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농촌지도 공무원들이 벼 꽃필 무렵 농약 치지 말라고 했다. 일반 농민들이 우려한 벼꽃 결실이 걱정이라는 질문에 알리는 일이었다. 벼꽃 씨방에 농약이 들어가면 결실 방해로 벼농사 망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벼꽃이 피는 장면을 유심히 살피면 아주 아름다운 표정을 읽는다. 꽃이 작아 예사로 보아 넘겨 그렇지 자세히 보면 멋진 꽃이다. 꽃 수술이 아름답게 꽃가루 지닌 모양은 그대로 예술품이다. 사진을 키워 크게 맞추어 보면 아름다운 꽃 모양 실감이 간다.
벼재배에 농약 살포가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당시는 약통 분무기를 등에 지고 작업하는 농민들이 대체로 많았다. 낮에 더운 시간을 피해서도 서늘한 오전에 농약 살포 작업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꽃피는 기회를 피해 작업하려면 무더운 시간에 작업하는 어려움이 도사린다. 확실한 농약 피해 실험이라도 겪어야 할 듯하다. 당시 농약은 독성이 강해서 인체 피해가 심했다.
벼꽃 피는 시간이 오전 9시경으로 이때를 피하자면 작업 형편에 고온의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재로 그런가 하고 실험했다. 볏논 한 평에 따로 벼꽃이 만개했을 때를 맞추어 농약을 살포해 보았다. 그해 결실에 아무런 지장도 없이 벼 결실이 원만하게 다른 곳과 같았다. 나는 그 실험을 믿고 다음 해는 모든 논에 벼꽃 피는 때 관계없이 농약 살포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래도 내 실험이 잘못될 수도 있으려나 해서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이웃의 작은 피해라도 생기면 뜻하지 않은 곤란한 상황 때문이었다.
농사를 짓다가 공직에 전념하느라 그 일을 그만 잊어버렸다. 새마을 사업이 당장 다급한 일이라 업무에 집중하기 바빴다. 업무에 소홀한 공무원은 시장. 군수 명령 한마디로 직위에서 해제하던 시절이다. 공휴일도 근무하던 어려운 시절이라 쉽게 잊어버린 일이다. 시간이 좀 더 허용되었더라면 확실한 실험을 거쳐 농민들 도움을 주었을 일이라 탄식했던 경험담이다.
나중에 라디오 뉴스에 농촌진흥청 발표로 농약이 벼꽃에 닿아도 피해가 없다는 발표를 들었다. 만시지탄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늦게라도 실험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그동안 많은 농민이 헛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노릇이다. 한 말 분무기를 등에 지고 장시간 농약 살포 작업은 위험한 작업이다. 이웃 아는 사람이 농약 살포 후 중독 증상으로 사망한 일이 한두 사람 아니다. 파라티온 농약 처음 나올 때 없어진 호리돌 농약 피해였다. 무더운 날씨에 호흡으로 중독되는 사실을 모를 때의 불행이다. 농약은 입으로 마셔야만 죽는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글 : 박용 20260628 에세이 1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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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벼에도 꽃이 피는군요. 쌀이라는 열매를 가지니 당연히 이전에 꽃이 피었겠어요.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랐지만 벼의 꽃에 대한 기억은 없네요. 식물을 키워보니 벼같이 생긴 식물들이 병충해에 약한듯 보였어요. 농약치는 일로 농부들의 수고가 많았겠어요.
벼꽃이 너무 작아 예사로 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