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968년, 군대 화장터,<영현반> 군병 일기,
깡! 깡! 깡!
포탄 껍데기<탄피>가 운다. <당직사병이 망치로 침.>
잠을 잔둥 만둥 하다가 잠이깼다.
산골짜기 가을 아침은 으스스 춥다.
고참병<4명>들은 제각각 화火장터에서 맡은봐 분야에 분주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웃 동네 형님 아우처럼 친근하고 격의없어 보이고,
또,보기에 따라서는 위 아래 질서도 구분하지 못하는 아주 개념없는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었는데,
상반된 시각으로 고참병들을 평가 절하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6시기상 9시취침이다.
군 여느부대와 같은 시간대에 기상이고 취침이다.
단,복장만은 제멋대로다.
아침 식사후,
"오이병! 늬,어떤일이 있드래도 반화실<시체태우느곳>엔 들어오면 안된닷! 알았제!"
"넷! 알겠습니다"
영현반 화장터에서 근무하다 보니 본인들 자신들은 착각을 한다.
산골짜기 외진곳에서 싸늘한 주검만 수습하다 보니,...!?"
우리가 사람이여??? 귀신이여??? 군인이여??? ... 착각을 한다.
전우여 잘 자거라~~~ 전사한 전우는 말이 없다.
~"마지막 가는 길에 한치의 오차도 있어선 않된다."~
~"주검이 석연치 않게끔 철저한 서류를 갖춰야 한다."~
영현반 고참병들은 저승 사자였다.
60개의 도장이 적확히 제자리에 찍혀 있어야 한다.
영현반 고참병들은 고집불통의 사나이들이었다.
복장에 관등성명<계급장과이름>이 없기에 영관급 대대장 앞에서도 움츠려 들지않고 완벽한 사死자의
철저한 서류를 심사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멀게만 느껴지던 것이 이토록 가까이에도 있을 수 있는가?
시간이 무한을 품을 수 있는가?
과거는 또 미래이기도 한 것일까?
사람의 죽음은 삶의 의미라든가 시간과 영원의 의미와 같은 깊은 주제들을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나 여기에는 무슨 환상도 상상도 필요 없다.
생사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죽움 다음에는 바로 불 구덩이로 내 던져진다.
삶은 너무나 간결하며 죽움은 늘 도둑처럼 찾아온다.
영현반 화장터에서는 모든것이 끝을 맺는다.
이곳 영현반<화장터>에서 유일하게 반듯한 모양의 통나무집엔 불교당과 교회당이 있다.
불교당에서는 아미타불 목탁이 울고 기독교회당에서는 요단강 건너가 만나자며 찬송이 운다.
불교당에서는 극락세계로 가는 염불을,...기독교당에서는 천당가는 찬송을 한다.
결국은 또,이어지는 영혼의 세계를 사람들은 탐한다.
죽음을 보면서 무상을 느끼기도 하고 낙엽을 보면서 무상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코 무상은 허무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본다.
모든 존재는 무상한다 고,
무상에 대한 통찰은 식견이 짧은 나로 하여금 닿지않는 그 허망에
때때로 고통스럽게도 한다.
자식의 사망에 불야불야 쫒아온 부모들은 통곡을 한다.
쌩때같은 젊음<군인간,아들>의 죽음을 두고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고 토를 달면서 때로는
불교당이 교회당이 무례하고 시끌벅적 한다.
주어진 순서대로 의식을 주재하는 차례의 격식이 중단되고 오열이 난무한다.
무수한 말<言>들은 수그러 들고 떼기 어려운 정 떼느라 소주 한 잔에 인생무상을 토해 낸다.
망<亡>자는 말이 없다.
화장터 골짜기에 어둠이 밀려온다.
오늘도 하루살이를 잘 보았고 충분히 공감을 하고 바쁜 하루를 뒷 치닥거리로 마감한다.
가을이 가고 깊은 겨울도 가고 봄이 왔다.
봄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한 듯 하지만 돌아보니 참으로 한가로움을 느낌을 주는 토요일 오후,...
진정 산골짜기에도 이미봄은 찾아오고 있다.
작은 계곡에 물은 말라 있어도 자리를 틀고 있는 버들강아지가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
말로만 듣던 심심산골의 산골짜기의 봄이 바로 턱밑에서 봄이 아지랑이를 피고있다.
고참병들이 외출을 서둘르고 중사님은 이미 아랫마을 새색시집으로 출행랑쳤다.
두어달 전에 신고한 신참 쫄병이 하는 일 없이 바삐 설치고 느긋한 서울 토백이 고참은
낮잠을 즐긴다.
1968년 6월 29일
대전 3관구 헌병대 구치소에서 육신에 입은 상처는 흉으로 남았으나,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생생하게 깊다.
40여년이 지났음에도 마음의 상처들은 아물지 않은체 지금도 악몽을 꾸고있다.
험상굿은 헌병이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고무호수로 등짝을 휘둘렸던
그 악몽이 있기에,...
육신에 입은 상처는 가셨으나 마음의 상처들은 온전히 치유되지 않음에서...
아직도
꿈결에서 그 고무호수가 난무하는 악몽이 있기에,..
안타깝기만 할뿐이다.
2002년 3월 이른 봄 날, 우두봉/오 명수 이등병,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11.23 20:11
첫댓글 군대 이야기는 평생 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힘들고
추억이기에 ...
오늘도 좋은 하루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