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9년...한국 국민소득·첨단산업 등 곳곳서 일본 제쳤다
광복 79주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경제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일본을 속속 추월하고 있다. 식민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GNI), 1인당 가계순자산, 수출액, 국가경쟁력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일본을 앞서거나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첨단산업 성장세도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은 75%에 육박한다. 반면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군에서도 우리나라가 일본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6194달러로 전년의 3만5229달러에서 2.7%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일본 내각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우리나라보다 401달러 적은 3만5793달러였다. 2022년까지만 해도 일본의 1인당 GNI는 3만6337달러로 우리나라를 앞섰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1인당 GNI는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명목 GNI를 총인구로 나눈 뒤 환율을 반영해 계산한다. 자국 통화가치가 높아져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NI가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엔 줄어든다. 한일 사이의 1인당 GNI를 역전으로 이끈 ‘방아쇠’ 역시 슈퍼 엔저다.
이 같은 환율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1인당 GNI는 역전 흐름이 역력하다. 일본은 지난 1992년 1인당 GNI가 3만 달러에 진입한 후 3년 만인 1995년 4만 달러의 벽도 넘었다. 2012년에는 5만413달러로 우리나라의 2만6865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하지만 장기불황을 겪으며 일본의 1인당 GNI는 3만 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만 달러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1인당 GNI가 많은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가계순자산은 2억4427만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일본의 2023년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2년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18만6100달러로 일본의 18만2600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 환율(PPP)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의 1인당 가계순자산은 25만9000달러로 일본의 22만9000달러보다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데이터 업체 CEI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3348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액은 3.6% 감소한 33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일 간 올해 상반기 수출액 격차는 35억 달러로 좁혀졌다.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연간 한일 수출액 격차는 2008년 3599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2010년대까지만 해도 1000억 달러대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632억 달러(2022년), 850억 달러(2023년) 등으로 좁혀졌다.
한일 간 수출액 격차 축소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은 2011년 823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주력인 자동차·중간재 등의 산업이 고전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붐을 탄 반도체는 물론 2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의 경우 중국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시장점유율이 46.8%에 달한다. 이에 비해 10위권 내 유일한 일본 기업 파나소닉의 시장점유율은 9.8%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생산성과 효율성, 과학 인프라 등 다양한 지표를 적용해 내놓은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의 28위 대비 8계단 상승한 20위에 오른 반면 일본은 38위에 그쳤다. 과거에는 일본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경쟁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추월이 상수(常數)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