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伽倻山 1,430m) 북쪽 포천계곡에 갔다.
조선 후기 응와 이원조(凝窩 李源祚)가 40년 관직을 마치고 1851년에 귀향하여
포천구곡(布川九曲)을 설정하고 구곡가(九曲歌)를 지은 계곡 끝 9곡에 정자를 지었다.
만년에야 비로소 수양과 강학에 전념할 수 있다하여 정자이름이 만귀정이다.
앞의 철제 비는 후학들이 세운 이원조의 학문진흥의 의지를 담은 비이다.
이원조는 제주목사 때
조세와 부역 경감 등 선정을 베풀고 학문을 장려한 인물이란다.
내년 여름에 다시 가고 싶다. 3,7,8곡은 못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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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축(卜築) _ 이원조 / 만귀정 현판에 걸린 詩
아령산 외지고 좁은 터 대숲 마을 깊은 곳에 / 牙田次狹 竹村深
갈곡의 시내가 앞으로 흘러 만년에야 마음에 쾌한 곳 얻었다네. / 葛谷前溪晩心
삼면의 암석 간에 쌍폭포 나뉘어 흐르고 / 雙瀑分流三面石
사방이 산으로 빙 두른 곳에 하나의 작은 산 숲을 끼고 있네. / 四山環罐一邱林
하늘이 천년의 긴 세월동안 아끼고 비장해 둔 곳이라고 말하지 말게 / 某言秘千年久
예부터 지금껏 십년을 경영하여 얻은 곳이라네. / 自是經營十戰今
반드시 금강산에 가서 놀고 싶은 빚은 다 풀었고 / 好去金剛遊債了
이제는 돌아와 흐르는 물 떠가는 구름가에 한가로이 누웠다네. / 歸來閑臥水雲
# 포천구곡가(布川九曲歌) _ 이원조
서곡(序曲) 가야산(伽倻山)
伽倻山上有仙靈 가야산 위에는 신선이 있어
山自幽深水自清 산은 절로 깊고 그윽하며 물은 절로 맑다네.
山外遊笻曾未到 산 밖의 유람객 일찍이 이른 적 없어
月明笙鶴但聞聲 밝은 달 빛나고, 생학(笙鶴) 소리만 들릴 뿐.
1曲 법림교(法林橋)
一曲沙灘不用船 일곡이라 사탄(沙灘)에선 배 타지 않고
法林橋下始清川 법림교 아래서 비로소 맑은 냇물.
遊人自此尋源去 유인(遊人)은 여기부터 근원 찾아 떠나가니
滿壑虹光拕夕烟 골짜기 가득 무지갯빛, 저녁 안개 가득하네.
*근원 찾음은 계곡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고찰하는 것이다.
2曲 조연(槽淵)
二曲槽淵淵上峯 이곡이라 조연 있고 못 위엔 봉우리
峯頭石立羽人容 봉우리 위에 선 바위 신선 같은 모습일세.
洞門一逕纔如線 골짜기 입구의 한 가닥 길 실과 같은데
水複山回翠幾重 물 겹치고 산 휘감아 푸르름은 몇 겹이던고?
*물이 옥처럼 맑으며 피라미들이 한가로이 헤엄치며 노는데 사람을 보아도 놀라지 않는다.
3曲 구로동(九老洞)
三曲渟匯架石船 삼곡이라 감도는 물굽이의 가석선(架石船)
溪邊老木不知年 시냇가 고목들은 늙어간 세월을 알 수가 없네.
當時九老題名在 당시의 아홉 노인, 그 이름 아직 남아 있어
前軰風流後軰憐 선배들 멋진 풍류를 후배가 사랑하네.
*하얀 너럭바위에 이 고장 아홉 노인이 함께 놀고 그 자리에 글씨를 새겨 놓았다.
4曲 포천(布川)
四曲亭亭出水巖 사곡이라 우뚝하게 물속에서 솟은 바위
滿嵿花木倒鬖鬖 이마에 가득한 꽃나무 거꾸로 늘어져 있네.
盤陀一面長如洗 한바탕 너럭바위 언제나 얼굴 씻은 듯하고
瓊室瑤臺頫碧潭 신선의 집에서 푸른 연못 굽어본다네.
*돌 위의 무늬가 마치 베(布)를 널어놓은 듯하다.
5曲 당폭(堂瀑)
五曲鱗鱗石氣深 오곡이라 반짝반짝 돌기운은 짙은데
誰將綠布曬空林 누가 푸른 베를 펼쳐 빈숲에서 말리나?
人間織女空杼軸 인간세상 직녀가 부질없이 베 짜지만
明月機絲夜夜心 밝은 달이 오가며 밤마다 짜는 고운 베.
*계곡 바위가 마루처럼 널찍하니 촌민들이 바닥을 씻고 타작을 한다.
6曲 사연(沙淵)
六曲沙梁碧玉灣 육곡이라 사량(沙梁)은 벽옥 같은 물굽이
數家臨水竹爲關 물가의 두어 집은 대나무 사립.
烟雲却鎻來時路 안개구름이 도리어 오던 길 막는데
眠鹿棲禽自在閒 조는 사슴과 깃든 새는 저마다 한가롭네.
*산세가 조금 트이고 비로소 인가 몇 채 있다.
7曲 석탑동(石塔洞)
七曲崎嶇上下灘 칠곡이라 험한 여울 오르내리기 어려운데
穹然石塔始迴看 둥근 석탑을 비로소 돌아보았다네.
到頭孤絶人誰識 여기에 이른 그 고절(孤絶)을 누가 있어 알리오?
風自伽倻滿袖寒 바람이 가야산에서 불어와 소매 가득 싸늘하네.
*산이 더욱 트이고 물살은 더욱 세차며 바위와 산이 그지없이 조화롭다.
8曲 반선대(盤旋臺)
八曲新村眼忽開 팔곡이라 신촌에서 시야가 확 트이고
盤旋臺下水縈洄 반선대 아래로는 물결이 휘감기네.
居民那識烟霞趣 그곳에 사는 사람 연하(烟霞) 흥취 어찌 알리?
猶向松陰醉睡來 소나무 그늘로 술 취해 자러 올 뿐.
*계곡에 접한 우뚝 솟은 언덕 위에 키 큰 소나무들이 많다.
9曲 홍개동(洪開洞)
九曲洪開洞廓然 구곡이라 홍개동은 훤하게 트이는데
百年慳秘此山川 백 년 동안 아껴 비밀스레 감춘 이 산과 시내.
新亭占得安身界 정자 새로 지어 몸 편히 할 곳으로 삼으니
不是人間別有天 인간 세상의 별천지가 이곳이 아니던가.
*누각 앞 큰 바위에 올라 만귀폭포를 내려다보니 별천지 아닌가.
- daum
/ 경북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