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찾아 - 2022 이효석 힐링 걷기대회 참가기
지난 일요일(6월 19일), 한국체육진흥회의 주선으로 강원도 평창의 이효석문학선양회가 주최하는 ‘2022 이효석 문화예술촌 예술제’의 힐링 걷기대회에 다녀왔다. 때에 맞게 열린 행사는 첫날에 제43회 전국 효석백일장, 둘째 날은 효석사생대회, 셋째 날에는 2022 이효석 힐링 걷기대회를 중심으로 통기타 페스티벌과 2021 백일장 입상작을 소개하는 문학작품 전시전도 열리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행사가 아름다워라.
2022 이효석 문화예술촌 예술제 출발에 앞서 파이팅!
오전 7시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출발한 버스에는 만석인 44명의 동호인이 탑승, 인솔자는 체육진흥회의 일요걷기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이 참석하였다며 알차고 즐거운 나들이가 되기를 당부하였다. 주말인데도 막힘없이 달린 버스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행사장인 평창군 봉평면 가산공원에 이르니 오전 9시 40분, 먼저 도착한 임원들이 손을 흔들며 일행을 맞는다. 접수대에 등록을 한 후 행사장 옆에 세워진 이효석 상(像)을 찾아 그의 연대기를 살피고 그가 남긴 문학적 향취가 감도는 백일장 입선작품을 둘러본 후 오전 10시에 공원 무대에서 출발식이 열린다.
출발행사는 박달규 이효석문화제 이사장의 이효석 작품 속 주제인 사랑과 청춘의 열기 넘치는 고장의 걷기에 참여한 것을 반기는 환영인사와 장영규 봉평면장의 이효석 문학의 향기가 넘치는 봉평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는 축사에 이어 간단한 몸 풀기로 매듭. 곧바로 가산공원을 출발하여 효석 문학숲을 거쳐 다시 가산공원에 이르는 7km 남짓의 걷기에 들어선다. 가는 길목의 관광안내센터에 들러 평창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챙겨들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여유로워라.
봉평의 상징인 메밀꽃은 9월에 만개, 지금은 하얀 감자꽃이 제철인 도로변 따라 2km 쯤 걸은 후 낮은 구릉의 언덕길로 접어들어 잠시 걸으니 효석 문학숲 공원이 나타난다. 언덕길 오르느라 땀이 나는데 공원 길의 자작나무 숲에 다다르니 시원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며 이 길이 힐링 걷기코스인 것을 실감한다. 초입에 새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름장이라 애시 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뭇군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
걸으면서 살핀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 산야
공원 초입의 데크길 내내 이어지는 소설구절들을 읽다보니 어느새 더 가파른 산길로 들어선다. 한참 걸어올라 이른 곳은 볼품없는 작은 연못, 그곳에서 발길을 돌이켜 오던 길을 되밟으니 올라갈 때보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먼저 내려간 일행들은 중도의 토산품매장에 들리기도.
가산공원 입구의 다리 위에 만개한 꽃길 지나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낮 12시가 지난다. 골인지점에서 나눠주는 다육 화분 하나 받아들고 행사장 천막 아래 그늘에서 휴식, 일행들이 다 도착하자 주최 측 사회자의 진행으로 퀴즈대회가 열린다. 많은 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시된 퀴즈는 이효석 예술제의 이름에 걸맞게 상당부분이 이효석 관련 문항, 의자에 앉아 이를 지켜보는데 도착하자마자 이효석 연대기를 살폈는데도 더러는 정답을 맞히기 어렵다. 나중에 확인한바 최종 우승은 어린이, 꿈나무들이 대견하구나.
점심식사는 유명한 봉평장터의 식당가, 지역특산인 메밀막국수 집에 손님이 넘친다. 푸짐하고 시원한 막국수가 별미로다. 부인과 함께 참가하여 따로 앉은 유병희 이사가 어느새 밥값을 계산, 멀리서 온 것을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워라.
오후 2시 20분에 가산공원을 출발하여 귀로에 올랐다. 올 때와는 달리 더러 교통체증에 걸리기도 하였지만 비교적 순탄한 이동, 죽전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청주의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가깝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산뜻, 뜻깊은 행사를 마련한 주최 측과 이를 주선한 한국체육진흥회 임원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여 친절한 안내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양종실 이사가 벤드에 2022 이효석 힐링 걷기대회 참가 후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남겼다. ‘봉평의 막국수는 역시 맛있었습니다. 가을에 메밀꽃 축제 때는 30만 명이 방문한답니다. 오늘은 메밀꽃이 아닌 감자꽃이 우릴 반겨줬습니다. 더덕밭, 도라지밭, 당귀밭, 배추밭, 무밭을 따라 올라가니 예술촌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있었습니다. 데크 숲길을 따라 올라가며 시 구절, 소설구절에 여고생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오늘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출발하기 전 준비 운동하는 우리 회원들의 모습과 걷기와 함께하는 배낭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사진작가인 배준태 상임이사가 밴드에 올린 '2022 이효석 힐링걷기'의 이모저모, 배낭 맨 내 모습도 들어 있네!
이효석 힐링 걷기대회에 참가한 소감, 그의 36년 짧은 삶은 고단하고 다난하였지만 후세에 길이 불멸의 향기로 남았구나. 아름다운 여운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요!
* 2009년 6월, 동문회원부부들과 1박2일 코스로 강원도 평창과 양양일대를 여행하였다. 그때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을 찾아’란 제목으로 쓴 이효석 생가와 문학관을 찾은 기록은 이렇다.
‘강원도는 메밀과 감자의 특산지인데 때에 맞춰 아름답게 핀 감자꽃이 눈길을 끌고 소설 속의 무대인 봉평 장터 이웃마을들에는 메밀이 잘 자라고 있다. 1907년에 태어나 1942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효석의 생가를 둘러보고 광장으로 나오니 소설 속의 소금장수가 타고 다닌 당나귀가 히잉 소리를 지르며 자기들도 보고가라고 순례자들을 붙잡는다.
이효석문학관에서 짧은 인생을 굵게 살아간 그의 행적을 살필 수 있음도 좋은 시간이었다. 아내와 둘째 아들을 앞세우고 시름을 달래려 순례길에 나선 하얼빈의 서구적인 모습을 담은 전시물도 인상적이고.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적힌 소설 속의 문장을 보며 글 쓰는 이들은 이런 표현기법을 익히면 좋으리라고 여기기도 하면서 문학관을 나섰다. 낮 12시 반, 문학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봉평 막국수집이 우리를 부른다. 음식점에서 내놓은 편육과 동동주 맛이 좋았고 수북하게 담은 막국수의 점심식탁이 풍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