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신흥마을 1-16번지. 민간인에게 유료로 실탄사격장을 개방하려해 문제가 됐던 서초구 예비군교장 아래 구가 건립한 생활체육시설이 문을 열었다.
J가든과 A씨 명의의 사유지 사이에 위치한 내곡동 생활체육시설은 착공 당시부터 무리한 행정처리로 인해 지적을 받아왔다.
규모 8,739㎡의 부지에 신축된 체육시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테니스장이다. 총 6면의 테니스장은 모두 하드코트로 이뤄져 있다. 이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직원은 "전국을 뒤져 봐도 이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테니스장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샤워시설까지 완비된 테니스장 건너 편엔 그린벨트로 묶인 A씨의 사유지가 있다. 생활인 야구팀 멤버로 알려진 A씨는 구청에 토지용도변경을 신청하며 야구장 건설에 의욕을 보였지만 구는 끝내 개발을 허용하지 않았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테니스 매니아로 알려져 있다. 서초구 테니스 연합회원 중 한 명은 "진익철 구청장이 평소 테니스에 관심이 많고 테니스장도 곧잘 찾는다. 실력도 수준급이다"고 말했다. 오는 20일엔 서초구청장배 테니스대회가 내곡동 생활체육시설에서 열린다.
서초구의 테니스 동호인 수는 약 1천4백명 선으로 알려져 있다. 서초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착공한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을 비롯, 10여개가 넘는 테니스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테니스장 건설 관련, '학교용지로 허가된 잠원동 부지(13,090㎡)를 임의로 용도변경해 테니스장 건립에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소요된 예산은 모두 54억원. 이 중 서초구가 부담한 예산은 12억원이다.
내곡동 테니스장 건립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07년, 서초구는 내곡동 1-16번지 땅을 57억원에 매입한다. 이 부지는 당초 재활용품 처리시설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토지용도변경을 하지 못한 채 유휴지로 방치돼 있었다.
몇몇 주민은 "이곳엔 본래 전통체험 학습이 가능한 된장마을 조성 얘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주민은 "2010년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내곡동으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더니 결국엔 테니스장이 생겼다"면서 "이 동네 주민들은 거의가 장년층인데 게이트볼을 치면 쳤지 테니스는 안 친다"고 귀띔했다.
구 소식에 밝은 한 서초구의원은 "진 구청장이 테니스장 건립을 직접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 구의원은 '2010년 10월 25일'이란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한 상태다.
진 구청장의 지시로부터 10일이 지난 11월 5일, 구청 생활운동과는 테니스장 6면이 포함된 생활체육시설을 내곡동에 건립하기로 결정한다.
이와 관련, 구청 직원 B씨는 "테니스장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가 있었고, 설문조사를 거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테니스장 건립을 정한 것이다"란 해명을 내놨으나 내곡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당시 체육센터 건립 관련 구청의 설문조사 협조 요청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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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테니스장 옆엔 비닐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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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테니스장 건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한 달 뒤인 12월, 구가 '양재근린공원을 재정비하겠다'란 공문을 넣자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별교부금 15억원을 구에 배분한다. 구는 시로부터 받은 교부금 중 4억 6천만원을 별도 처리, 생활체육시설 조성에 투자한다.
뿐만 아니라 구는 구의회의 예산 심의 없이 서둘러 시공 준비에 착수하며 이듬해 7월, 8억 4천만원의 추경예산을 구의회에 요청한다.
이에 대해 구의회가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시 교부금을 신청 용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전용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
당시 테니스장 건립을 총괄했던 생활운동과 조모 과장은 "시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서정협 서울시 행정과장은 "승인은 물론 문의도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다.
문제가 커지자 시는 '교부금을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구는 "받은 교부금을 모두 사용했다"라며 테니스장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그렇게 착공 테이프가 끊어진 후 다가온 12월 31일. 조 과장은 내곡동장으로 전보조치된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