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길을 걷는가
그 길에 완주가 아닌 목표를 두고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던 내게 방해되는 건 나 스스로 치워야 한다.
지난번 대간 둘레길을 걸으며 덕유산 서쪽아래 전북 무주군 안성땅을 두고 흐르던 구량천이 생각나
새벽에 봇따리 챙겨 무주로 향한다.
마침 비나 눈이 온다고 하니 덕유에서 눈을 맞으며 걸어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주 곤도라 타는곳에 도착하니 눈은 내리고
주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눈 산행이라 좋다
곤돌라 첫 번째로 타고 올라와 본 설천봉
향적봉
코로나 영향으로 정상 출입은 접근 불가
철조망도 아닌 단순한 출 하나가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나
곤도라 타고 같이 올라온 생거진천의 땅 용인에서 오신 산객
오래전에 대간과 정맥을 마치시고 지금은 용인에서 농사 지으시며 사신다는 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10년 전에 대구 9 산 울트라 마라톤에서 저를 한번 봤다! 고 하시더군요
오늘은 동엽령에서 칠연으로 하산하신다고...
조심해서 가시고요
저는 이곳에서 목책 넘어 구량천 덕산계곡으로 내려갑니다.
덕유산 정상 지나 중봉 가기 전에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바로 앞은 중봉
구량천 원발 원지는 덕유산 정상과 중봉 사이에 있으나
백두대간 삼거리 백암봉에서 흘러 칠연계곡을 지나 용소폭포를 만들어 놓은 통 안 마을의 통 안천도 원발 원지인
구량천보다 100미터가량 길다
그리고 최장 발원지는 무룡산 서쪽 계곡에서 흐르는 명천도 원발 원지인 구량천 보다 약 500m 정도 길고
어쨌거나 원발 원지가 덕유 정상이니 이곳에서 시작해 본다.
어디 보자!~ 잡목이야 그렇다 치고 눈은 얼마나 쌓여 있는지 내려가다 보면 알겠고
이런 계곡은 누구나 다니는 길이 아니기에 길은 처음부터 없고
산객들이 다녔으리란 생각도 해서도 안된다.
덕유산 국립공원에서 흐르는 2江 2川 물줄기
남덕유에서 본 덕유 능선
좌측:(구량천). 우측:(황강). 북쪽:(무주 남대천). 남쪽:(남강)
남강 (남쪽) | 남덕유산에서 발원하여 지리산 천왕봉까지 아우르며 함양-산청 -진주-의령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186km의강 |
황강(동쪽) | 백두대간 초점산에서 발원 남덕유 북쪽(위천) 계곡까지 거창-합천댐-합천군-적포리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111km의 강 |
남대천 (북쪽) | 백두대간 초점산 북쪽-대덕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 (향적봉 북쪽까기) 무풍면과 설천면 무주읍-무주읍 대차리에서 금강 에 합류하는 51km의 하천 |
구량천(서쪽) | 향적봉과 중봉 사이에서 발원 서봉까지 안성면이 있는 서쪽으로 흘러 진안군 동향면 죽도섬에서 금강에 합류하는 35km의 하천 |
지나간 경로
구량천은 덕유산 정상 부근에서 흘러 덕산계곡-안성면-진안군 동향면을 지나 금강에 합류하는 35km의 하천이다.
자잘 하지만 계곡길이 역대급이라 시간당 1km 정도로 진행
내려온 계곡길
뭔 잡목이 이리도 심한지 역대급이며
여름에 오면 조난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은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쌓인 눈과 미역 덩굴 줄기 나무와 키 작은 잡목 뚫고 지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지라
100미터도 내려오지 않았는데 비닐 비옷은 나무에 걸려 찢어져 걸레가 되어 펄럭이고
덩굴나무에 걸리는 거추장스러운 아이젠도 벗고
미역 덩쿨 줄기 나무가 빼곡한 계곡길로 달팽이 면도날 위에 춤추듯 허우적거린다.
계곡으로 키 작은 덩굴 잡목이 너무 심해 바로 옆 경사면 비탈길로 넘어오니
허리춤까지 자란 산죽 녀석이 친구 하자며 반긴다.
이 녀석들 뚫고 가는 것도 어렵고
눈 길에 땀은 한 바가지 흐르고
오늘 해 질 녘까지 금강이 흐르는 죽도섬에 도착하려나
계곡 벗어나는 것도 힘들겠다.
아름드리 주목나무 군락지를 지나
큰 주목나무 아래는 눈이 쌓여있지 않아 좋고
안개도 자욱하고
내려온 길
한 겨울에 물 찾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계곡에서 물을 만나
내려온 길
온통 눈이 쌓여 있지만 한겨울에도 물이 흘러나오는 곳은
이렇게 눈이 쌓여있지 않고 녹아있다
겨울만 아니라면 상단 부분에서 물을 찾았을 텐데
첫 물을 봤으니 이제 조금 빠르게 내랴가며 계곡을 즐기면 될 듯
이제 계곡 따라 내려가면
내려온 계곡길
한참 내려왔지만 아직 사람들이 다니는 희미한 길을 찾지 못하고
계곡 양쪽을 오고 가며 좀 더 편한 곳을 찾아본다.
길이란 처음부터 없었으니 내가 편한 대로 내려가면 되겠고
어느 한놈 죽기 좋은 계곡길에
진 눈 개비는 그치지 않고
속옷까지 축축하게 젖어있다.
그러고 보니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이 어디 가고 없구먼
중봉으로 오르는 길인지 몰라도 눈 밭에 등산객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길은 아니고
어느 산객이 이리저리 길 찾으며 올라온 것 같은데
내려온 곳
한참 내려오다 보니 등산로 길인지 마을 사람들이 다니던 길인지 이어지고
이제부터 진행이 조금 빨라진다.
깊은 산골에 산 새소리 들리고
계곡을 감싸고 흐르던 맑은 물이 바위 속을 헤집고 나와
여러 곳에서 한 곳으로 모여드니 청아한 물소리 더욱 좋고
물은 어떠한 장벽이 가로막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바다로 이르게 되어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8세기 중엽 당나라 때 청원 선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물 좋고...
좋은 길 따라 내려오니 지난번 대간 둘레 길하며 지나던 임도길을 만난다.
내려온 계곡이 덕산 계곡인 듯
정상에서 계곡 따라 2시간 정도 내려와 만나는 임도길
눈은 그치고 비는 계속 오는데
종일 비 오겠나 싶기도 하고
깨끗한 비옷 꺼내 입기도 그렇고 축축하게 내려 가본다
덕산 저수지를 지나
이곳의 물은 1 급수 정도 될 듯
상류에 어떠한 인위적인 건축물이나 오염원이 없으니
아주 깨끗해 보인다.
무주군 안성면 덕산 마을과 내려가야 할 곳
안성면은 넓은 토지를 자랑하는 곳이다 보니 덕유산 아래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은 사과나무가 많고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는 평야지대다.
덕산 저수지
물은 저곳을 조금씩 빠져나와 아래로 흐르고
덕산 마을을 지키는 노거수
각기 다른 나무가 줄 서서 마을을 지키는 마을
구량천과 호박돌(호박 크기의 돌)
호박돌이 많다는 건 하류에 모래가 많다는 걸 의미하는데
모래가 많으면 물은 자연 깨끗하겠다
지난번 만났던 백두대간 마실길을 알리는 표시목이 서있고
강가에 돌이 넘쳐나니 깨끗한 돌을 골라
솟대 대용으로 쌓아 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것 같다.
가는 이 오늘이 모두에게 복을 골고루 나누어 주시면 더 좋고...
물의 흐름을 막기보다 낙차를 이용한 듯 보이는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으며
호박돌이 구르며 조금씩 깨지다 보니 하류로 갈수록 모래가 많이 쌓여있다.
물은 마을을 지나왔지만 아직 깨끗함을 유지하고 흐르고
덕유 정상에서 흘러온 구량천 물과 칠연계곡에서 흘러온 통 안천이 만나는 곳
백암봉-동엽령 인근에서 흘러온 통 안천이 덕유 정산 인근에서 흘러온 구량천 보다 약 100m가량 더 길며
물속으로 청태는 조금씩 보이지만 아직까지 깨끗하다.
淡如水(담 여수)
표지석이 보이고
표지석 인근에서부터 물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으나
안성면으로 가는 길에
물은 조금씩 탁해져 있으나
비가 와서 흙탕물이 유입돼서 그러려니 해본다
멀리 덕유 지맥의 어둔산 저곳 넘어 흐르는 물은 적상천이 되었다가
백두대간 초점산에서 발원해서 흐르는 남대천에 합류되어 금강 품에 안기는 하천이 된다
무주군 안성면에 들러 따뜻한 음료수 하나 사들고
비는 아직도 내리고
아직 호박돌이나 갈대가 많아 물은 나름 깨끗함을 유지 하지만
물속으로 청태는 많이 생겨나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효자손 마을을 지나
효자의 전설을 간직한 마을인데 마을 유래비는 공사판 안전 가람막으로 가려있어
내력을 알지 못하고 다만 효자가 부모님 극진히 모시고 살았다는 것만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 아래
덕유산 정상에서 흘러온 구량천이 무룡산 인근에서 흘러온 명천을 만나는 곳
원발 원지는 덕유산 정상 인근이나
최장 발원지는 무룡산에서 내려오는 명천이 조금 더 길다.
하천 폭도 비슷하고
두물이 만나면서 수량은 배로 늘어난다.
시원스럽게 흘러가는 구량천
안성면 진도리 마을
벽화가 있는 마을을 지나며
진도리 마을과 인삼밭
구량천과 오동마을
물속으로 청태가 아주 많지만
조금만 관리해주면 아주 깨끗할 것 같다.
오동 마을 소나무
구량천
전국 어느 하천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하다.
상류에 호박돌이 많으며 홍수가 범람할 때
호박돌은 아래로 구르며 자연스럽게 깨지다 보니 깨끗한 모래가 많고
모래가 많으니 갈대가 자라고
오염이 된 건지 알 수 있는 청태가 많이 자라지만
물은 그런대로 깨끗하다.
무주군 안성면에서 조금만 관리해 준다면 20년 전의 물로 되돌리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오동마을과 하오동 마을 가기전 강가 절벽에 벽오동이란 글이 암각되어 있다.
옆으로는 오래되지 않은 낡은 정자가 하나 있으나 누가 찾을지 의문이 들고
하오동 마을을 지나 진안군 동향면으로 들어와
진안군 동향 마을
이곳은 소가 유명한가 조그만 소들이 마을 표지 석위에 점잖게 자리를 잡았고
잠시 진안고원길이 이어진다.
진안 고원길
금강을 사이에 두고 지나는 고원길인 듯
내리던 비는 그치고
오늘은 밥 먹을 시간이 없어 귤 몇 개로 해결하고
강가에 자라는 버드나무 그림자가 처량하게 보인다.
물속으로는 모래가 가득하지만 곳곳에 청태가 가득하고
백두대간 삿갓봉- 월성치 남덕유-서봉에서 흘러온 양악천이 16km를 흘러와 구량천에 합수하는 지점
강가 옆에 자리하는 배실 바위를 지나
진안군 동향면
진안고원길은 어디로 간 거야...
동향면에서 본 구량천
동향면 자산리 마을의 용소
모래가 많고
강가에 빼곡하게 자라던 갈대는 없고
이런 곳은 강수욕장을 만들어도 될듯한데
모래밭을 지나 본 용소
물이 깊지 않아 저곳에 살던 이무기는 어디로 갔는지 알길 없고
지나온 모래길
용암마을을 지나자 이무기가 알을 낳았나
커다란 바위돌이 곳곳에 보인다.
이무기 머리를 닮은 바위를 지나
이무기가 고산에서 물을 마시러 온 모습인데 도로가 생기면서 목이 잘린 형상이다.
어디서 굴러온 건지 알길 없으나
커다란 바위돌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뱀의 머리를 닮은 사두 암(蛇頭巖)이 물을 마시는듯한 보습이고
지나온 강길과 우측으로 천반산이 서있고
해가 넘어갈 시간인데 아직도 더 가야 하니 발걸음만 급해진다.
동향면 성산리 (진성 마을)
죽도섬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집
금강 합수점까지 왕복 5km가량이며
진안에서 대구로 가는 막차 시간을 계산해서 뛰어야 할 듯
죽도섬
오래전 농경지를 개간하려고 구량천 바위 절벽을 인위적으로 폭파하여
구량천 물길을 곧바로 금강에 흘러 보낸 곳
지금도 구량천 물은 저곳을 통해 많이 흐르고 있으며
작은 수량의 물만 자기 가던 곳으로 흘러 금강에 도착한다.
구량천 물을 한번 건너 주고 왕복해서 건너야
구량천이 금강에 안기는 곳에서
전북 장수군 수분리 뜬봉샘에서 시작해서 군산 앞바다까지 흐르는 금강
마침 저녁 무렵이라 이곳에서 다시 돌아나가
도로가에서 택시 타고 진안군에 도착했으나 엉망인 버스 시간 때문에 대구로 가는 버스는 놓치고
버스 타고 무주로 가서 다시 택시로 영동으로 나와 기차 타고 대구에 도착한다.
대간길 옆 하천의 연결 고리를 찾고자 걸어본 구량천은 전북 무주군 안성면과 진안군 동향면에서
조금만 관리해준다면 20년 전의 하천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댓글 구량천
처음 들어보는 강
근데 금강 첫구간 걸음 때 만나봤던
죽도섬도 반갑고~
호박돌이 그렇게 많은 강
모래밭이 같이 흐르는 강
금강으로 합류하게 되는 구량천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걸음 후기입니다.
비오던날 고생스럽게 댕겨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이렇게 구량천이라는 강 자료
생겨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덕유 서쪽에서 발원하는 나름 맑은 물이지만
안성면이나 동향면에서 관리 소홀로 청태가 많이 자라는 하천입니다.
조금만 신경써서 관리 한다면 아이들이 물놀이 할 수 있는 하천으로 거듭날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구준날 수고 하셨습니다 ,
늘 걸음하다보면 궁금한게 산적해 있지요 .
미지의 길 ~~~~
좋은날 가면 재미가 없죠
눈오고 비온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잡목이 너무 심해서 진행에 어려움은 많았구요
글 감사합니다.
그 예전에 뜬봉샘 앞마을 정자에서 노숙하고 시작했던 금강길이 생각나네요..ㅎㅎ
우연찮게 첫구간따라붙었다가 군산하구둑꺼징 추산대장캉 개고생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강길...
배방님의 안내로 금강 비경은 다 구경하였고, 구량천과 금강이 만나는 용담호의 상류인 죽도를 만났을땐
저 기암 바위의 위용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던 기억과 눈비오는데 피 할곳 없어 인삼밭 움막에 빗물은 뚝뚝 떨어지는곳에서 침낭 깔고 잔 추억도 소중하구...ㅎㅎ
이래저래 방장님 발품 덕분으로 편하게 호사스럽게 구경합니다.
눈비오는날에 또하나의 획을 그어신 방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
몇해전에 금강길에 지난 죽도길
금강품에 안기는 구량천의 백미라면 죽도섬이 아닐까 합니다.
덕유에서 흘러내리던 구량천과 대간길에 굼금하던 석천을 끝내고 나니 훌가분하구요
혼자 걷던 길보다 인삼밭에서 잠잘때가 많이 그립고 생각납니다.
글 감사합니다.
ㅎㅎ인삼밭 움막의 추억~ 오늘 눈오니 그날이 또 생각납니당~~
정맥길에 만났던 뜬봉샘
가기전 잠시 개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궂은날 먼길 다녀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좋은날 보다 궂은날 걷는게 더 좋아서
일부러 비오는날 잡아 한번 걸어 보았습니다.
글 감사드리구요 산행기 잘 봤습니다.
사진하나하나 그기에대한 설명까지
읽어가기에도 벅찬후기네요
이길을 몸소걸으며 느끼고 눈으로 가슴으로 하나하나 담으시고
정말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생각과 느낌과 마지막에 바램까지
잘 느끼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전국의 산길을 걷다가 물을 모르고서는 아무것도 모를것 같아 시작한 강행길
강은 오염이 많이되고 맑은 물은 우리 주위에 거의 없다보니 앞으로 10년후가 걱정입니다.
쓰레기 보다 축사에서 나오는 거름이 문제더군요
흔하디 흔한 물이 얼마나 귀한지 ...
글 감사합니다.
구량천 물이 아주 깨끗해 보입니다.
덕유산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아닌 길을 째고 내려오는 그 기분 ㅎㅎ 당근 짜릿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