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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사회사업 질문 5가지 생각하기
시작하는 ‘물음표’
'질문 있으신가요?'
교수님이나 발표자가 이야기를 마칠 때쯤 자주 하는 말이지요. 얼른 수업 또는 발표가 끝나기만을 바랐던 사람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이때, 손을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기소개를 짧게 한 뒤에 궁금했던 점을 묻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계속 꾸벅꾸벅 졸던 사람? 지루해하며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던 사람? 아닐 겁니다. 열심히 귀 기울이던 사람일 겁니다. 내용을 모르거나 집중해서 듣지 않았을 때 의문이 생기던가요?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고민할 때 질문도 생깁니다.
제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사회사업 질문 5가지 생각하기로 개인비전을 정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회사업 공부에 열중하였는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점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5주 동안 사회사업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기회는 흔치 않으므로 ‘물음표’의 실마리도 찾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선생님께 여쭙고 동료들과 궁리하였습니다.
고민의 흔적을, 할 수 있는 만큼 생각이 나아간 만큼 글로 옮기려 하였습니다. 공부하며 들었던 궁금증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담았습니다.
‘느낌표’로 가는 길
물음표 1.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할 때 가치중립적일 수 있을까요?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할 때 가치중립적이지 못하였던 경험이 '물음표'를 만들었습니다.
2013년 겨울 시골사회사업팀 원통 2기로 활동하였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설악산 배움터에서 아이들과 '명절 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함께 하였습니다. 명절에 집에선 어떤 음식을 하는지, 어떤 명절 음식을 만들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만두, 모둠꼬치, 식혜, 잡채, 동그랑땡… 아이들이 다양한 명절 음식을 말하였습니다.
그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이들과 같이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 음식도 있었고, 너무 간단하여 재미를 느끼기 어렵겠다 싶은 음식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피하고 싶었던 음식들을 딱딱 골랐습니다. 만들 음식을 정하는 마지막 투표에 앞서 한 번 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만두는 재료도 아주 많이 필요하고 만들기 복잡해 보이는데 괜찮을까?”
“식혜는 끓이고, 식히는 시간이 길어서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활동에서 제 뜻보다 아이들의 뜻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실천은 어려웠습니다. 아이들과 제가 만들고 싶은 음식이 서로 달랐기에, 만들 음식을 바꾸고픈 의도가 다분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 같은 저의 ‘공작’에도 만두와 식혜를 만들려는 아이들의 의지가 강하여 제 의도는 곧 허공으로 흩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때를 다시 생각하니 참 다행입니다. 만약 제 생각대로 아이들이 결정을 바꾸었다면 어땠을까요. 음식 만들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불편했을 테고 불평하는 아이의 말에 미안했을 겁니다.
그때 이후로 사회사업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물을 때 또 제 기호를 은근히 담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한편으론 사회사업가도 사람인데 자기가 가진 가치에서 벗어나 당사자에게 물을 수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복지야성」을 공부하며 '느낌표'로 향할 수 있을만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복지야성」 '사회사업 조사 - 1. 정합성 - 1) 외부 정합성'
- 사회사업 가치 이상 철학에 부합해야 합니다.
- 조사도 해석도 적용도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
- 해석 또한 해석하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과 소신과 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 적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자기 이상과 철학, 역량과 처지에 따라 적용합니다.
당사자의 자주성을 담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공생성을 살릴 수 있도록
사회사업 가치와 철학을 실어 의도적으로 의도한 대로 묻습니다.
“사회사업가는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치를 바로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김세진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됩니다.
앞으로 원통에서 한 프로그램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복지요결」 '사회사업 방법 - 2.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 - 1) 묻기'
- 당사자나 지역사회가 프로그램을 기획 제안하게, 자료를 찾아보고 둘레 사람에게 물어보고 서로 의논하게, 여러 가지 프로그램 가운데 선택하게, 이렇게 함이 잘 묻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보기를 알려주고, 충분히 고민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아이들 부모님, 마을 어른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는 활동이라면 그분들에게 아이들이 직접 설명 듣게끔 거들겠습니다. 사회사업가 쪽 강점이 아닌 지역사회 쪽 강점을 살려 아이들에게 묻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님, 마을 어른들이 인사하고 감사하며 관계 맺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저는 그저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겠습니다.
‘사회사업가’답게 프로그램을 구실로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을 지향하겠습니다.
물음표 2.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어디까지 존중해야 할까요?
중풍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어르신의 큰 아드님은 어르신께서 혼자서도 식사를 하시고 걸어 다니실 수 있길 바랐습니다. 어르신을 구슬리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큰 아드님은 어르신의 재활치료를 도왔습니다. 드디어 어르신께서 간병인의 도움 없이도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 되었구나!' 한 순간, 어르신께서 작은 아드님 댁으로 떠나버리셨습니다. 작은 아드님은 잔소리도 하지 않고 어르신이 그저 편하게 계시도록 했기 때문이지요.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진 어르신의 중풍 증상이 깊어졌습니다. 어르신은 결국 재입원하셨습니다. 큰 아드님이 생계를 미루고 수발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재활치료를 하며 병환이 옅어지자 어르신은 또 작은 아드님 댁으로 떠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간호인 없이도 생활하실 수 있도록 큰 아드님이 노력하였지만, 어르신께선 큰 아드님의 뜻을 불편하게 느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재활 의지가 없으셨기 때문인지, 큰 아드님이 어르신께 충분히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지 않아 일어난 일인지 판단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위 이야기에서 '사회사업가로서 현장에 나가 일할 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길 원치 않는 당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하지?'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려 하는데 '전 잘 모르겠어요. 알아서 해주세요. 그저 따를게요.'라 말하는 당사자가 있으면 사회사업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지요결과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복지요결」 '용어 - 개념 정리 - 18. 자기 결정권'
- 사회사업은 당사자가 복지를 이루는 데 상대방이 있는 일입니다. 당사자라고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 사회사업은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가 그 일에 주인 노릇 하게, 주인 되게, 돕습니다. 그런데 이는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당사자가 결정하는 대로, 그저 따른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회사업 가치 이상 철학, 기관의 정책과 형편, 사회사업가의 권한과 역량, 가용자원과 기회비용 따위를 헤아려 의논하는 겁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욕구 - 욕구 선택'
- 당사자의 욕구를 존중하지만, 우리의 처지와 역량을 생각하여 진정 당사자에게 유익이 있을 것이라는 방식으로 돕는 겁니다.
- 그러니 더욱 사회사업가로서 이상과 철학, 근본과 현실을 생각하며 욕구를 선택해야 합니다.
뜻있게 사회사업 실천하고 싶은 사회사업가라면, 사회사업을 구실로 당사자를 만나므로 당사자에게 모든 일을 맡기기만 해선 안 됩니다. '사회사업가가 좇는 마땅함이 당사자에게도 마땅함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거들어야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길 원하지 않는 당사자에게 사회사업가는 어떤 마땅함을 설명하고 당사자의 것이 되도록 거들면 좋을까요.
「복지요결」 '용어, 개념 정리 - 16. 주체의식과 자주성'
- 주체의식은 내면의 속성입니다.
자기 삶 자기 복지라고 여기고 주관하려는 의지요, 자기 복지를 이루는 데 주인 노릇하려는 생각, 주인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 자주성은 외형의 속성입니다.
자기 삶, 자기 복지에서 실제 주인 노릇 하는 정도, 주인 되는 정도를 가리킵니다.
- 주체의식이 약해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방식으로 도우면 자주성은 높아집니다.
당사자가 자주성을 지켜나가도록 거들고 싶습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며 돕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어르신과 두 아드님을 ‘사회사업가’답게 도울 방법을 궁리합니다.
어르신을 자주케 하려는 큰 아드님의 뜻은 좋았으나 어르신을 어르신답게 돕지 못하였지요. 어르신을 윽박지르거나 달래며 애 다루듯 모셨습니다. 큰 아드님이 ‘저는 아버지께서 간병 없이도 웬만큼 스스로 생활하실 수 있길 바라는데, 아버지께선 제가 어떻게 모심이 좋으신지?’를 어르신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시도록 거들고 싶습니다.
작은 아드님에게는, 어르신의 입과 몸만 봉양함 보다 어르신의 뜻을 잘 받드실 수 있도록 ‘양구체 효’와 ‘양지 효’를 잘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어르신의 둘레 사람인 큰 아드님과 작은 아드님. 두 아드님이 어르신께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도록 돕겠습니다.
물음표 3. 사회사업가의 '진정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듬어야 할까요?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욕구 : 어떤 욕구를 붙잡고, 어떻게 욕구를 합의할 것인가?‘
- 당사자 쪽 욕구와 사회복지사 쪽 욕구
- 당사자 쪽이 느끼고 표현하는 욕구와 사회복지사 쪽의 규범과 전문가적 판단. 이 둘 사이의 욕구가 다를 경우 이를 합의해야 합니다.
당사자와 사회사업가의 관계에 '진정성'이 전제될 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김세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승철 오빠와 이때의 진정성이란 무엇일지, 어떻게 하면 당사자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저는 사회사업가의 일관된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행동과 말이 다르고, 같은 상황이라도 때마다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려우니까요.
승철 오빠는 더 나아가 당사자의 유익까지 있으면 '사회복지사가 진정 나를 위하는 사람이구나.'라 당사자가 느낄 것이라 했습니다.
이어서 ‘처음부터 당사자가 유익을 느낄 수 있을까’가 궁금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익’은 ‘당사자의 삶에 나타난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사회사업가가 일관성만을 갖춘다고 유익이 절로 생기진 않을 겁니다. 한결같은 사람이 모두 유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아니지요.
당사자의 삶에 어떠한 유익을 일으키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 또 한 가지는 ‘오랜 관계’입니다. 한결 같은 사람이 오래 곁에 있으며 내 유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사회사업가의 '일관된 모습', '당사자 쪽 유익'. 그리고 '관계 맺어온 시간'. 당사자에게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사회사업가의 강점 세 가지라 생각합니다.
승철 오빠와 이야기 나누며 ‘진정성’에 관한 답을 나름대로 내보았지만 여전히 아리송합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를 펼쳤습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 욕구 - ④ 욕구 합의 – 각주 23)’
- 욕구의 합의. 당사자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이뤄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이는 당사자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제안이 정말 당사자에게 유익일지라도 믿음이 없다면 이루기 쉽지 않습니다.
사례관리의 ‘지속성’을 생각합니다. 상당기간 꾸준히 만나며 신뢰를 쌓아야 하는 일이 사례관리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진정성’이 신뢰를 쌓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초월하기도 합니다. 처음 뵈었더라도 당사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예와 성의로, 진실한 마음으로 만나면 큰 수고 없이도 우리를 믿어주고 따라주기도 합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에서는 당사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예와 성의로, 진실한 마음으로 만날 때 ‘진정성’이 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오랜 관계’가 ‘진정성’을 이루는 요소라 생각하였는데, ‘진정성’은 사회사업가와 당사자가 관계 맺은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어렵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다시 설명해주셨습니다. 사회사업가와 당사자가 깊이 오래 관계하면 ‘진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나, ‘진정성’이 기존 관계를 초월할 때도 있으므로 관계의 깊이와 시간만으로는 ‘진정성’을 정의내릴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복지요결」 ‘사회사업 방법 – 4. 약자일수록 더욱 정성스럽게’
- 4) 예를 갖추어 정성스럽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다 보면 마음도 그렇게 됩니다. 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됩니다. 그 마음에서 긍정적 기운이 나옵니다. 이 기운이 사람을 움직이고 일을 이룹니다.
「복지요결」에서 말하는 사람을 움직이고 이를 이루게 하는 기운이 ‘진정성’이라 생각합니다.
‘진정성’만 있다면 사회사업 잘 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업가로서의 가치와 철학 이상 즉, ‘마땅함’이 없는 ‘진정성’은 빛 좋은 개살구일 겁니다.
‘마땅함’은 또 어떻게 갈고 닦을 수 있을까요? 김세진 선생님께서 ‘사회사업 가치와 철학, 이상에 가깝도록 글과 말, 행동을 다듬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쓰고, 말하고 행동할 때 항상 ‘마땅함’을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이렇게 다듬은 ‘마땅함’을 ‘진정성’에 녹여내면, 신뢰를 쌓기 위해 필요한 시간도 초월하는 ‘진정성’을 가진 사회사업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마땅하게 말과 글을 쓰고 행동하는, ‘진정성’ 있는 사회사업가를 꿈꿉니다.
물음표 4. 노인과 다른 세대를 이을 수 있는 '평상'은?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생태'
-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살인사건. 이 사건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그 관점에 따라 해법도 달라집니다.
‘신문 1)’은 유력 용의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이 신문은 1면에 "'길에서 태어났다'고 길태, 툭하면 거짓말하던 외톨이"라는 기사를 내 김 씨의 친구 관계, 양부모 손에서 자란 어릴 적, 학생 시절 생활기록부 등을 다뤘다. 김 씨의 중학교, 고등학교 때 사진까지 실었다.
‘신문 2)’는 범죄가 일어난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 지구의 빈곤과 치안 부재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이어지는 다른 기사에서 ‘신문 1)’은 경찰력 강화와 CCTV 설치를, ‘신문 2)’는 주거환경 개선과 이웃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했습니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범죄 예방을”이처럼 경제적 빈부차가 ‘치안의 빈부차’로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치안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이양 사건을 계기로 ‘재개발 지역의 방범 활동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순찰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창원 교수는 “경찰의 순찰만으로는 범죄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개별 건물에 대한 범죄 예방보다는 지역 공동체 차원의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며 “재개발 지역에선 빈집 출입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고, 다세대주택은 동네 사람들이 둘러앉아 쉬면서 마을을 살필 수 있는 작은 공공시설을 만드는 것이 범죄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문 2)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방법은 마을에 ‘동네 사람들이 둘러앉아 쉬면서 마을을 살필 수 있는 작은 공공시설’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해 범죄가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작은 공공시설. 김세진 선생님께서, 작은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상’이 바로 그 공공시설이라 하셨습니다.
저는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윗글을 읽고 나서 어르신들과 다른 세대 사이 단절을 희석하고, 관계를 이을 수 있는 '평상'과 같은 다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평상'은 적극적 복지이며, 사회사업 철학이 살아있습니다.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습니다.
지은이와 이야기하던 중 구슬팀 2기 활동 동안 그 무언가를 찾는 일이 제 한계에 닿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지금 제 처지와 역량에서도 가능한 일을 찾았습니다. 복지관에서 진행 가능한, '평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사회사업은 생각해볼만 하겠다 싶었습니다.
자원봉사를 통해 어르신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미 언니에게 제 비전을 설명하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미 언니는 어르신들과 다른 세대가 함께할만한 사회사업으로 '명화 보기'를 추천해주었습니다. 명화 보기는 어르신들의 젊은 시절에 상영한 영화를 다른 세대와 함께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역할만을 맡는 배우들이 젊음을 뽐내고 있는 영화를 봅니다. 다른 세대에게, 어르신들께서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젊고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어르신들도 청춘을 다시 회상하며 추억을 나눌 기회를 얻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는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도와 함께 자서전을 쓰고 싶습니다. 책모임에서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를 읽고 든 생각입니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시민 기자가 홀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그분들의 인생을 옮겨 쓴 책입니다. 책모임에서 동기들과 이야기 나누며 어르신들도 다 당신들 삶의 주인공이셨음을 알았습니다. 10대 20대 30대…가 독립적으로 나뉘어 있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노인이 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서전을 구실로 어르신과 다른 세대가 살아온 이야기를 공유하고 서로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또 어떤 사회사업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하였습니다. 노인 복지 분야로 진로를 생각 중인 성욱 오빠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성욱 오빠는 '평상'이 모든 마을 사람이 함께 이용하고, 모일 수 있는 구실임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덕분에 제 생각이 '어르신과'에 너무 치우쳐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생태가 좋아지면 절로 어르신과 다른 세대들의 관계 역시 가까워질 텐데, 놓치고 있었습니다. 사회사업 철학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노인 복지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어르신과의 만남이 전부가 아님을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비록 물음표 4는 처음부터 한계에 닿아 있었고 느낌표에 가까이 나아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틀'에 갇히면 근본을 놓치기 쉬움을 배웠습니다. 유익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어르신들께는 여쭤보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노인 복지 분야에서 사회사업 가치와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께도 여쭙지 못했지요. 이 아쉬움을 사회사업공부팀 활동을 마치고 어르신들과 현장의 선생님들을 찾아뵈며 풀고 싶습니다.
물음표 5. 사회사업가가 돌려야 할 '물레'는?
「사회복지사 김세진의 독서노트」 '41. 간디의 물레'
- 간디가 물레를 택한 이유는 자급하는 자치의 삶을 의미합니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계획하고 이뤄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겠다는 뜻도 있습니다. 자기의 삶에 자기가 주인 되겠다는 것입니다. 내 삶을 내가 계획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내 삶이 소박하고 단순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사회사업가가 돌려야 할 물레는 '걸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가 사회사업가의 물레일 겁니다.
당사자는 사회사업가의 걸언을 통해 당신 삶의 주인공으로서 마땅히 자주할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당사자의 일이 되게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당사자 스스로 계획하고 이뤄갈 힘이 생기고, 길이 보일 것입니다.
사회사업가는 걸언하며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사업가로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당사자를 만날 수 있을 테지요.
「복지야성」 '현실론 - 1. 어떻게 함이 현실적입니까?'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면,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과 함께 자원이 따라옵니다. 공간도 재료도 도구도 돈도 해결됩니다.
당사자에게,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복지를 이루니, 예산이 적어도 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면 예산이 없거나 적어도 잘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걸언으로, 외부에 도움을 받아야 얻을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 자원들이 해결된다고 합니다.
구슬팀 2기 일정에 ‘지리산 둘레길 걷기’가 있었습니다. 둘레길 모든 코스를 다 걷지는 못하였지만 걸으며 만난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원 양묘사업장 앞에서 뵌 아주머니는 당신 드실 얼음물 챙겨 가시며 구슬팀에게도 얼음물이 가득 든 페트병 두 통을 주셨습니다. 곡성 상한마을에서는 어른들께서 밀가루, 식용유, 프라이팬, 멜론, 부추, 깻잎, 상추, 감자를 선뜻 내주셨습니다. 국밥을 먹으러 간 화개장터의 한 음식점에선 튀김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돈이 많아서 얼음물과 많은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그저 인사하고 감사하였을 뿐입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는 해볼 틈도 없었습니다.
마을에 어떤 유익을 가져다주지 않은 구슬팀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이만큼 누렸습니다. 하물며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도록 거드는 사회사업가는 어떨까요. 예와 성을 다해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한다면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복지를 이루는 일이 무리가 아닐 겁니다.
‘느낌표’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2013년 여름,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 실습 때 합동연수
2013년 겨울, 시골사회사업 원통팀 2기
이번 대학생 사회사업공부팀 구슬 2기
사람다움 사회다움, 사회사업 가치 개념 이상 철학 주안점과 그에 합당한 방법, 사회사업가의 정체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누렸습니다. 매번 제 물음표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첫 번째 배움은 그저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사회사업 할 수 있구나.', '이런 게 여느 사람살이처럼 돕는 거구나!' 하였습니다. 생소한 단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물었습니다.
두 번째 배움 때는 '정말 가능할까?' 궁금하였습니다. 원통에서 대학생 시골사회사업 활동하며 '가능함'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어째서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여야 하는지 실천하며 깨달았습니다. 인사·감사하니 정이 생겼고, 의논·부탁하니 제 뜻이 당사자의 뜻이 되었습니다. 거드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저를 오히려 아이들과 부모님, 어르신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왜?'라는 물음의 열쇠를 당사자와 둘레 관계 속에서 직접 걸언하며, 머리로 알기보다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배움에서는 '그런데 이럴 땐 어떻게 하지?', '현장에서는 사회사업 가치 개념 이상 철학 주안점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수첩을 채웠습니다.
구슬팀 2기가 되어 그 질문들의 답을 책에서 찾고, 선생님들께 여쭙거나 동료들에게 물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민하고 글로 옮겼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낯설었습니다. 즐거운 낯섦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찾은 실마리를 제 경험에 비추어 보기도 하고 실천하면 어떨지 머리로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인지 여전히 어렴풋한 느낌입니다. 결국 제자리걸음한 건 아닐까 조바심도 났습니다.
사회사업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이라면 꼭 한 번쯤 궁리해볼 법한 다섯 가지 ‘물음표’. 5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꼭 답을 찾아야지!’ 하진 않았습니다. 욕심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구슬팀 2기 활동하며 공책에 글을 써내려간 시간보다 걷고 헤엄 치고, 산을 오른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머리만 부지런히 굴리지 않았고 자연도 잘 누렸습니다. 걷고 또 걸으며 동료들과 토론도 하고 서로 공부하며 생긴 고민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책상과 컴퓨터 앞에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즐기며 공부하고, 생각을 키우는 다양한 방식이 있음을 배웠습니다. 귀한 배움 얻었습니다.
‘물음표’는 비록 ‘느낌표’가 되진 못 했습니다. 그러나 나침반의 바늘이 되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되어 무엇을 궁금해 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바늘이 되었습니다. 이 바늘을 잘 따르면 현장에서도 어떤 가치를 향해 가야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지방문차 구슬팀 2기를 찾아주신 경기 안산시상록장애인복지관 박유진 선생님께서 시작하는 ‘물음표’ 부분을 듣고 “현장에서 당사자를 만날 때 ‘왜?’ 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라는 질문이 필요함을 느껴요. 이번 비전이 앞으로 현장에서 일하게 될 때 큰 도움이 될 거에요”라 하셨습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사회사업 질문 5가지 생각하기는 제 비전이었으며 배움이었고, 당사자에게 '어떻게'를 묻기 위한 실무 준비 연습이었습니다.
투박한 질문에도 진지하게 다른 견해를 들려주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준 구슬팀 2기 동료들. 선화 언니, 성욱 오빠, 미 언니, 준화 오빠, 지은이, 상언이, 꽃잎이, 가연이에게 고맙습니다. 2주 함께해준 승철 오빠 에게 고맙습니다.
예비 사회사업가로서 한 뼘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늘 격려해주시고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신 김세진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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