러리 입구에 새겨있는 양곡창고 흔적 / 삼례문화예술촌 VM아트갤러리 내부
건물 내부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공간은 비주얼 미디어 아트를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VM아트갤러리’와 지역민의 문화 교육을 담당할 문화 카페 ‘오스’다. VM아트갤러리에서는 W 모양 둥근 나무 기둥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 현대적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빛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한 〈ART IS FUN〉展이 7월 30일까지 열린다.
[왼쪽/오른쪽]삼례문화예술촌 디자인박물관 내부 / 삼례문화예술촌 디자인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사)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가 주최하는 국제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이 전시된 ‘디자인박물관’은 삼례문화예술촌의 시작점이다.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사용하지 않는 양곡 창고를 문화 예술 창작 공간으로 재탄생시키자는 논의를 했다고.
[왼쪽/오른쪽]삼례문화예술촌 책공방 북아트센터의 외관 / 삼례문화예술촌 김상림목공소 내부의 전시장
아예 창작 공간을 옮겨온 예술가도 있다. ‘김상림목공소’와 ‘책 공방 북아트센터’다. 김상림목공소에는 작가의 작업 공간 외에 10여 년 동안 잘 말려 다듬은 나무의 결을 따라 사람 모양으로 깎아 만든 자목상, 못 하나 박지 않고 짜 맞춤으로 만든 가구, 장인들이 사용하던 공구들이 전시된 공간도 있다. 차후에는 목공을 배워 장인이 되고자 하는 제자도 길러낼 예정이라 한다. 활판인쇄에 사용하던 활자와 기계들이 전시된 책 공방 북아트센터에서는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다. 사전 신청제로 가죽 다이어리 워크숍도 운영한다.
[왼쪽/오른쪽]삼례문화예술촌 책박물관 입구의 정직한 서점 / 삼례문화예술촌 책박물관 내부
‘책박물관’에서는 9월 22일까지 〈완주 꿈꾸는 책마을〉展이 열린다. 전시 주제는 박물관의 역사다. 영월에서 책박물관을 시작한 1999년부터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옮겨오기까지 과정을 전시로 구성했다. 책박물관이 소장한 옛 교과서와 교과서 삽화, 송광용 씨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40년간 써온 만화 일기 131권 등 흥미로운 전시물이 가득하다.
비비정마을 비비정
삼삼예예미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비정마을이 있다. 만경강 변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정자가 있다. 마을 이름이 된 비비정이다. 조선 선조 6년(1573)에 무인 최영길이 별장으로 지었다고 전해지는 정자의 지금 모습은 처음 지어진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완산8경 중 하나로 손꼽히던 옛 풍경만큼 여전히 아름답다.
[왼쪽/오른쪽]비비정마을에 남아있는 취수장 흔적 / 비비정마을 비비정레스토랑 농가밥상
비비정마을에는 등록문화재 221호로 지정된 완주 구 삼례양수장이 있다. 삼례와 익산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양수장이다. 양수장 옆에는 마을에서 기른 농산물을 사용해 주민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내는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이 있다. 마을 상부에 자리한 휴게 공간 ‘비비낙안’ 옆에 물을 저장하던 시설도 남아 있다. 지금은 마을 전망대를 잇대어 사용한다.
대승한지마을 전경
완주군의 관광자원이 가득한 소양면에도 볼거리가 많다.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던 흔적이 발견된 대승한지마을에서는 400여 년 동안 한지를 만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닥나무가 주요 재배 작물이다. 이곳에서 닥나무 채취부터 한지를 만드는 전 과정은 물론, 완성된 한지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대승한지마을 부채작업 중인 장인 / 대승한지마을 한지공예체험
한지의 역사를 전시하는 전시관, 부채를 만드는 장인의 솜씨도 관람할 수 있다. 가족 단위 체험으로는 한지 고무신 만들기, 부채 만들기 등이 준비되었다. 부채 작업장 앞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통 놀이 체험장이다. 높은 기둥에 매어진 그네를 타며 바람을 가르고, 널빤지에 올라 깡충거리며 널뛰기를 한다. 원반던지기와 투호는 덤이다.
[왼쪽/오른쪽]송광사 대웅전 / 송광사의 보물인 완주 송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송광사는 보물이 많다. 사찰의 중심 건물인 완주 송광사 대웅전(보물 1243호), 대웅전 안에 모셔진 완주 송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보물 1274호), 십자형으로 지어진 완주 송광사 종루(보물 1244호), 완주 송광사 소조사천왕상(보물 1255호)이다.
송광사는 완주 사람들의 쉼터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이어지는 길에 늘어선 아름드리나무 그늘과 대웅전 뒤쪽에 마련된 작은 쉼터에서 쉬어 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까닭이다. 사찰 입구의 작은 찻집에서 시원한 차 한 잔으로 더위를 식혀보는 것도 좋겠다.
삼삼예예미미(삼례문화예술촌) 070-8915-8121
삼삼예예미미(삼례문화예술촌) www.srartv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