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같이 먹으면 안 좋은 상극음식
장어와 복숭아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라도 서로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 그런 대표적인 보기가 장어와 복숭아이다. 고기와 생선요리를 먹고 난 후 후식으로 흔히 과일을 먹는데 장어요리를 먹은 후에는 복숭아와 장어는 상극이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보신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장어이다. 계절적으로 비타민 A가 부족되기 쉬운 여름철에 비타민 A와 단백질, 지방이 풍부한 장어를 권장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맥주와 땅콩
땀을 흘린 다음 마시는 맥주 맛은 기가 막히게 좋다. 맥주는 '마시는 빵'이라는 별명에서 보듯 여러 가지 영양소도 골고루 가지고 있다. 맥주는 알코올 도수 4~5%인 기호성 음료여서 마실 때 간단한 스낵이나 안주를 곁들이게 마련이다. 이때 가장 흔하게 먹는 것이 땅콩이다.
고소한 땅콩 맛이 쌉쌀한 맥주와 잘 어울리고 땅콩이 함유하는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비타민 B군은 간을 보호하는 영양효율도 높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땅콩도 보관·저장을 잘못하면 인체에 매우 유해한 것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겉껍질과 속껍질까지 까서 만들어진 것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것은 먹기는 편하지만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
땅콩은 껍질을 벗겨서 공기에 노출시키면 지방이 산화되어 유해한 과산화지질이 만들어지기 쉽다. 뿐만 아니라 고온 다습한 환경 속에서는 배아 근처에 검은 곰팡이가 피는데 그렇게 되면 아플라톡신이라는 성분이 만들어진다. 이 아플라톡신은 간암을 유발하는 발암성 물질이다. 무심코 집어먹은 맥주 안주가 이렇다면 얼마나 가공할 일인가.
당근·오이와 무
일년 내내 먹을 수 잇는 채소로 오이와 무가 잇다. 이러한 채소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중요하고 향미· 색깔· 씹히는 맛으로 식사에 변화와 풍족감을 준다. 오이에는 수분이 95% 정도, 무에는 90%나 들어 있는데 비타민으로는 C가 가장 많아 오이에는 13㎎, 무에는 15㎎가량 있다. 비타민 C는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며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생리작용을 한다. 피부를 하얗게 하는 효과도 있고 감기 예방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무 생체나 물김치를 만들 때 무심코 곁들이는 것이 오이다. 오이 색깔은 흰 무와 어울리고 맛도 있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배햡이다. 오이에는 비타민 C가 존재하지만 칼질을 하면 세포에 있던 아스코르비나제라는 효소가 나온다. 이것은 비타민 C를 파괴하는 효소다. 따라서 무와 오이를 섞으면 무의 비타민 C가 많이 파괴된다. 오이 뿐만 아니라 아스코르비나제를 가지고 있는 채소로는 당근과 호박이 있다. 따라서 무채에 당근채를 그대로 섞으면 비타민 C가 많이 파괴된다.
김과 기름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품으로 손꼽히는 것이 김이다. 김에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김 한 장에 달걀 2개분에 해당하는 비타민 A가 있고 B1, B2, C, D도 들어 있다. 지방은 적은 편이지만 칼륨·철·인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김은 식욕을 돋우는 독특한 향기와 맛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고소한 향미는 아미노산인 시스틴과 당질인 만닛 때문이다. 김에는 지방이 1%도 안들어 있어 구울 때는 기름을 바르는데 기름을 바르지 않고 굽는 것보다 색깔도 좋고 맛과 영영의 균형이 향상되는 좋은 방법이다.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김을 재는 일은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김 가공품 김구이다. 밥상에 그대로 올릴 수 있어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이것을 처음 개발한 일본에서는 구이김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 아무리 신선한 기름을 사용했더라도 유통중 공기와 햇빛으로 산화가 되어 유해성분인 과산화지질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기름과 소금을 바르지 않는 구이김으로 바뀌고 있다.
도토리묵과 감
우리나라 사람이 농사짓기 이전부터 먹어 온 식량은 도토리였다고 한다. 도토리는 주성분이 녹말이나, 특수성분으로 탄닌을 가지고 있다. 탄닌은 떫은맛을 내는 것인데, 미각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탄닌은 수용성이므로 물에 우리면 많이 빠진다. 그 가루로 만든 것이 도토리묵이다. 도토리묵은 수분이 80%나 되며 100g에서 45㎉밖에 열량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비만증인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으나 탄닌이 남아 있어 변비가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도토리묵을 먹고 후식으로 감이나 곶감을 먹는 것은 나쁜 배합이 된다. 감이나 곶감에도 떫은맛을 못 느끼는 불용성 탄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닌이 많은 식품을 곁들여 먹으면 변비가 심해질 뿐 아니라 빈혈증이 나타나기 쉽다. 적혈구를 만드는 철분이 탄닌과 결합해서 소화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토리묵과 감은 궁합이 안 맞는 것이다.
토마토와 설탕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 하는 시비가 일찍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있다. 관세부과로 소송이 있었는데 채소보다 과일의 세율이 높았었다. 배심원들의 최종판결이 채소로 내려졌다. 이유는 토마토를 후식용 과일이 아니고 샐러드로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손님 접대용이나 식후 후식으로 쓰이고 있다.
토마토는 약간의 이상한 냄새와 풋내가 나므로 흔히 설탕을 넣어서 먹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식생활로 평가할 수 있다. 설탕을 넣으면 단맛이 있어 먹기는 좋을지 모르나 영양손실이 커지는 것이다.
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 B는 인체내에서 당질대사를 원활히 하여 열량 발생효율을 높인다. 그런데 설탕을 넣은 토마토를 먹으면 비타민 B가 설탕 대사에 밀려 그 효과를 잃고 만다. 토마토는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토마토에는 칼륨 함량이 많아 생리적으로 보아 설탕보다는 소금을 조금 곁들여 먹는 것이 옳기는 하나, 그대로 먹는 것이 더 좋다.
게와 감
게는 종류가 많고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데 바닷물에 사는 것과 민물에 사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꽃게가 가장 많다. 게살은 단백질이 주체가 되어 있는데 단맛을 갖는 아미노산인 글리신, 알라닌, 베타인 등이 있으며 이노신산을 가지고 있어 고유한 맛을 갖는다. 또 혈압을 안전시키는 타우린도 있다. 타우린은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고 간장의 해독기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음식을 먹어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좋아하던 음식도 식욕이 당기지 않고 평소 맛있던 음식도 모래 십는 느낌이 드는 일이 있는데 그런 경우 미각장애에 걸렸을 가능성이 많다. 체내에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성장발육과 피부, 전립선 등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아연은 인체에 미량 존재하여 여러 효소의 작용을 도와주므로 매우 중요한 필수 무기질인데 이 아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굴, 조개, 새우, 게 등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게지만, 게는 미생물의 번식이 잘 되는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짱해도 식중독 균의 수가 증가한 것을 잘못 먹으면 배탈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한 게를 먹고 후식으로 감을 먹은 사람이 토사곽란을 일으켜 몹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만들어낸 말이 '게를 먹고 감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감을 먹지 않았더라도 식중독을 일으켰을 것이다. 감은 떫은 맛 성분인 탄닌(단감이나 우리 감은 떫은맛이 없어도 불용성 타닌을 가지고 있다)을 가지고 있어 피부를 오므라들 게 하는 수렴작용 때문에 위장에 자극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위장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게를 먹고 감을 먹으면 좋지 않다는 말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미역과 파
우리나라 모든 음식의 양념에 들어가는 것이 파라고 할 수 있다. 파를 다듬어 보면 미끈미끈한 촉감을 느끼게 되는데 점질물이 있기 때문이다. 미끈미끈한 미역국에 미끈한 파를 섞으면 음식맛을 느끼는 혀의 미뢰세포 표면을 뒤덮어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유한 음식의 맛을 느끼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영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역과 파가 가지고 있는 물리성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배합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파의 성분을 보면 인· 철분이 많고 비타민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가 있고, C도 많다. 그런가 하면 파의 자극 성분으로 황화알린이 있는데, 마늘에 들어 있는 알린도 있어 비타민 B1유도체가 된다. 이 알린은 창자에서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쉽게 흡수되고 이용도가 높은 새로운 비타민B1으로 변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파에는 인과 유황이 많아 미역국에 섞으면 미역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역국에 파를 섞으면 맛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고 영양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시금치와 근대
시금치는 뛰어난 채소이기는 하지만 옥살산이 대단히 많다. 이 옥살산을 이전에는 수산(蓚酸)이라고 했다. 이것이 인체 내에서 옥살산칼슘(수산석회)이 되면 결석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근대라는 채소에도 옥살산이 많으므로 신석증이나 담석증의 염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옥살산은 물에 으깨어 씻으면 일부는 빠져 나간다. 또 열에 매우 약해서 가열에 의해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되고 만다.
그래서 옥살산이 가장 많은 채소인 시금치와 근대를 함께 먹는 것은 좋지 않는 궁합이다.
약복용과 음식
약을 복용할 당시 어떤 음식 또는 음료와 함께 먹었느냐에 따라 약효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계 약물, 퀴놀론계 항생제, 일부 제산제, 소화제, 감기약, 변비약 등을 우유 같은 유제품과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의 체내 흡수가 방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약을 복용할 시에는 우유 등 유제품을 약 복용 2시간 이후에 먹는 것이 좋다.
자몽, 오렌지 주스 등 산성 과일주스는 고혈압치료제 '펠로디핀' 항우울제 '자낙스',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항히스타민제 '터페나딘'등의 약물 체내 대사과정에 영향을 미쳐 약효를 지나치게 올리거나 반대로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오렌지주스는 알루미늄 성분이 든 하얀 액체의 제산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에도 약물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마딘', '와르파린' 등 항혈액응고제를 복용하는 동안 간·양배추·시금치·녹차·브로콜리 등 비타민 K가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과다 섭취할 경우 이들 약물의 약효도 떨어진다. 항혈액응고제는 피가 응고되지 않게 하는 약인데 비타민 K는 피가 잘 응고되도록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치료제(알러젝트, 터페나딘)와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에는 설탕을 같이 먹지 말아야 하며, 간질환자는 조미료로 인해 무력감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우울증 치료제는 맥주, 바나나에 들어 있는 비타민 성분과 바나나에 들어 있는 타라민 성분과 상호작용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