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가 이제 막 식사를 하고 있는데, 경공이 보낸 사자(使者)가 당도하였다.
이에 안자가 그와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사자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였고, 안자 역시 충분치 못하였다.
사자가 돌아가 경공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경공이 이렇게 감탄 하였다.
“아! 안자의 집이 그토록 가난하단 말인가?
과인이 모르고 있었다니, 이는 과인의 잘못이다!”
그리고는 관리를 시켜 1천금과 시장의 수납 권리를 주면서,
이를 빈객(賓客) 접대하는데 쓰도록 청하였다.
안자는 이를 사양하였다. 세 번이나 이를 내리자,
마침내 안자가 재배하며 사양의 이유를 이렇게 말하였다.
“저의 집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임금께서 내려 주시는 것으로 삼족(三族)이 그 덕을 입고 있으며,
또한 그 덕은 친구에게까지 미치고, 백성의 진휼에까지 쓸 수 있습니다.
임금께서 내려 주시는 것만으로도 아주 충분하여, 저의 집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제가 듣기로 무릇 임금으로부터 많이 취하여 이를 백성에게 베푸는 것,
이는 임금을 대신하여 백성에게 임금 노릇을 하는 것으로서
충성된 신하라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임금으로부터 많이 얻어내어 놓고도 백성에게 베풀지 않는 것,
이는 광주리에 저장만 해 놓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어진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 하였습니다.
또한 임금에게 벼슬 나갔다가 물러나와 선비에게 죄를 짓고,
그 몸이 죽어서는 가지고 있던 재산이 모두 남에게 옮겨가고 마는 경우,
이는 마치 가재(家宰)가 그 주인집 재산을 몰래 저장해 둔 것과 같아
지혜로운 자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사람이란, 십총(十總) 정도의 베와 한 되 정도의 식량이면
족히 기한(飢寒)을 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경공이 안자에게 다시 이렇게 물었다.
“옛날 우리 선군이신 환공께서는 서사(書社) 5백을 관중에게 봉하여 주었습니다.
그때 관중은 사양하지 아니하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이렇듯 사양하십니까?”
안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성인 일지라도 1천 가지 생각 중에 한 번 실수할 때가 있고,
어리석은 자라도 1천 가지 생각 중에 반드시 한 번은 얻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생각건대 관중은 한 번 실수한 쪽이고, 저는 한 가지를 겨우 얻은 자가 아닐는지요.
그래서 재배하여 감히 그 명령을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안자춘추(晏子春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