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잠간 시간을 뺐다. '구디역' 앞에 있는 '헌혈의 집'으로 갔다. 문진을 하고 부스로 들어가니 간호사님이 나의 손가락 끝을 찔렀다. 그리고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내가 혈압을 재는 사이에 간호사님이 그랬다.
"피가 참 깨끗하네요. 선생님은 담배를 안 피우시죠?" "흡연 여부를 어떻게 아세요?" "혈액 샘플 분석기가 있어서 금방 알 수 있어요. 보통 남성들은 38부터 50까지 수치가 나오는데 선생님의 수치가 39인 걸 보니 오랫동안 담배를 멀리하신 분이란 걸 알 수 있네요. 애연가들은 보통 47-50 정도 나오거든요" "아하, 그렇군요. 청년기엔 피웠는데 금연한 지 30년이 넘었으니까 오래 되긴 했지요 "
"요즘은 피 한 방울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서 헌혈자들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요" "참 좋은 세상이에요" "그렇지요. 하루가 다르게 기술과 장비들이 좋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성생님의 헌혈 횟수가 94회로 뜨는데, 정말로 많이 하셨네요?" "조금 했지요. 군대 전역 후에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으니까 대략 36년 정도 된 것 같네요." "대단하셔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하지요"
'문진'과 '채혈'을 마치고 자리를 옮겨 헌혈 의자에 누웠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400cc를 공여했다. 바늘을 꽂자마자 잠시 후에 '삐'하고 부저가 울렸다. 헌혈은 금방 끝났다. '롯데시네마' 영화 교환권을 선물로 받았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 이것조차도 선물로 건네 줄 예정이다.
다시 하루 해가 기울고 있다. 늘 그렇지만 시간은 총알 같다. 7말 8초에 많은 분들이 이미 휴가를 떠났고 또한 떠날 예정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휴가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