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감당 안돼.... 못 버틴다"
권리금도 포기하고 철거 절차
식당. 수퍼마켓 줄줄이 문닫아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역 주변에서 철거 업체 소속 50대 인부 4명이 슈퍼마켓 내부 구조물들을 뜯어내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후 운영난을 겪었다는 이곳 사장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세도 못 내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 14년 전에 권리금 2억 원을 주고 들어왔는데 한 푼도 못받고 떠난다"고 한탄했다. 바로 앞 골목에 위치한 무한리필 국밥집엔 "7월 3일부로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려대 앞 핵심 상권인 안암역 인근 100m 내에 이런 점포가 5곳 넘게 눈에 띄었다.
코로나 사태가 7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고려대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학내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 음식점에 손님이 끊기는 등 공동화 현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2학기를 앞두고 많은 상점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 앞 카페는 이달 문을 닫았고, 바로 앞 8평 규모의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모(69) 씨도 24년 만에 가게를 내놨다고 한다. 정씨는 "어제, 오늘 이틀간 매출이 3만원"이라며 "임대료 150만원을 감당 못 해 아들에게 용돈을 받아 메우고 있다"고 했다. 자연대 입구 앞 4층짜리 건물엔 상가 10곳 중 절반가량이 텅텅 비어 있었다. 철거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 비해 이달부터 철거 문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성균관대 앞도 상황이 비슷했다. 17년째 생과일 주스 가게를 운영한 김모 씨는 "지난해 하루 매출이 40만원 이었는데 이제 하루에 약 1만5000원을 번다"며 "저금했던 돈으로 월세를 내고 있는데 더는 못 버티겠다"고 했다. 정문 인근 10년 된 떡집의 기계에는 비닐 천이 덮였다. 사장 B씨는 "코로나19 이후 학교에서 던체 주문이 끊겨서 기계를 돌리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권리금이 아까워 버티던 상인들도 이달부터는 철거 비용을 직접 내고 탈출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1억~2억 원을 웃돌던 권리금도 대부분 사라졌다. 이화여대 정문 인근 3층짜리 건물은 1층의 절반과, 2, 3층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분기 이대를 포함한 신천 상가의 공실률은 10.5%에 달했다. 서울대 입구도 공실률이 7.5%였다. 4년째 서울대 입구에서 고시텔을 운영한 C씨는"빈 몸으로 들어왔으면 지금이라도 폐업하고 싶다"며 "수억 원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여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상권이 휘청였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완전 뒤집어졌다"면서 "2학기까지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 대학가 상권은 절반은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출처 : 문화일보 7월30일 목요일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