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육백쉰세 번째
오형오락五刑五樂
정민 교수가 쓴 세상의 이야기라는 뜻의 세설신어世說新語에서 읽은 글입니다. 노인의 다섯 가지 형벌/五刑과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을 논한 대목입니다. 먼저 다섯 가지 형벌에 관한 설명입니다. “사람이 늙으면 어쩔 수 없이 다섯 가지 형벌을 받게 된다.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목형目刑이요,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치형齒刑이며,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각형脚刑이요, 들어도 정확하지 않으니 이형耳刑이요, 그리고 또 궁형宮刑이다.” 눈은 흐려져 책을 읽지 못하니 선비로서 이보다 더한 형벌이 없고, 이는 빠져 잇몸으로 호물호물한다. 걸을 힘이 없어 집에만 박혀 있고, 보청기 도움 없이는 자꾸 딴소리만 한다. 마지막 궁형은 여색을 보고도 아무 일렁임이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의 노화老化 현상을 그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승지 여선덕呂善德의 이 말을 듣고 심노숭이 즉각 반격에 나섭니다. 노인의 다섯 가지 즐거움입니다.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반드시 죽임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을 다섯 가지 즐거움이라고 하리라.” 어찌 들으면 스스로 위로하는 것 같고 여선덕이 궁형이라 했지만, 심노숭은 정욕을 거두어 패가망신할 일에서 멀어지니 얼마나 편안하냐고 기뻐합니다. 당시에는 적지 않은 75세까지 산 심노숭의 말이니 당시 많은 사람이 공감했을 겁니다. 장수하는 노인들의 공통된 시선이 삶을 보는 긍정의 시선이라 했습니다. 이만하면 됐어! 그러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