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조병출 회원의 집에 들러 대나무 캐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는 너른 벌판에 공장을 짓고 목공일을 하고 있었는데 본인 말로 그냥 목수가 아니고 대목이랍니다. 틈틈이 쌍골죽을 캐다가 대금도 만들고 목공예를 배워 멋진 의자도 만듭니다.
얼핏 보아도 못질 하나 보이지 않는 예술품입니다. 아는것이 하도 많아 조박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심지어는 대나무 캐는 도끼도 스스로 만들어 쓰고 있는데 오른쪽 커다란 놈이 조박사 작품입니다. 저 도끼로 뿌리 주변을 네번씩 찍은 다음 뾰족한 부분으로 뿌리 부분을 찍어 들어 올리면 '끝" 30분만에 5 뿌리인가 7뿌리를 캐왔다고 자랑합니다. 이날 나는 3시간 동안 대밭을 헤맨끝에 겨우 고작 12뿌리를 캔 것이 전부입니다. 작업량을 비교해 보면 나의 세배나 네배정도의 빠른 속도입니다. 왼쪽이 이번에 제작한 내 도끼인데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도 따라서 개량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조박사가 말하길 대나무를 다루다 보면 중독에 빠진다고 합니다. 나도 어느덧 중독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캐온 대나무 손질과 작업에 빠져 일주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진빼기 작업과 굽은대 펴기 작업을 하였습니다. 마침 주문받은 오죽 풍류단소를 만들다가 나무끝이 조금 휘어졌길래 무리해서 펴다가 그만 '우직'하는 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하릴 없이 뿌리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산조단소를 만들기로 합니다. 칼을 대보니 칼날이 들어기 않을 정도고 대단히 목질이 우수한 오죽이었습니다. 이런 나무는 열에 하나 보기가 힙든 귀물인데 쯧쯔 아쉽고 한탄스럽습니다.
쉬임없이 대나무를 다루다 중독에 빠져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주의력을 잃고 판단력을 상실한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아쉽도다! 아쉽도다!
'과유불급'이라 했거늘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매어 못쓴다' 했거늘 나의 지나친 욕심과 성급함이 일을 그르치게 하고 말았도다. 성음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나 모양과 소리가 금상첨화로 어울릴 명품이 탄생할지도 모를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니 자신의 아둔함과 재주없음을 나무라고 탄식해도 이미 지나간 일 허무하고 안타깝지만 나머지 부분으로라도 차선을 다해 만들어 볼 수 밖에는 없는 일.... 내친 김에 작업을 마무리하고 소리를 들려 드릴테니 조금만 기다려 결과를 기다려 볼 일입니다.
첫댓글 좋은 악기 나오면 소개해주세요 선생님~~
설마 소요님 드릴것 하나쯤은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