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장소에서 만난 농어촌의 모습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만 만날 것 같은 농어촌. 지금 도시인들에게 농어촌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추억을 더듬어보면 농어촌은 우리 마음속에 항상 있습니다. 일손이 딸리던 시절 8남매인 엄마는 농번기만 되면 주말마다 남매를 들쳐 엎고 시골로 향했습니다. 어른들은 바쁜 농사일에 매달려 있는 동안 나와 동생 그리고 사촌들은 개울에서 말 그대로 도랑치고 가재를 잡았습니다. 그 당시는 큰 돌만 들어내면 숨어 있는 가재, 도롱뇽, 개구리가 지금은 왜 그리 만나기 힘든지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 추석 때면 개울가에서 우렁이를 잡아서 모두 함께 둘러 앉아 한솥 끓여 이쑤시개로 빼 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설날이면 얼어붙은 논두렁에서 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준 썰매를 타고, 쥐불놀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사랑방에 사촌 모두 발을 맞대고 자다가 너무 뜨거워 깼던 기억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혹시 손자손녀 추울까 아랫목 장판이 타 검게 변할 때까지 군불을 지폈기 때문입니다. 밤이면 아궁이에 고구마랑 군밤을 넣고 구워 먹다가 혹시 불장난을 해 이불에 오줌을 쌀까 걱정했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지금도 있는 그 농촌은 내 추억속의 농어촌의 모습이 아닙니다. 개울에는 우렁이는 없고, 도랑을 아무리 쳐도 가재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30대인 나에게도 농어촌의 추억은 이렇게 아련하고 애틋한데, 우리보다 윗세대 어른들에게는 얼마나 그리울까요?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는 농어촌의 추억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 아이와 함께 이곳저곳 체험을 다니다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농어촌 풍경이 참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식하고 있지 못했을 뿐이었죠. 농어촌은 지금도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속 뿐 아니라 도심 곳곳에 농어촌의 풍경과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농어촌은 우리 삶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농어촌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의식주가 불가능해 질겁니다. 이에 체험학습 장소에서, 박물관에서, 놀이공원에서 도처에 농어촌의 정취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색 장소에서 만나는 농어촌의 모습을 한번 되짚어보고, 당연한 듯 공기처럼 잊고 있던 농어촌의 중요성을 한번 깨달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경복궁 옆 국립 민속 박물관과 어린이 박물관 그리고 추억의 거리
경복궁 옆에는 국립 민속박물관이 있습니다. 각종 특별전이 열리고 주말이면 ‘우리 민속한마당’이라는 음악회 및 공연이 펼쳐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농어촌 자료가 있는 국립민속 박물관 상설 전시관
그 중 상설 전시관에서는 연중 우리 농어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민족 생활사와 한국인의 일상, 한국인의 일생이라는 상설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한민족 생활과 일상과 일생 속에 농어촌의 모습이 빠질 수 없기에 이곳에서 다양한 농기구와 농촌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민족생활사관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적인 생활사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 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농경생활과 사계절 변화에 맞춰 삶을 살아온 조선시대(1392-1910) 사람들의 생활상 속에 농어촌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농촌 마을은 살기 좋은 곳에 터를 잡은 한국의 마을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온 최소 단위의 생활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현상에 맞추어 살며 만들어 낸, 농경세시를 바탕으로 한 생업·의식주·공예 등의 다양한 일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갯벌 농사를 위한 농기구, 봄철 먹을 것이 없는 춘궁기 농민들의 나물채취 모습이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60~70년대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추억의 거리
야외전시장에는 솟대, 장승, 정주목 정낭, 물레방앗간, 연자방아 등 정겨운 우리 민속 물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등 민속 놀잇감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단위로 즐기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추억의 거리입니다. 60~7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 속에서 추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발소, 만화방, 다방, 사진관, 양장점, 식당, 과거 시장의 모습 등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과거 우리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특히 약속 다방에 앉아서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그 당시 10원이었던 커피 맛을 음미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시골 사진관 같은 곳에서 과거 고등학생들이 쓰던 모자, 버스 안내양이 쓰던 것 같은 모자를 쓰고 사진 한 장을 찍으면 영락없이 70년대 젊은이의 모습을 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그곳에서는 과거 우리 농어촌의 시골 장터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지금은 중국산이 많은데 이 당시에는 방금 산에서 캐온 나물과 약초를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아서 더욱 그리워집니다.
흥부네 텃밭을 가꿔볼 수 있는 어린이 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에서는 흥부전을 새롭게 각색한 “흥부 이야기 속으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흥부 놀부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주제의 전시 속에서 우리 민족의 의식주, 세시풍속, 전통의례, 민속신앙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흥부네 텃밭에서 하는 농사 체험이 재미있는데요. 자갈이 가득한 방에서 아이들은 곡괭이와 삽을 들고 모형 무, 배추, 고구마 등을 심으면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옛날 안방과 부엌의 모습을 직접 만나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국립 민속 박물관 사이트: http://www.nfm.go.kr 국립 민속 어린이 박물관 사이트: http://www.kidsnfm.go.kr 관람시간 3, 4, 9, 10월 09:00 ~ 18:00 , 11~2월 9:00 ~ 17:00 , 5~8월 : 토요일 · 일요일 · 공휴일 09:00~19:00 폐장 한 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매주 화요일, 1월1일 휴관 입장료 : 무료 ※ 경복궁은 유료
경기도 박물관과 어린이 박물관
경기미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 박물관
“경기미 특별전 : 벼禾 · 쌀米 · 밥食”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 박물관에서는 예부터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리던 진상미인 경기미의 우수성과 쌀농사의 중요성 그리고 쌀농사를 위한 농기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재도 이천 임금님쌀, 여주 대왕님쌀을 비롯하여 평택 슈퍼오닝, 김포 금쌀, 안성 맞춤쌀, 파주 임진강쌀, 용인 백옥쌀, 연천 남토북수쌀 등 경기도내 각 시군에서 생산되는 브랜드 쌀은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밥 힘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중요한 쌀. 박물관에서는 이 밥힘의 근원인 쌀이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 경기쌀로 지은 밥의 효능과 우수성, 계절별 농사짓는 과정(씨뿌리기, 모내기, 풀 뽑기, 수확하기, 보관하기)과 농기구, 볏짚을 이용한 짚공예품과 두레, 농악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미 특별전 외에도 역사실, 민속 생활실, 문헌 자료실에서 다양한 우리 농사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자연 놀이터에서 농촌을 즐길 수 있는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사전 예약도 매진 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에는 자연 놀이터, 튼튼 놀이터, 한강과 물, 우리 몸은 어떨 까요?, 건축 작업장, 에코 에들리에, 동화 속 보물찾기 등 다양한 테마의 전시장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너무 크고 할 것이 많아 하루에 다 체험하기 힘든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이곳에서 농어촌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기쁨입니다. 특히 자연놀이터에서는 은행나무 속 반딧불이 체험도 할 수 있고, 모형 당근 심기, 고구마 심기를 하면서 수 감각을 익히고 농사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모형 소젖을 자 보고, 농촌의 가축들을 만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답니다. 박물관에서 농어촌과 자연의 따뜻함을 통해 오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참 매력적이죠?
경기도 박물관 사이트: http://www.musenet.or.kr/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사이트: http://www.gcmuseum.or.kr/kr/
개관 시간 :10:00 ~ 18:00 연중무휴 관람료: 경기도 박물관과 어린이 박물관 각각 성인 4000원
어린이 대공원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최대의 자연인 서울 능동 어린이 대공원. 보통 이곳에는 동물과 놀이기구 타는 곳만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우리 농어촌과 자연의 모습이 가득입니다. 식물원, 생태연못, 환경연못, 맨발공원, 장승촌, 전래동화마을에서 농어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텃밭 가꾸기’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자신들의 텃밭을 가꿀 수도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8월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 http://yeyak.seoul.go.kr)을 통해 150구획[가족당 1구획(8㎡) 분양]을 분양해 지금 많은 가족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밭을 일구고 있답니다.
또 공원 내 녹색교실에서는 자연 및 생태체험 프로그램 자연물 꼬물꼬물 만들기, 지구를 살리는 에코화분 만들기, 동화랑 자연이랑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어린이들에게 도심 속 농촌과 자연 만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어린이 대공원 사이트: http://www.sisul.or.kr/home_childrenpark 연중 무휴 관람료: 무료
롯데월드
환상과 신비의 나라로 알려진 너무 유명한 놀이공원인 롯데월드 내에 농어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죠? 하지만 최근에 개장한 ‘환상의 숲’이라는 곳에 농어촌의 모습이 담겨 있답니다. 물론 롯데월드에서 운영하는 민속 박물관에서도 농어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상의 숲에서는 직접 개미집을 보고, 개미 굴 속에 들어간 듯 체험을 하고, 다양한 곤충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 시골에서 흔히 만났던 곤충들을 지금 우리 도시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보고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 바다동물, 육지동물 등 다양한 동물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답니다.
롯데월드 사이트: http://www.lotteworld.com/ 연중무휴
이 외에도 우리 주변을 찾아보면 도시에서 농어촌의 모습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옥상에 정원 및 텃밭도 많이 가꿉니다. 어린이 박물관이나 영유아 플라자에서 하는 키즈카페에서 실제나 모형을 통해 농사체험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지하철역에서는 도농교류를 통해 농산물 직매장을 운영해 신선한 농촌 내음을 맡게 해 줍니다. 이처럼 도시와 농촌은 가까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농촌의 바탕 없이는 제대로 된 일상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 우리 주변의 농어촌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우리 농어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봅시다.
한국농어촌공사 4기 블로그 기자 김 정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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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촌아띠 원문보기 글쓴이: 촌아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