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1999년! 초보소장시절!
관리사무소에서 쓰던 선풍기가 고장이 나서 한대를 구입하려고 기안을 작성 대표회장(당시 40 초반)에게 결재를......
(관리사무소에서 사용하던 선풍기가 고장이 나서 새로 구입하려 하오니 결재......)
회장 : (기안을 보더니) 다시 올리세요! 이걸 기안이라고 올리셨습니까?
소장 : (찍소리 못하고) 예! 검토해서 뭐가 잘못됐는지......다시 올리겠습니다.
옆단지에 베테랑 소장님에게 가서 조언을 구했더니 내 기안에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대부분 다 같다고......왜??????? 퇴짜인지 모르겠다고?????
무려 5번이나 영문도 모르고 퇴짜를 맞았습니다!
6번째에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이게 날 내쫏으려고 작심을 한 넘이구나! 그래 내 관둔다! 허지만 내도 이리 물러 날수는 읎지! 함 붙어보자! 해서
장장 A4용지 20여장에 달하는 기안을 작성해서 올렸습니다(우리나라에 선풍기가 들어온 때, 처음 생산된 선풍기 제조사 및 모델,
현재 국내 선풍기제조사등, 각종 모델등, 관리사무소 선풍기가 고장난 원인, 구입하고자 하는 선풍기의 3개의 모델, 장단점과 제조사의 카달로그를 첨부 이중 하나를 결정하여 주시기를....)
잠시후 전화가 왔더군요 열이 많이 받으신거 같다고 하면서 갈비집에서 만나자고...
사표를 써서 품속에 넣고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회장 : 제가 너무했죠?
소장 : 너무하다뿐 입니까? 솔찍하게 너 뭐가 불만이다! 이러면.....
회장 : 됐습니다! 터득하셨군요! 이정도 기안이면 앞으로는 어딜 가셔셔도 충분하게 해 내실수 있습니다. 애 쓰셨습니다.
앞으로는 간단하게 올리세요 오늘 제가 갈비 쏘겠습니다!
소장 : 고롭힌 이유가 뭡니까? 했더니
회장 : 소장님은 기술에는 능하시지만 행정에는 많이 약합니다 앞으로는 관공서, 건설사등에 각종 민원서류등 문서를 작성
제출해야하는데 그 내용이 무척 중요합니다! 문장의 의미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거든요! 소장님은 그게 약했습니다!
이젠 천하무적이 되실겁니다!
소장 : 죄송합니다 그 뜻도 모르고 저는 오늘 사표를 내려고......
저보다 당시 대여섯살 어렸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한......정회장님! 감사합니다!
그 덕분에 문서 작성에는.....내가 보낸 서류받으면 기겁을 하고 단지로 옵니다. 엄청나게 심각한줄 알고....해결이 빨리 되더군요!
상부(주로 청와대 민원실)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처리하여 결과 보고하라고 하는데 안하고는 못배기죠^*^!
첫댓글 그 문서 여기 좀 올려 보세요.
한 수 멋지게 가르쳐 주세요.
청와대는 아니더라도 LH 하청업체라도 잽싸게 달려오면 좋겠어요.
저는 노가다로 일하다 1999년에 자격증 딴지 10일 만에 마누라빽으로 282세대 관리비통장에 잔고가 200만원 남은 단지에 발령 받아 초보소장으로 나갔습니다. 츨근 첫날 8:40에 아파트에 도착하니 경비원이 승강기에 갇힌 사람 꺼내준다며 문열다가 지하1층 승강로 피트로 떨어져서 병원 실려갔다고 하더군요. 이하 생략 하고. 한 두달후 하자 때문에 시공사인 성호건설에 공문을 보냇는데 완전 조폭식으로 보냇습니다. 언제까지 처리하지 않거나 답이 없을 경우 옆에 있는 니네 회사
건설현장에 주민들 끌고 가서 데모하겠다고 써보냇더니 과연 가는 말이 거치니 오는 말이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효과가 잇더군요.그때까진 묵묵부답이던 시공사에서 이사라는 자가 전화해서는 문서를 이 따위로 보내는 놈이 어딨냐고 지랄하더군요."이 따위로 문서보내게 만든 니네들은 뭐냐, 이 넘들아"했는데 하여튼 그런 무지막지한 무식한 문서가 막무가내인 자들에겐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좋은 말로 하지만, 이 지랄맞은 성질은 잘 누그러지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