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대표팀 주장 홍명보(31·가시와 레이솔)가 실추된 한국축구의 명
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나이 때문에 다시는 밟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쓸쓸히 물러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전에서 주심의 오심성 레드카드로 퇴당당해 쿠웨이트전에 결장,팀이 1
무1패의 부진의 늪에 빠져드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했던 홍명보.90
년대 한국축구가 배출한 아시아 최고의 리베로로서 자존심이 한꺼번에 무너
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홍명보는 “솔직히 내가 뛰고 있을 때 한번도 아시아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며 이번 대회에 나섰다.그런데 결과가 현재로선 나쁘다.
할 말이 없다.하지만 후배들에게도 미팅에서 말했듯이 빨리 잊고 상위라운드
에서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서는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지긋지긋한 아시안컵과의 악연을 끝내고 싶
다.90년대 초 대표팀에 발탁된 후 92년 제10회 히로시마대회(일본 우승)에는
아예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고 지난 96년 제11회 UAE대회 때는 1승1무1패(인
도네시아에 승리)의 부진을 보이다 턱걸이로 8강에 올라 이란에 그 악명 높
은 치욕의 6-2 패배를 당한 경험이 아직 생생하다.
지난 7일 UAE에 있을 때 미국에서 부인 조수미씨가 순산한 두번째 아들을
아직 보지 못한 그로선 더욱 기쁘고 떳떳한 마음으로 피붙이를 보고 싶은 것
도 있다.
“일본이나 이란 플레이를 보면서 선수들이 자극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4
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미력하나마
앞장서겠다.” 한국나이로 서른둘.인터뷰 후 실시된 선수들의 120m 전력질주
에서 가장 빠르게 달려 후배들을 머쓱하게 하면서 명예회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