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목) 맑음, 광화문광장
지난 8월 9일부터 광화문광장에 산림청 주최 '무궁화 축제' 중입니다.
오늘이 서울에서는 그 마지막 날입니다.
꽃이 그래도 생생할 오전에 구경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일찍 갔더니만 정부의 광복절 기념행
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고 하여 경찰이 광화문광장을 어디에서고 들어갈 수 없게 막
았습니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풀렸습니다.
백 만 송이의 무궁화를 전시하였다고 하는데 그 보다 훨씬 넘을 것 같았습니다.
땡볕에 다 구경하려고 돌아다니자니 하도 더워 내가 돌 지경이었습니다.
무궁화(無窮花, Hibiscus syriacus)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입니다.
"『식물』아욱과의 낙엽 활엽 관목. 높이는 1~2미터이며, 잎은 늦게 돋아나고 어긋나며 달걀
모양인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다홍, 보라, 자주, 순백의 종
모양 꽃이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달려 핀다. 추위에 강하며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소아시아가 원산지이다."
호암 문일평(湖巖 文一平, 1888∼1936) 선생의 『花下漫筆』중 '木槿花(무궁화)' 편의 한 대목
입니다.
"무궁화의 一名은 蕣이니 詩經에 『顔如蕣華』라 하여 여자의 容貌美를 무궁화에 比하였다.
무궁화의 빛이 몇 가지가 있으나 粉紅과 白色이 가장 고우니 여름 아침 일찍이 동산에 나가면
繁茂한 가지와 잎 사이로 여기저기 하얗게 핀 꽃은 이슬에 젖은 그 淸雅한 姿態가 淸溪水에
沐浴한 仙娥의 風格 그것을 어렴풋이 생각게 하는 바 있다."
이유미 박사의 무궁화에 대한 설명입니다.
"옛 이름은 목근(木槿) 또는 순화(舜花)이던 것이 무궁화(無窮花)가 되었는데 꽃을 오래오래
볼 수 있어서 그렇게 불려진다. 여름에 시작하여 한창 피어 가을까지 이어질 듯하다. 그렇다
면 무궁화꽃 한 송이는 한번 꽃을 피우면 얼마나 오래갈까? 재미있게도 꽃 한 송이의 수명은
하루이다. 아침에 피워 저녁에는 꽃잎을 말아 닫고는 져 버리고 다음날 아침이 오면 다른 꽃
송이가 활짝 꽃핀다. 이렇게 피고 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
라네.' 라는 노랫말을 보아도 알 수 있다."(이유미,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
지』
새벽의 아름다운 꽃은 손무가 진을 펼친 듯 피어나고 曉艶欲開孫武陣
저녁의 꽃은 녹주의 누대에서 다투어 떨어지네 晩風爭隨綠珠樓
올 때는 급한 번개 같아서 머무르게 할 수 없고 來如急電無因駐
갈 때는 놀란 기러기 같아서 거두어둘 수가 없네 去以驚鴻不可收
――― 양만리(楊萬里, 1124 ~ 1206), 『木槿』
중국 남송의 시인 양만리의 시입니다. 무궁화의 짧은 생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녹주(綠珠)
는 진(晉)나라 석숭(石崇)의 애첩인데, 정절을 지키고자 누대에서 투신하여 자결한 슬픈 여인
으로서 세칭 '추루인(墜樓人)'이라 불립니다.(기태완, 『꽃, 들여다 보다』)
광복절 오늘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 1910)의 『절명시(絶命詩)』를 생각합니다. 선생은
경술국치를 당하여 더덕술에 아편을 타 마시고 자결하면서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겼습
니다. 특히, 제3수의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難作人間識字人)"와 제
4수 "진동(陳東)을 못 넘어선 게 부끄럽기만 하여라(當時愧不躡陳東)"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가
슴 아프게 합니다. 진동(陳東)은 나라(宋)가 망하자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부대끼면서 흰머리가 되기까지 亂離潦到白頭年
몇 번이나 목숨을 버리려 했지만 여지껏 그러지 못했어라 幾合捐生却未然
오늘은 참으로 어찌할 수 없게 되어 今日眞成無可柰
가물거리는 촛불만 푸른 하늘을 비추네 輝輝風燭照蒼天
요사스런 기운에 가리어 천제성(天帝星)도 자리를 옮기니 妖氣晻翳帝星移
구중궁궐은 침침해져 햇살도 더디 드네 久闕沈沈晝漏遲
조칙도 이제는 다시 있을 수 없어 詔勅從今無復有
구슬 같은 눈물이 종이 가닥을 모두 적시네 琳琅一紙淚千絲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鳥獸哀鳴海嶽嚬
무궁화 이 나라가 이젠 망해버렸어라 槿花世界已沈淪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지난 역사 생각해보니 秋燈掩卷懷千古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難作人間識字人
내 일찍이 나라 버티는 일에 서까래 하나 놓은 공도 없으니 曾無支廈半椽功
겨우 인을 이루었을 뿐 충을 이루진 못했어라 只是成仁不是忠
겨우 윤곡(尹穀)을 따른 데서 그칠 뿐 止竟僅能追尹穀
그때 진동(陳東)을 못 넘어선 게 부끄럽기만 하여라 當時愧不躡陳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