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장르가 많지 않던 때, MTB와 로드바이크의 특징이 섞인 자전거를 하이브리드라고 불렀다. 당시의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로드바이크와 같은 사이즈의 휠, 일자형 핸들바 정도가 특징이었다. 대부분은 생활자전거 부품을 장착한 저가형 제품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자전거 장르가 많아졌다. 최근 로드바이크는 크게 네 가지 장르로 구분한다. 빠른 속도를 위해 공기저항을 줄인 에어로, 편안한 승차감으로 장거리에 좋은 인듀어런스, 빨리 오르막을 달리기 위해 경량화를 꾀한 클라이머, 모든 지형에서 타기 좋은 올라운더 등이다.
MTB 장르는 한 손으로는 모두 꼽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전부터 있었던 크로스컨트리와 다운힐 사이에 세부적인 장르 구분이 이뤄졌다. 서스펜션 트래블 길이의 차이에 따라 올마운틴, 엔듀로, 프리라이드 등이 있다. 또한, 매우 넓은 타이어를 장착한 팻바이크나, 전기 구동장치가 달린 E-MTB 등도 MTB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역시 종류가 늘어났다. 하이브리드 자전거의 초기 형태는 로드용 휠과 MTB 핸들바를 사용했던 반면, 요즘에는 로드용 드롭바와 MTB용 휠, 서스펜션이 같이 장착된 자전거도 눈에 띈다. 로드바이크와 비슷한 형태지만 넓고 노브가 있는 타이어, 제동력이 강한 캔틸레버나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한 사이클로크로스도 넓은 의미의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속한다. 각각의 성격이 다른 데도 구분은 쉽지 않아 사이클로크로스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하이브리드라고 불린다. 이것을 분류할 방법은 없을까? 자이언트가 내린 해답 일부를 공개한다.
패스트로드 – 빠른 도로용 자전거
전통적인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빠른 것은 로드바이크를 닮았기 때문이다. 간혹 26인치 휠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로드바이크용 휠 규격인 700c를 사용한다. 구동부품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로드바이크와 비슷한 기어비를 제공한다. 물론 로드바이크용 구동계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고급 부품을 사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급 부품을 달고 비싼 것보다 적당한 부품과 적당한 가격을 원했다는 것이 그 이유로 추정된다.
패스트로드 코맥스1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전거와는 조금 다르다. 로드용 700c 휠을 사용한 것까지는 같지만, 본격적인 로드바이크용 부품인 시마노 105 구동계가 장착되어 있다.
브레이크도 특별하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로드용 캘리퍼 브레이크나 흔히들 V-브레이크라고 불리는 리니어 풀 브레이크를 장착한다. 그러나 패스트로드 코맥스1에는 유압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려있다. 이 브레이크가 MTB용인지 로드바이크용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로드용이라는 쪽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 MTB용 디스크브레이크는 160㎜ 이상의 로터를 사용하는 반면 패스트로드의 로터는 140㎜이기 때문이다.
프로 레이스에서도 디스크브레이크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고, 요즘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에는 당연하다는 듯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다. 핸들 아래의 패스트로드는 훌륭한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다.
로드바이크에 장착되는 드롭바는 익숙한 사람에게는 매우 편리한 물건이다. 그러나 늘 플랫 핸들바가 달린 자전거만 보던 사람 입장에서는 드롭바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상체가 앞으로 많이 숙여질 것 같고, 핸들을 잡았을 때의 안정성도 의심스럽다. 그런 이유로 도로주행만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MTB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단순히 드롭바가 부담이라면, 드롭바가 달리지 않은, 포장도로 주행에 적합한 자전거를 타면 된다.
속도와 승차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패스트로드 코맥스1 프레임은 가볍고 편하다. 자이언트의 프레임 제조 기술인 코맥스 컴포지트 기술이 그 비결이다. 소재로는 카본을 비롯한 고분자 섬유와, 제조 시 기포 생성을 최소화하는 수지를 사용했다. 카본 복합 재료 프레임을 만들 때는 섬유와 수지를 섞은 시트를 여러 겹 쌓아서 만든다. 코맥스 컴포지트 기술이 적용된 프레임은 가장 바깥쪽의 시트를 제거해 강도, 강성을 유지하고 무게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알루미늄보다 탄력과 유연성이 10퍼센트 높고, 동급의 알루미늄 프레임에 비해 200그램 가볍다.
훌륭한 소재와 특별한 형태가 만나 뛰어난 승차감을 완성한다. 형태를 대표하는 것이 D-퓨즈(D-Fuse) 시트포스트다. 시트포스트 앞 쪽은 둥글고, 뒤 쪽은 납작하다. 위에서 단면을 보면 반원형에 가깝다. 기계적 안정성이 높은 원형 시트포스트를 포기한 이유는, 라이더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높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D-퓨즈 시트포스트는 충격과 진동에 상당히 유연하게 반응해 라이더의 피로를 최소화한다.
탑튜브와 시트스테이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그 모양도 특별하다. 전체적으로 납작하고 유연해 충격을 잘 분산시킨다. 반면 전체적인 강도를 맞추기 위해 헤드튜브와 만나는 탑튜브 앞 쪽과 드롭아웃과 만나는 시트스테이 뒤 쪽은 중간 부분에 비해 두꺼운 편이다.
부드러움, 편안함, 더 빨라진 속도
처음 패스트로드를 탔을 때 ‘이 길이 원래 이렇게 부드러웠나?’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자전거로 다시 그 길을 달려 보니 원래대로다. 도로주행만 하는데 승차감 때문에 MTB를 탈 이유가 없다. 어지간한 하드테일 MTB보다 패스트로드의 승차감이 오히려 좋다.
평지에서의 승차감은 물론, 오르막 주행 성능도 훌륭하다. 기어비를 보면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를 기반으로 조금 더 확장한 것을 알 수 있다. 50/34T 컴팩트 드라이브 크랭크와, 11-32T 스프라켓이 장착되어 있다. 거의 1:1에 가까운 기어비를 사용할 수 있어, 상당히 급한 오르막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여서, 조금은 과격하게 밀어붙여 봤다. 높은 기어, 강한 힘으로 페달링을 해보니 아무래도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프레임이어서 일까, 약간의 힘 손실은 느껴진다. 그러나 패스트로드로 자신의 한계에 이르는 스프린트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레이스바이크 수준의 하이브리드를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미 충분히 빠르고 경쾌한 커뮤터 바이크다.
패스트로드는 시승한 코맥스1 외에도 자이언트의 최상급 알루미늄인 알룩스 SLR 프레임에 시마노 티아그라 2×10단 구동계로 구성된 SLR1 모델이 있다. 가격은 패스트로드 코맥스1이 165만 원, 패스트로드 SLR1이 1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