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완산구 화산천변2길 7-4 (중화산동2가 757-3번지)
전주현대옥 전주본점
24시간 영업
063-228-0020
무료 주차장
설날 아침 9시에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서 일부러 전주 현대옥에 들렀다.
지난번에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가 다음에는 꼭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자고 약속했었다.
공부할 게 많다는 막내아들 민수를 남겨놓고 큰아들 민철이와 둘째아들 호영이를 데리고 전주현대옥 본점을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세면대가 있다.
그런데 전주에서는 다들 설날에 떡국 안 먹고 콩나물국밥을 먹는 모양이다.
뭐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대기번호를 받고 2층으로 올라갔다.
정면으로 보이는 회전률이 빠르다는 안내공지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서울가는 고속도로가 엄청 막힐텐데...
장사가 이렇게 잘 되면 테이블 욕심이 날텐데...
1층에서만 영업을 하고 2층을 이렇게 대기실과 콩나물박물관으로 운영하는 것이 참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했다.
콩나물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한다.
스토리가 있는 현대옥 콩나물국밥
콩나물국밥의 본고장 전주! 그 곳의 미식가, 애주가 들에게 전설로 통하는 두 이름이 있었다. 현대옥 그리고 양옥련 여사!
술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의 정성을 담아 속풀이 해장으로 끓여 내던 콩나물국밥
그 국밥은 시절의 아픔을 안고 전주 남부시장의 한 구석에서 가족의 생계와 네 자녀의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서
현대옥이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탄생된다.
먼 훗날 콩나물국밥으로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명성을 갖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채...
지금도 들리는 듯한 어릴 적 이불속에서 듣던 어머니의 새벽부엌 소리가 있다. 마늘찧은 도마소리 쿵쿵쿵! 닥닥닥!
양여사께서는 그렇게 마늘, 고추, 파를 즉석 다짐하여 국밥에 넣었다.
그리고 영양이 부족할까봐 계란 두개씩을 깨어 수란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덧 "10년 단골은 단골도 아니다"라는 현대옥 매니아들이 늘어 나고
"전주에 가면 현대옥에 갔다 와야 제대로 대접받는 것이다"라는 전주의 명물로 떠오른다.
인터넷의 카페나 블로그를 통하여 현대옥은 전국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통나물국밥으로는 대한민국 최고"
또 한 묶음의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한 손님으로부터 할머니라는 호칭을 듣는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들었던 "할머니"라는 말의 충격은 너무 컸다는...
그런데 그렇게 불려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더라는... 그녀는 작심하고 적극 대처한다.
"어디 내가 할머니냐 이놈아~" 전주에서의 "현대옥 욕쟁이 할머니"는 그렇게 탄생했다.
한 때는 소녀였던 양옥련 여사!
30년 세월을 서서 일해왔던 양여사께서는 무릎관절 수술로 더 이상 식당경영을 할 수 없게 되어
맛비법과 추억을 남기시고 은퇴하시게 된다.
이후 전주의 많은 시민들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며 "여사"라는 호칭을 붙인다. 전주콩나물국밥의 전설 양옥련여사!
2008년 11월 25일 대한민국의 대표 통신사 연합뉴스의 전주 주재원은 긴급 속보를 타전한다.
"전주의 명물, 주인바꿔 새 출발"
"전주의 식당사업가가 인수..."
현대옥이 지금의 2세대 현대옥이 자리하게 되었다.
어쨋든 현대옥은 "식당업은 그 식당을 통하여 그 분야의 세상을 바꾸는 작은 혁명을 하는 것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어느 식당사업가와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호텔 쉐프의 손에 넘겨져 있었다.
맛비법을 전수받은 그들은 스스로를 2세대 현대옥이라 명명하고 "전주콩나물국밥의 국민음식화"라는 깃발을 만들어
전주 중화산동에 힘차게 내건다. 그리고 전주의 콩나물국밥 시장의 판도를 단박에 압도해 버린다.
윗목 콩시루에 물을 주던 재미 또는 괴로움의 추억
가난과 근검절약의 상징이었던 콩나물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시대가 흘러 그 콩나물이 지금은 "콩으로 만든 웰빙 새싹채소"가 되었다.
우리 다음 세대에서 콩나물국밥의 위치는 어느 정도에 있을까?
정말 전주음식을 넘어 국민음식이 되어 있을까?
지나버린 역사야 어쩔 수 없는 일들이지만 앞으로의 역사는 일단 무지 노력하고 볼 일이다 라는 현대옥 생각...
전주콩나물국밥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직화식(밥이 든 뚝배기를 가스불에 펄펄 끓인 식)이고,
다른 하나는 토렴식(밥이 든 뚝배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내는 식, 전주남부시장식이라고도 함)이다.
콩나물국밥의 본고장 전주에서의 대세는 전주남부시장식이며, 전주 이외 지역의 콩나물국밥은 대부분 직화식이다.
직화식은 또 전통직화식과 맑은탕식, 그리고 매운탕식으로 나뉜다.
차례가 되어 1층으로 내려와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다.
"한끼 든든한 식사"를 위하여 자율배식대 밥, 콩나물, 그리고 각종 반찬에 대해서 무료무한리필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1인 1식사메뉴 주문시에만 자율배식대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곁들임류 매뉴는 식사메뉴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율배식대에서 제공되는 반찬의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에 제공되는 콩나물국밥에 들어있는 콩나물의 양이 조금 부족하다 싶은데...
처음에 국물이 따뜻할 때 원하는 콩나물의 양을 먹기전에 국물에 담그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있어 숙취해소를 돕기 때문에 해장국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대부분이 숙주나물을 더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는 콩나물의 이용율이 높다.
먼저 서빙로봇이 개인 반찬 3종세트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아내가 셀프코너에서 4가지 반찬을 담아왔다.
주문한 메밀전병이 먼저 나왔다.
메밀전병 4,000원
현대옥에서 곁들임류로 판매하는 것인데 큰아들 민철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시켰다.
강원도 메밀전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튀김에 가까울 만큼 겉이 바삭하다.
속도 만두소같은 느낌이어서 아삭아삭하고 매콤한 생무채가 살아있는 강원도 메밀전병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토속적인 메밀전병을 대중적인 입맛으로 업그레이드 한 느낌이다.
이어서 주문한 네가지 종류의 콩나물국밥이 나왔다.
[토렴응용식] 전주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
뚝배기를 가스불에 끓이지 않고
밥 콩나물 신선야채다짐(청양고추, 파, 마늘)을 담은 뚝배기에 솥단지 속 끓고있는 육수를 국자로 떠 담아내는 방식
펄펄 뜨겁지 않고, 적당히 뜨거운 국물온도
계란은 국밥 속에 넣지 않고 수란으로 제공
신선야채다짐으로부터 천연의 즙이 국물속에 녹아나와 청량하고 깔끔한 맛
청양고추다짐이 들어가 "맛있게 매운맛"
오징어 사리를 넣어 먹으면 한끼 맛있고 근사한 국밥이 된다. (별도 오징어사리 3,000원)
[맑은탕식-펄펄 끓인식] 전주 끓이는 식 콩나물국밥
뚝배기에 밥 콩나물 신선야채다짐(소량의 청양고추 포함) 육수를 담아 가스불에 펄펄 끓인 것
전통직화식과의 차이는 계란을 국밥 속에 넣지 않고 수란으로 제공
국밥 속에 계란이 풀어져 있지 않아 맑고 깔끔한 맛
청양고추다짐이 소량 들어 가 "약간 매운 맛" / 토렴응용식 보다는 덜 매운 맛
토렴응용식과 맑은탕식 두 종류는 수란이 제공된다. 수란을 국밥 속에 넣으면 안된다.
수란에 짜조름한 김을 두세 조각 넣고 콩나물국밥 국믈을 네댓 숟가락 넣어서 간을 맞추고
숟가락으로 바닥에 눌러붙은 계란 흰자가 떨어지도록 세네 번 닥닥 젓고나서
국밥을 먹기 전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된다.
오징어사리를 몇 개 투척해서 함께 먹어도 좋고 콩나물을 적셔 먹어도 매우 맛있다.
들기름 뿌려진 반숙 계란에 소금기 있는 김과 뜨거운 국물을 넣어 섞기 때문에 비린 맛이 없다.
오징어사리 3,000원
수란에도 넣고 콩나물국밥에도 넣고... 밥은 부드럽지만 콩나물과 오징어의 씹는 식감과 더해져 환상적인 궁합을 얻을 수 있다.
[매운탕식-펄펄 끓인식] 전주끓이는식 콩나물국밥
뚝배기에 밥 콩나물 들깨가루 고춧가루 신선야채다짐(청양고추 제외) 육수를 담고 가스불에 펄펄 끓여내는 방식
들깨가루 고춧가루 등의 매운탕식 다대기가 내는 구수하고 얼큰한 맛
계란은 국밥 속에 넣어 제공
들깨가루의 구수함과 고춧가루의 칼칼함이 어우러진 맛으로 현대옥이 개발한 빅히트 메뉴
청양고추다짐이 들어 가지 않아 거의 맵지 않음
[전통직화식-펄펄 끓인식] 전주끓이는식 콩나물국밥
뚝배기에 밥 콩나물 신선야채다짐(청양고추 제외) 육수를 담고 가스불에 펄펄 끓여 내는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콩나물국밥
계란은 국밥 속에 투입
식어가면서 구수하고 걸쭉한 맛
청양고추다짐이 들어 가지 않아 거의 맵지 않고 현대옥의 전통직화식에는 미나리가 첨가되어 더욱 시원하다.
100% 국내산 콩으로 재배한 콩나물을 사용한다.
성장촉진제를 넣지 않아 줄기가 굵지 않고 아삭거림과 고소함이 더하다.
또한 6일령 내외의 콩나물로서 길이가 길지 않고 영양이 높다.
오징어튀김한접시도 주문했다. 11,000원 (맛보기 8,000원)
오징어사리를 보고 오징어튀김이 맛있을 것 같아서 주문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왠만한 전문 튀김집의 맛 그 이상이었다.
튀김옷은 평범했으나 오징어 재료손질에 대한 노하우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치아에 닿는 오징어의 질감이 탱글탱글 쫄깃쫄깃 그런데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목넘김까지...
함께 자리하지 못한 막내아들 민수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처음부터 일찍 시켰으면 튀김우동처럼 콩나물국밥과 함께 먹는 오징어튀김의 맛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콩나물국밥을 다 먹고 따로 먹게 되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오징어 식재료가 이정도 퀄리티이면 오징어해물파전으로 먹고싶은 생각도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주차장을 가로막고 있는 디저트 건물이 있다.
그야말로 영리하게 동선을 아주 잘 짜 놓았다.
보통 전통적인 맛집과는 사뭇 다른 영리한 전문가의 계산이 느껴진다.
전주 모주와 전주막걸리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디저트로 카페라떼와 콩나물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로 하였다.
대체로 가격은 저렴하게 제공되는 듯 보였다.
아메리카노 ICE 2,000원 HOT 1,500ㅇ원
카페라떼 ICE 2,500원 HOT 2,000원
콩나물아이스크림 2,500원
"콩나물, 어디까지 드셔봤습니까?" 콩나물아이스크림
콩나물머리 (단백질), 콩나물줄기 (비타민C), 콩나물뿌리 (숙취해소 아스라파긴산) 건강까지 담았다.
진짜 콩나물로 만든다. 콩나물이 씹힌다.
딸기아이스크림은 딸기 맛이 나고 인삼아이스크림은 인삼 맛이 난다.
예상했던 대로 콩나물아이스크림은 당연히 콩나물 맛이 났다. 콩나물이 씹히고 콩나물 맛이 입안에 진하게 남는다.
제품 개발은 대 성공이다. 그게 문제다.
세상 맛이 없던 인삼아이스크림을 먹고도 사실 좋았다. 인삼을 먹었다는 생각에...
그런데 아이스크림에서 콩나물 맛이 느껴진다고 사람들이 좋아할까?
레벨이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1단계도 이런데 3단계는 그냥 콩나물을 씹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콩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건 돈 받으면서 먹어야지 돈을 내면서 먹기는 좀...
카페라떼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아주 신선한 우유를 사용하는 듯 우유의 고소함이 배어있다.
원래 카페라떼가 아침을 여는 커피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래서 저녁에 카페라떼를 주문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카페라떼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은 즐거운 공간이 되었다. 비록 고속도로가 많이 막혔지만...
그리고 쵸콜릿이 추가된 모카카페라떼 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내와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당분간 전주현대옥을 자주 방문할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