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이나윤
무리하게 잡은 계획을 울며불며 해내는 시간도, 꾸준히 연습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과정도 겪어보고 싶었던 나는 큰 고민 없이 자주학에 도전했다. 정말 고민 없이 자주학에 도전해서 그랬던 걸까. 하고 싶은 소재는 많았지만 나에게 뜻깊은 소재를 찾기 어려웠다. 소재를 찾아야 자주학의 주제를 찾을 수 있었고, 주제가 있어야 자주학을 실행할 수 있었기에 수많은 소재 속에서 방황하며 3주를 흘려보냈다. 3주를 흘려보내고 나자, 조금은 정답같이 보이는 베이스란 소재에 빠지게 되었다. 더는 고민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빠르게 베이스란 소재로 자주학을 시작했다.
베이스라는 악기는 나와 간디학교의 첫 만남 같은 이미지이기도 하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들었던 준길 오빠의 베이스 소리는 날 금세 베이스와 친해지게 했다. 그 후 음악을 들을 때면 베이스 소리가 불쑥 귀에 찾아왔으며, 이내 베이스를 배우고 싶게 되었다. 배움의 욕망이 올라오자 고민 않고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베이스는 나에게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단순히 즐거운 취미가 아닌, 베이스를 좀 더 깊게 배워보고 싶었기에 깔끔한 슬랩 연주를 목표 삼아 연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슬랩이란 새로운 주법 연주를 목표하고 연습을 시작했지만, 바로 슬랩 연습을 시작하진 않았다. 손가락의 힘이 연습곡을 연주하기에는 너무 약했던 나는, 반음씩 프렛을 올라가며 왼손의 손가락 근육을 기르는데 좋은 크로매틱을 연습했다. 크로매틱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지루함도 많이 느꼈지만, 손가락이 더 단단해지는 과정을 느끼며 꾸준히 연습했다. 이후 슬랩을 연습할 때도 연습시간 중 20분은 크로매틱을 함으로써 손가락을 풀고, 손가락 힘을 무리 없이 길러 나갈 수 있었다.
손가락이 조금 단단해지기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슬랩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슬랩이란 베이스 기술은 썸과 플럭으로 이루어져 있다. ‘썸’은 엄지로 현을 가볍게 때려 소리를 내는 주법이고, 플럭은 현에 손가락을 넣고 뜯듯이 연주하는 주법이다. 난 썸 주법을 연주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손이 느려 현과 손이 오래 붙어있어 소리가 잘 나지 않았기에 소리 내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안정적인 소리를 내기까지 약 4주가 걸릴 만큼 오랜 시간 썸 주법만 연주했다. 한 가지 주법만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주법인데, 늘 성공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무기력함이 참 힘들었다.
썸을 어느 정도 깔끔하게 치게 되자 남은 무기력함은 천천히 사라져갔다. 그리고 새로운 배움에 대한 설렘이 남았다. 다음 배움을 플럭이었다. 플럭은 썸보단 덜 어려웠다. 플럭을 연습할 땐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생기는 고통만이 신경 쓰일 뿐, 소리는 잘 났기에 큰 스트레스 없이 플럭 연습을 했다.
슬랩이 어느 정도 손에 익자 연습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난 슬랩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싶었기에 슬랩 주법이 많은 곡인 마크 론슨의 ‘Uptown Funk’를 연습했다. 처음 연습을 할 땐 엇박과 헷갈리는 박자 속에서 비틀거리다 금세 포기하기 일쑤였다. 결국, 연습곡은 연습하지 않은 채 슬랩만을 연습하며 연습시간을 보냈다. 단지 어렵다는 이유로 연습곡을 연습하지 않은 채 한 주를 지나가 버린 후에야 나의 연습방법이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줬던 이전의 연습방법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우선,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연습하지 않았다. 나에게 무리인 속도로 연습을 하자 실력도 늘지 않았고 힘들기만 했기에 느리게 연습하며 박자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연습량을 줄였다. 논문 기간이 다가오고, 음악제와 기말 주간이 다가오며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일들을 하는 시간 때문에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틈틈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엔 오랫동안 연습을 해야 한다는 피곤함에 연습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처럼 원래 계획했던 긴 연습시간은 연습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연습을 시작하면 그 시간을 모조리 채워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연습을 더욱 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연습을 시작하는 순간이 부담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껴졌기에 연습시간을 점심, 저녁 시간으로 잘게 쪼개 연습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연습방법은 습관처럼 베이스 연습을 하게 해주었고, 즐기며 연습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연습하며 나와 잘 맞는 연습방법을 찾는 것에 중요함을 몸소 느꼈다. 습관처럼 물든 꾸준한 연습은 매주 소소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줬고, 그 작은 성취감 덕에 반복 연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난 오랫동안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 베이스란 소재로 얻고 싶은 배움을 주제로 정하고 싶어 오랫동안 고민하다 수업 종강 전주에 느낀 깨달음, ‘끈기를 배우며 슬랩 배우기’가 나의 주제가 되었다. 자주학을 하며 슬랩을 배우려고 했는데 꾸준함의 아름다움을 배웠기 때문이다. 몰입의 아름다움도 충만하게 느꼈다. 단번에 이루어지는 몰입도 있지만, 꾸준히 몰입해보는 경험은 나를 더욱 성장시켰다. 꾸준히 연습하며 가끔 다가오는 좌절감도, 막막함도 몰입의 한순간이었다는 점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일은 고통스럽고도 즐거운 일이라는 걸 베이스를 연습하는 내내 배웠다.
꾸준하게 몰입했던 한 학기였지만 꾸준해지는 과정은 어려웠다. 꾸준함을 잔뜩 머금고 매일을 보냈진 않았지만, 습관을 세워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한 번 배운 꾸준함은 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꼭꼭 기억해 목표를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며 꾸준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여전히 연습하며 듣는 베이스의 꾸밈없고 담백한 울림은 날 설레게 한다. 오랜 기간 만났음에도 설렌다는 것은 베이스를 향한 배움에 대한 열정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래도 베이스와 오래오래 만나야겠다. 아직은 완전히 몰입해보지 못했다. 꾸준히 몰입하며 베이스와 즐거운 만남을 가질 테다.
첫댓글 자주학 나눔을 할 때마다 늘 결과가 좋아서 이런 어려움이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어. 너의 시행착오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