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낸 한국학과 교수들과 전공 학생들이 힘을 내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추석날이었던 지난달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에 있는 레스토랑 '에브라시아(유라시아)'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김치' 전문 서적을 낸 한식 요리사 안드레이 나움치크(61)씨가 마련한 '김치' 출판 기념회 겸 추석맞이 파티다.
러시아어로 된 김치 전문 서적 '김치'를 소개하는 나움치크씨
그는 모스크바국립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 북한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배운 김치 담그는 비법을 엮은 '김치' 책을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소개했다. 또 다양한 한식 요리로 풍요로운 '추석 맞이' 식단을 꾸몄다. '한국식 잔치'가 열린 '에브라시아'는 지난 8월 러시아국립인문대학교 앞에 문을 연 동양식 요리 전문 레스토랑. 주 메뉴는 그가 책임진 한식이다.
참석자들은 김 나탈리아 모스크바국립대학 한국학센터 소장과 마샤 살도토바 러시아국립인문대학 학국학 과장, 김원일 러시아민족우호대 교수 등 모스크바의 한국학과 교수와 전공 학생들이었다.
나움치크씨는 이날 "김치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 왜 특별한 지 러시아에 알리고 싶었다"며 '김치'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책에는 김치의 다양한 효능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다른 김치와 남북한 김치의 차이점 등이 소개되고, 60여종의 김치와 김치를 이용한 요리법 20가지, 한국식 장과 젓갈 등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실렸다. 그는 김치가 배추를 기본으로 하지만, 갖가지 채소와 양념들을 함께 버물려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계절별로 김치 담그는 법, 먹는 법이 다르다는 점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추석맞이 잔치에선 나움치크씨가 직접 담근 무김치와 배추김치, 백김치, 양배추김치. 호박김치 등 각종 김치들이 손님들을 맞았다. 또 소갈비찜과 수육, 만두, 닭도리탕, 잡채, 두부김치. 비빔국수, 김밥 등 다양한 한식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그가 직접 담궜다는 '수제 막걸리'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참석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풍성한 한식 요리와 막걸리를 즐기는 참석자들
그는 지난 1997년 모스크바에 한식 레스토랑을 차렸는데, 이때 한국에서 온 요리사로부터 김치와 족발, 비빔밥 등 한식 요리법을 배웠다고 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잔치에서는 한국학과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BTS 정국의 솔로곡 '유포리아' 등 K-팝을 열창하는 등 젊음을 발산하며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K-팝 경연 무대
다음은 나움치크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글 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Q: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해주신다면
-"모스크바국립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이후 전러시아노동조합 중앙위원회에서 북한노동조합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소련 선수단의 통역 요원으로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1991년부터 여행업에 뛰어들어 한국기업 대표단(38개 기업)의 옐친 대통령 면담 행사를 만들었다. 또 김연철 진도그룹 부회장의 '사랑과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다'란 책을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했다. 모스크바에서 처음으로 비행기편을 이용한 '보따리 장사'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한국 유학 사업을 펴기도 했다.
1997년에는 한국에서 요리사를 초빙해 모스크바에서 한국식당을 오픈했으며, 한국의 아동복 브랜드 '해피랜드, 압소바, 파토라반' 대리점을 경영했다. 이후 한식 요리에 관심과 열정이 생겨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한 뒤, 2019년부터 모스크바의 동양 요리 전문 레스토랑에서 한식 담당 책임자로 일했다".
Q: 김치 전문 서적 '김치'를 저술하게 된 계기는?
- "나의 '김치' 책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 담그는 법을 정확히 소개한 러시아어 책이 없었다. 그래서 김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오해가 러시아에 많이 펴져 있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 책을 펴낸 첫번째 이유다.
또 러시아에서는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이 계속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김치가 배추로 만든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채소와 양념들을 버물려 만든,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점을 아직 잘 모르고 있어 깨우쳐주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식이 정말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을 러시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움치크씨와 자리를 함께 한 필자(왼쪽)
Q: '에브라시아' 레스토랑은 언제 문을 열고 인연을 맺었나?
- "동양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을 '모스크바 센터'에 열겠다며 도움을 요청하길래, 레스토랑 사업 자체와 한식에 대한 모스크바 시민들의 관심을 조언해준 게 계기가 됐다. 레스토랑 대표가 주 메뉴를 한식으로 할테니,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해 왔다. 그래서 레스토랑을 연 지난 8월부터 요리장(책임 셰프)로 근무하고 있다".
Q: 추석맞이 파티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전통 명절인 추석을 맞아 한국학 교수들과 전공 학생들을 초대해 그들의 흥을 돋우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특히 직접 담근 '막걸리'를 선보였다. '수제 막걸리'는 앞으로 '에브라시아'를 대표하는 술로,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Q: 한국 사람이나 한국 요리를 사랑하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나는 운명적으로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무엇보다도 먼저 한국을 알게 해주고 '오늘의 나'를 있도록 도와준 많은 한국 친구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한식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한국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김치를 담글 줄 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한국 요리는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진, 맛있고 건강에도 매우 좋은 자연식이다.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한국인의 건강과 장수 비결의 하나로 음식을 꼽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러시아사람들이 한식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