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파동
ㅡ김경주
다들 이불개고 밥먹어, 계란 후라이에.
1
어렸을 때 부모님께 물어본 적이 있어
계란도 알인데 숨을 쉬냐고
구멍이 없는데 어떻게 숨을 쉬냐고
어른들은 말 했어 속알머리 없는 말 좀 그만하라고
지난밤에 나는 밥솥에 계란이 가득한 꿈을 꾸었어
해몽을 하고 싶어 대학로 사주카페를 찾아가보았어
도사님은 점심으로 삶은 계란을 까먹고 계셨어
계란 값이 아무리 올라도 점심으로 메추리알은 먹을 수 없다고
거위알 파는 곳을 아냐고 물으셨지
여기도 수많은 철새들이 왔다가 가지만 바이러스는 없다고
알을 품고 있는 게 뭐가 죄라고!
그게 죄라면 알을 품고 사는 우리들도
다 살처분해야 한다고 거위알 파는 곳을 아냐고 물으셨지.
내 꿈 해몽은 언제 해줄 거냐고 물었어
도사님은 방역원이 묻어버린 삼천삼백만 마리의 닭들에 대해 말했어
땅에 묻히기 전에 무슨 꿈을 꾸었을 것 같냐고
삼천궁녀들처럼 삼천삼백만 닭들은 눈을 감고 구덩이로 뛰어내렸어
도사님은 마지막까지 알을 낳는 꿈을 꾼다고 하셨어.
순진하고 바보처럼 사는 닭대가리들이라서
마지막까지도 알을 낳는 꿈만 꾼다고
알을 품고 있는 게 뭐가 죄라고!
2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계란빵이 먹고 싶었어
계란빵은 너무 비쌌어 비싸도 계란빵이 좋은걸 어떡하겠어
불황에도 계란빵 장사는 빵빵하데 빵빵한 차들이 줄서서 기다려
“치킨은170도에서 튀겨야해. 200도에서 튀기면 금방 타버려”
계란빵 장사는 돈 벌어서 통닭집 차리는 게 꿈이라고 하셨어
다섯 살 된 아들이 공부를 잘하면 치킨집 사장이 될 것이고
공부를 못하면 치킨을 배달할거고
공부를 아예 안하면 치킨을 튀키면 된다고 하셨어.
치킨은170도에서 튀겨야해. 200도에서 튀기면 금방 타버려
비싸도 계란빵이 좋은걸 어떡하겠어.
3
계란 값이 계속 오르면 파리바게트는 바리게이트를 치고
뚜레주르는 뚫어보려고 할거야.
카스테라 멸종보호 협회가 생길지도 몰라.
달걀 혈맹단원들은 노란달걀과 하얀달걀 편으로 갈라 설거야
보건당국은 생닭을 만진 위험수당으로 포상금을 받겠지
철새모욕죄로 고소장 받는 사람은 없겠지만
철새처럼 살다간AI 보균자로 감시당하겠지
닭을 다 묻어 버렸으니, 산란계가 다시 부활하려면 철새의원들은
파송송 계란탁! 빡이 칠거야
사람은 한 해 동안 평균250개의 계란을 먹는데
이 알까기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할 테니까
해마다 반복되는 바이러스 게임은 언제쯤 끝이 날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려고
전염병과 물가를 가지고 장난치는 짓은 중세부터 제국이 해 온거야
공포를 만들고 필요할 때마다 꿩을 날리는 건 제국의 광우병이야
나는 계란만 먹어 속알머리가 없지만 진심으로 묻고 싶어
철새들에게 있다는AI가 더 무섭니?
인공지능AI가 더 무섭니?
모두 사람들이 만들어 낸 바이러스 아니니?
알을 품고 있는 게 뭐가 죄라고! 알을 품고 사는 운명이 뭐가 죄라고!
4
매일 밤 나는 자취방에서 계란처럼 구르면서 잠들어
이리저리 구르면서 서러운 비린내를 풍기지
달걀도 살색이고 나도 살색이라서 살냄새가 나지
삶은, 달걀이어서 여기저기 구르고
삶은, 계란이어서 자주 뜨거운 물에 들어가
알을 품고 있는 게 뭐가 죄라고!
알을 품고 사는 운명이 뭐가 죄라고!
5
어젯밤엔 꿈속에서 밥솥에 계란이 가득한 꿈을 꾸었어
달걀처럼 모여 있는 우린 너희들에겐 작은 그릇에 불과해.
너희는 수많은 그릇을 덮는 뚜껑이고.
하지만 자주 뚜껑이 열려서 문제지.
나는 애국보다는 자유롭고 싶어서 시를 쓰지만
계란빵을 안 먹고는 못살아. 카스테라 없이는 한 줄도 못써.
미안하지만 가진 게 돈밖에 없어.
그래서 우리들의 부활절엔 너희들의 제국에
하얀 달걀, 파란 달걀, 빨간 달걀, 초록 달걀을 마음껏 던져줄게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한다면
다들 이불개고 밥먹어. 계란후라이에.
다들 이불개고 밥먹어. 계란후라이에.
/<문장> 2017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