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베드 1,10-16; 마르 10,28-31
+ 찬미 예수님
오늘 1독서에서 베드로 1서는 희망과 거룩함에 대해 말하는데요, 우선 희망에 대해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받을 은총에 여러분의 모든 희망을 거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마음을 가다듬고’는 직역하면,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입니다. 즉 ‘마음의 허리’에 띠를 매라는 의미인데,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허리에 띠를 매고(탈출 12,13) 파스카 음식을 먹었던 것을 연상케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을 향해 떠날 때 하느님의 약속에 모든 희망을 걸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전의 삶을 떠나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받을 은총에 모든 희망을 걸라는 의미입니다.
이어서 “순종하는 자녀로서, 전에 무지하던 때의 욕망에 따라 살지 말라”고 하시는데요, 이 말씀 역시 이스라엘 백성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레위기(2,2-4)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이르라시며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떠나온 이집트 사람들처럼 살지도 말고, 이제 들어갈 가나안 사람들처럼 살지도 말고, 나의 법규를 실천하고 나의 규칙을 지키며 따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세상의 가치관을 따르지 말고 하느님의 가치관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가치관은, 오늘 1독서가 인용하고 있는 레위기의 말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라”(1베드 1,16; 레위 19,2)는 것입니다. 레위기는 이 말씀 뒤에 거룩함의 길을 여러 가지로 말합니다만, 그 핵심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중첩됨을 느낍니다. 세상의 가치는 경쟁과 질투, 소유와 배척이지만 하느님의 가치는 거룩함이고, 가장 거룩한 것은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랐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바로 앞 단락에서 어떤 부자가 예수님을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여쭈었지만,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나를 따라라’는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떠나갔습니다. 뒤이어 베드로는 예수님께 의기양양하게 ‘보십시오.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랐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뒷단락에서 예수님께서 수난과 부활을 세 번째로 예고하시자,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찾아와 ‘당신께서 영광 받으실 때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달라’고 청하고 다른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불쾌하게 여깁니다.
과연 제자들은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 것일까요? 정말 모든 것을 버렸다면, 그 말씀조차 드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고 있다는 자부심, 그 와중에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을까 하는 기대와 경쟁심, 예수님께서 붙잡히시면 도망갈만큼의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욕구, 모든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금만큼은 ‘모든 것을 버렸다’고 자신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약함이고 한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의 치기 어린 자부심을 깨버리지 않으시고 받아주시면서 두 가지 약속을 해 주십니다. 즉, 당신과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는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로 받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라 하십니다.
첫 번째 약속의 보상에서 아버지가 들어있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이것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새로운 가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두 번째 약속, 즉 내세에 대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당장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첫 번째 약속의 이루어짐인데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형제자매, 성당이라는 새로운 집, 모두 주님께서 주신 보상입니다. 말씀과 성체를 통해 당신 자신을 직접 내어주신 보상 외에도 말입니다.
옆에 앉아 계신 우리 형제자매님 얼굴을 잠깐 바라보실까요? 이분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선물로 주신 상입니다. 그런데 내 주위의 형제자매가 하느님께서 주신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사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인 줄 모르고 지나칩니다.
다시 한번 우리 형제자매님의 얼굴을 보실까요. 이분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 나 역시 하느님께서 이분에게 주시는 상이라는 것을 또한 알게 될 것입니다.
제임스 티소,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