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 최은영 / 문학동네
쇼코의 미소와 함께 총 7편의 소설이 묶인 소설집이다. 책 표지에는 작가의 이름과 함께 "최은영 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왜 소설집이라고 적지 않았을까? 7편의 소설을 차례로 읽어 가면서 생각이 수시로 바뀐다.
첫 번째 이야기, [쇼코의 미소]는 일본 고등학교에서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온 "쇼코"와 얽힌 이야기이다. 쇼코와 그녀의 할아버지,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 그리고 쇼코와 소유의 할아버지의 관계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줄거리다. 육체와 정신이 아픔을 어떻게 이겨 나가는가. 사람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가?
다음 두 개의 이야기, [씬짜오, 씬짜오]와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는 책 장을 넘기면서 눈물을 찔끔거려야 했다. 우리 민족이 안팎으로 겪은 아픔을 논하고 있다. 치유할 수 없는 아픔, 외면하고 있는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밖으로는 베트남, 안으로는 독재에 대한 그늘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잊는다고 잊힐 이야기가 아니고, 덮는다고 덮이는 것이 아닌 것을...
[씬짜오, 씬짜오], 독일의 한 시골 마을에서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가정과 베트남 출신 가정이 전쟁 이야기를 꺼내면서 멀어져 가는 이야기이다. 한국군에게 많은 가족이 죽임을 당한 베트남 가정, 그리고 참전 용사로 가족을 읽은 한국인 가정, 두 가정은 진정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어렵던 시절, 자신의 생계보다 반독재 투쟁을 하다 망가져 버린 한 가족과 이를 지켜보는 먼 친척 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우리는 그들의 죽음과 육체와 정신의 망가짐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아직도 진행형인 아픔을 우리의 진정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인가?
또,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그리고 [비밀]까지, 작가는 우리 삶에서 회피하고 싶은 주제들을 들추어내서 경각심을 일깨운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며 우리의 일임을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세월호를 먼발치에 두고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아! 언젠가 어느 작가에 의하여 그 아픔이 직접 거론될 때가 올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이야기가 조부모와 손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회와 가족을 이야기하면서도 작가는 부모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 작가가 이야기를 쓰는 중에도 우리의 부모는 삶의 현장에서, 사회 한가운데에서 녹초가 되게 몸을 사르고 있기 때문일까?
중간에 있는 [한지와 영주]는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특이한 내용이다. 지질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영주)이 프랑스 수도원에 봉사자로 들어가서 케냐 출신 또 다른 봉사자(한지)와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우리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있고. 서로 많은 것이 통해 단짝처럼 지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 둘은 갈라선다. 그리고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수도원을 떠나면서 종결되어 버린다. 이유도 없고, 해결책도 없다. 그냥 즐거웠던 기억을 즐거웠던 기억 그대로 지니지 못하고 아픔도 슬픔도 아닌 그야말로 어정쩡한 추억으로 한지와 영주에게 남겨진다.
모든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너무 공감이 간다. 글을 읽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다. 조곤조곤 누군가에게 설명을 듣는 느낌이고, 한 줄 한 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사랑하는 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2017.3.22 평상심)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의 지난 삶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을 하나씩 꺼내서 소설로 쓰셨네요.
저도 한 때 제가 경험한 이민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맘도 달래고 사람들에게 이민의 진짜 모습도 보여주고 할 겸.
그런데 두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큰 문제는 소설을 쓰다보면 옆에서 일어난 사건들에서 힌트를 얻어야 하는데 그것이 누구에게는 진짜 자신의 삶의 모습이라는 것과, 두번째 작은 문제는 소설은 소설을 쓰는 기법이 있어 그냥 써나가는 편한 글과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생각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아마 남 이야기가 자꾸 들어가서 조심스럽습니다
언젠가 작가들이 글쓰기 위해 취재를 하면서 많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듣는 이야기에 아프고, 아픔을 간직하고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아프고, 잊거나 이기고 사시는 분들을 보며 마음 아프다가, 몸이 그 아픔을 감당 못해 실제 아프다는 겁니다. 그런 과정을 겪지 않고 공감받을 수 있는 글이 탄생하기 어렵겠지요.
직접 겪거나 들으신 이민 이야기라도 취재 과정에서 어느정도 정리나 각색이 필요하겠지요. 필요하다면 동의릉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이민 생활에 대한 소설.
그리고 기법은 .... 잘모르겠지만 그냥 편하게 쓰시되, 전개과정이 독특해야 한다면 공부하셔야.. ㅎㅎ
완전 기대됩니다.
@평상심 독특한 전개과정이 아니고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수필 비슷하게 써볼 생각이었습니다. 각색을 물론 하겠지요.
그런데 예를 들어 어떤집은 아이들이 다 커서 여기에 이민을 오는 바람에 아이들이 영어를 제대로 못배워 와서부터 줄곳 고생을 엄청하고 그리고도 자리를 제대로 잘 잡지 못했다면 그 이야기를 읽는 부모들은 아무리 각색이 되어 있어도 다 내 이야기고 내 아이들 이야기 입니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 남기기가 부담이 됩니다.
@소리와 진동 "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7편의 이야기가 다 좋지 않은 경험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전부 저의 이야기 같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는 왜 그런지 몰라도 남의 이야기인양 생각이 되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처럼 쉽게 공감이 됩니다.
심리학적으로 해석이 필요할 것 같네요. :-)
* 다음 카페에 뉴질랜드 문학동아리가 2개나 있습니다.
* 스콜라문학회와 오클랜드문학회가 있습니다.
* 치치에도 있는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나해서... 참고하십시요.
@평상심 오클랜드문학회는 회원입니다.
그런데 제가 문인이 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서 그리고 거리도 있어 잘 어울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정보 고맙습니다.
치치에는 아마 마티니님이 활동을 하실 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