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줌마 학생들과 함께 서울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있는 < 근현대회화 100선 전시회 > 를 보기로 보름전에 약속했습니다. 물론 내가 주선하여 만든 자리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기회이고 더욱이 소장자가 각기 다른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우리 생애에는 다시 없지 않을까 하여 꼭 보고 싶은 전시회였습니다. 아침 9시에 봉평을 떠나서 우선 다동에 있는 남포면옥에서 어복쟁반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그렇고 그런것 보다는 시골에서 접하지 못한 특별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이것으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이것 저것 추가해서 먹었더니 1인당 3만원 쯤의 게산이 나왔습니다. 말그대로 날이면 날마다 있는 일이 아니니 한번쯤 입이 호사를 누려도 좋을것 입니다.
이중섭의 황소 , 박수근의 빨래터 , 천경자의 길례언니 등과 같은 사진으로만 보아온 작품을 진품으로 본다는 것도 호사입니다. 이당 김은호 , 운보 김기창 , 청전 이상범 선생 등의 동양화도 보았습니다. 몇년전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진품을 보았을때와 유사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덕수궁에서 나오니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최근 개관한 경복궁 옆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갔습니다. 종전에 기무사령부 자리였다고 하는데 부지가 그리 넓은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어쨌든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것 임에 틀림없습니다. 비구상 위주의 전시작품들을 보기는 보았으나 지금도 아리송송.
땅거미가 질 무렵 걸어서 인사동으로 갔습니다. 나도 10여년 만에 찾은 인사동은 예전보다 많이 정비되어 걸어다니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눈요기도하고 찻집에 들려 커피도 마셨습니다. 몇몇 사람은 미술재료상에 들러 스케치북을 비롯한 미술재료를 사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저녁 먹고 봉평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에 살 경우 겪게되는 불편함을 크게 의료 , 교육 , 문화의 접근성이 뒤진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내 경험에 따른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이는 고정관념의 산물에 불과합니다. 먼저 의료의 경우 , 내가 사는 이곳에서 자동차로 1 시간 거리에 (원주 , 강릉 ) 대형의료기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1 시간 이내에 조치를 하지 않으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교육의 수준이 떨어지는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내가 접해본 이곳 교사들의 가르치고자하는 의욕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공부란 결국 자신이 하는것입니다. 근래에 이곳 고등학교 졸업생이 해마다 서울대학교에 한명씩 입학하는것이 그것을 반증합니다. 문화의 경우 개인의 관심에 따라 , 어제 나의 경우와 같이 ,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서울에 살아 접근성이 좋다고 문화를 접하는 빈도가 많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얼마전 귀농을 생각하는 대학동창 내외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귀농교육도 받고 현지체험도 해보고 하였으나 다른 삶을 살고자하니 왜 불안한 마음이 없겠습니까 ? 내가 지금까지 시골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고 앞에서 말한 나의 생각도 말해주었습니다. 우리 정도의 나이를 먹었으면 환경이 변한다고해도 일상생활하는데 크게 잃을것도 없고 잃지도 않습니다. 다만 고정관념의 틀을 깨지못해 실행하지 못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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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종님의 댓글
이건종 작성일
서울에 살고 있어도 한강 유람선, 여의도 63빌딩 전망대, 남산 타워 등 등.... 거의 가 본적이 없다네. 실제적인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가 더 문제란 생각이 드네. 고정관념의 탈피 익숙한 것에서의 변화는 다 꺼리는데 그대는 적극적으로 시도를 하니 배울 것이 많네~~ 추워지는데 잘 지내시게~
오용규님의 댓글
오용규 작성일
한수나 건종이 말대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공간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문제겠지! 한수 그래도 좋은 구경은 다 하고 사시네 ^_^
최세진님의 댓글
최세진 작성일
재밋고 멋지게 사시네. 한수의 넉넉한 마음씀과 여유가 부러우이~~ ^^
도상민님의 댓글
도상민 작성일
훈장선생! 올만에... 반가우이~~! 그 대조적으로 새하얀 잇몸이 한껏 드러난 파안대소가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