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서양철학사
-이창후 지음/새문사 2020년판
생각한다, 고로 나는, 인간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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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따르면,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주어질 때 거기에서의 가장 바람직한 삶이란 어떤 객관적인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항상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자신을 재창조해나가는 삶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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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철학은 각자에게 던져진 상황 속에서 각자에게 절실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실존’이란 ‘개개의 인간’을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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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의 흐름을 대중에게 이미 알려진 유명한 영화들의 줄거리를 사례로 이해시키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개론서와 달리 퍽 이채롭다. 철학은 그 내용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현학적이고도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를 선택함으로 해서 지루하고도 난해한 나머지 읽는 사람들로부터 쉽게 외면 받아왔다.
해서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스타워즈>, <에이리언> 등의 이미 유명세를 탄 영화들로 시대별 철학의 주요 개념이나 방향 등에 비유적 설명을 제시하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부터 철학의 암흑기이자 종교철학 시대인 중세를 지나, 데카르트, 칸트, 헤겔의 근세, 러셀, 비트겐슈타인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주요 조류를 개괄적이나마 알기 쉽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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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시절 전공과 무관한 서양철학의 무조건적 이해는 지식인으로 행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고통스런 의례였다. 읽지 않으면서도 ‘헤겔의 변증법’과 관련된 철학책을 과시라도 하듯 옆구리에 끼고 모임에 나가면 주변의 부러움에 가까운 대접을 당시에는 용이하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칸트’나 ‘헤겔’부터 시작해서 ‘데카르트’, ‘라이프니쯔’ 등의 철학자들은 좀체 넘어서기 힘든 장벽이었다. 읽었지만 도무지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철학은 오랜 독서경력에서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으로 자리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며 이리저리 여러 분야의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니 어려운 내용에 대한 독해와 이해력이 강화되었고, 더불어 복잡하고도 어려운 개념들에 대한 이해도 많이 개선되면서 독서에 탄력이 붙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어려운 분야의 책에 대한 도전의식도 점점 강해지면서, 읽고 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근접한 이해가 주는 환한 성취욕에 잠시 흥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처음 선택하게 될 때면 습관적으로 순수 철학분야 쪽으로 쉬이 발길이 돌려지지 않으며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지지 않는 채 허전한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늘 하는 말처럼 책도 인연이 있어야 읽어진다고 스스로가 지어 믿는 것처럼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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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삶을 바르게 이해시키는 학문으로 그 역할이 정해져 있다. 다른 말로 올바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길을 열어주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발을 들여놓고 사는 이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생각을 하며 사는, 인간의 숙명이라고도 할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미래를 책임져 줄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아무렇게나 살아가면 안 되듯, 생각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올바르게 사유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걸 철학이라는 학문이 가르쳐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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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밝혀주고 있지만 현대인이 사유하는 방식은 고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약하던 이천 년 전 시대와 크게 다름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날이 급격하게 변화해나가는 나머지 쉽게 따라붙을 수 없거나, 현재를 이해할 수 없는 채 급류에 떠밀려가듯 허둥지둥 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로서는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대두된다.
이 책 한 권으로서 지금 지구상의 대세로 자리 잡은, 서구 문명이 주도하는 현대의 일상들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과거의 흐름과 지금의 방식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가 변화해 나갈 방향까지 희미하게나마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동시에 보다 차분한 의식으로 대처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남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잘 해 나가는 것, 결국 혼자서 하는 일이다.
그렇게 철학은 길이고 여행이어라. (본문 중에서)
철학은 스스로 길을 찾는 여행인 것이다.
(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