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 이야기
3. 기후(岐阜)의 시라고와고(白川鄕)
일본 후지산(富士山) / 전통초가집 갓쇼쯔꾸리(合掌造り) / 찻집 시라카와고(白川鄕)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나고야(名古屋)는 일본 3대 무역항 중의 하나라고 한다.
아침을 먹은 후 기후(岐阜)에 있는 전통마을 구조하치만(郡上八幡)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구조하치만은 물의 마을(水の里)이라고도 불리는데 옛 에도(江戶)시대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으로 일본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하여 내가 적극 관광을 주장하였던 곳이다.
젊은이들은 잘 몰라서 노인들한테 물어물어 기차를 탔는데 예상보다 훨씬 멀었고,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곳이었다. 기후(岐阜)는 산악지대로 기차가 꼬불꼬불 산속으로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간다. 갈아타는 역에 내려 물어보았더니 이곳부터는 JR패스로 안되고 Local 표를 사야 하며, 또 2시간 이상이나 더 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단다.
결국, 일본 전통초가집인 갓쇼우조(合掌造)와 전통 생활모습 관광을 포기하고 그냥 돌아오기도 서운하여 역 부근의 관광지를 알아보았더니 일본 소화촌(日本昭和村)이 있다고 한다.
택시를 탔는데 제법 멀어서 택시비가 2.000엔(47.000원)이나 나왔다. 기본료가 620엔(8.500원)이니....
일본 소화촌은 우리나라 민속촌 비슷하게 꾸며놓았는데 성인대상이 아니라 학생들 교육실습용 비슷하여 실망하였지만, 손님도 별로 없어 전통 차도 마시며 그런대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냈다.
구경하다 보니 시라가와고(白川鄕)라는 간판의 찻집이 보이는데 근처에 시라가와(白川)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있었던가 보다.
일제(日帝)시기, 우리나라에 일본인들이 창씨개명(創氏改名)을 강요했는데 사촌 형님의 이름이 白川吉野(시라가와 요시노), 즉 우리 백(白)씨는 시라가와(白川)로 성씨를 바꾸었었다.
내가 찻집의 50대 여인에게 일본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성씨가 바꾸(白)인데 대한민국 일제(日帝)때 창씨개명으로 시라가와(白川)로 바꾸었다. 우리 사촌 이름은 시라가와 요시노(白川吉野)로 바꾸었지만 나는 해방 후 출생이라 창씨개명은 하지 않았다...’
찻집 일본 아줌마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나한테 허리를 구부리고 수도 없이 연달아 절을 해댄다.
도쿄역 지하에서 우리가 매표하는 창구를 몰라 그곳에서 덴뿌라(?)가게를 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옆에 일하던 아가씨에게 눈짓을 하자 아가씨는 앞치마를 벗고 나오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그러더니 거의 10분쯤이나 지하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가더니만 저 창구라고 우리에게 일러주고는 뒤돌아선다.
너무나 고마워서... ‘아가씨 이름은(あなたの名前は?’ ‘○○예요(○○です).’
‘○○양 너무 고마워요(○○さん、トモアリガトゴザイマス......’ ㅎㅎ
또, 교토(京都)를 둘러볼 때 길옆에 앉아 쉬는데 어떤 동양인이 느닷없이 교토어원(御苑)이 어디냐고 묻는다. 마침 우리가 막 다녀오던 길이라 ‘이 담벼락을 따라 쭉 가다가....’
가르쳐주면서 보니 서양사람 두 명을 안내하는 모양이다.
내가 가르쳐준 후,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일본인이란다. 세상에......
웃으면서 ‘나는 한국인이요(私は韓国人だ).’ 했더니 계면쩍은 웃음을 흘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이번에는 영어로 서양인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요?’ ‘멕시코에서 왔습니다.’
‘아, 그래요? 나는 멕시코를 2번, 한 달간 배낭여행을 했는데 구석구석 골고루 다녀보았지요.’
과달루페(Guadalupe) 성당, 떼오티와칸(Teotihuacan), 팔렌케(Palenque), 와하카(Oaxaca), 치첸이트사(Chichen-Itza), 유카탄(Yucatan) 카리브해의 환초(環礁)... 두 녀석도 깜짝 놀란다. ㅎ
한국 사람인 내가 일본인 가이드(Guide)한테 길을 가이드(Guide)한 셈이고..... 웃기는 세상이다.
내 젊은 시절 도쿄의 한국인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싶어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형님의 만류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일본어 공부가 이처럼 친구들 3명을 인솔하고 일본 배낭여행 가이드까지 가능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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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여행하는 내내 가는 곳마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인들의 성향은 완전히 극과 극이라는 느낌이 짙은데, 일본 지식인 중에는 역사를 바로 읽고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늘어놓는 몹쓸 인간들도 부지기수이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우리 한국인(조선인)들의 인간성으로 말하면....
끝없이 서로 물고 늘어지고 모함하던 사색당파(四色黨派) 싸움,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여 사지로 내몰아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는 등, 우리 한민족이라고 특별히 나을 것도 없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목숨을 내걸고 투쟁에 앞장서던 항일투사(抗日鬪士)들을 비롯하여 정의를 위하여서는 참지 못하는 열사(烈士)들도 많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노라면 완전히 ○(멍멍)판.... 언급(言及)을 회피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