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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불탁 불성기(玉不琢 不成器)
옥도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천성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학문이나 수양을 쌓지 않으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玉 : 구슬 옥(玉/0)
不 : 아닐 불(一/3)
琢 : 다듬을 탁(玉/8)
不 : 아닐 불(一/3)
成 : 이룰 성(戈/3)
器 : 그릇 기(口/13)
출전 : 예기(禮記) 학기편(學記篇)
예부터 동양에서 귀하게 여겨온 옥(玉)은 빛이 곱고 모양이 아름다워 광택이 나도록 갈아서 보석으로 애용했다. 무색투명한 것이 백옥(白玉)이고 어두운 녹색을 띤 것을 비취(翡翠)라 했다.
우리 생활과 가까워 보석의 이름으로만이 아니라 아름답고 훌륭한 것을 가리킬 때 접두사로 많이 썼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옥음(玉音), 잘 생기고 환한 얼굴을 옥안(玉顔),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섬섬옥수(纖纖玉手)라 하는 등이다.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구분 없이 화를 당하는 것을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속담에도 비유로 많이 사용됐다. 아무리 훌륭한 물건이라도 사소한 흠은 있다고 '옥에도 티가 있다'고 했다. 매우 애지중지하여 옥처럼 귀하게 여기는 모양은 '금이야 옥이야'이다. 아무리 소질이 좋아도 잘 닦고 기르지 않으면 훌륭한 것이 되지 못 한다는 교훈으로 '옥도 갈아야 빛이 난다'는 것이 있다.
고생을 겪으며 노력을 기울여야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 말과 뜻이 통하는 것이 '옥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는 이 성어다.
의례의 해설이나 정치와 학문에 걸쳐 예의 근본정신을 설명하고 있는 예기(禮記)는 유가의 오경(五經)중 하나이다. 이 책 학기(學記)편의 앞부분에 이 구절이 나온다. "옥은 다듬지 않으면 쓸 만한 물건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모른다(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 훌륭한 재주를 타고 났더라도 부지런히 배우고 닦지 않으면 큰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옛날 서당에서 가르칠 때나 또는 좌우명으로 자주 인용됐던 글귀였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모여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겉만 보아 알 수 없고 오래 겪어 보아야 알 수 있다. 남에게 예사로 피해를 끼치는 사람,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은 따돌림 당한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은 여기에 해당한다.
남 앞에 나서는 사람은 더 엄격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사회에 이바지하면 우러름을 받는다. 선거 때마다 또는 청문회 때마다 온갖 오점이 드러나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는 셈이다.
▣ 옥불탁 불성기(玉不琢 不成器)
옥을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흔히 사람이 공부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옥은 귀한 보배다. 옥의 원석은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옥돌도 본래부터 옥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땅에서 처음 캘 때는 다른 잡석 덩어리 속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옥으로 만든 패물이 되기 위해서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그 절차탁마의 과정이 성가시고 힘이 들어 포기한다면 사람들이 진귀하게 여기며 아끼는 보배로운 옥 패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옥이 포함된 원광석이라 한들 절차탁마하지 않은 옥돌은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절차탁마란 무엇인가?
절(切)은 끊는 과정이다. 옥돌 원광석에서 옥이 아닌 부분을 끊어 내는 것이다. 괴로움을 참고 인내하며 땀을 흘리는 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끊어 내야 하는 부분이 옥보다 더 귀한 금붙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련을 버려야 한다. 옥 패물은 순수한 옥으로 만들어야 귀하다. 중요한 공부를 하는 사람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친구나 기호품 취미를 끊어야 한다. 요즘 취업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들 표현이 홀로 숨어 공부할 때 '잠수탄다'고 하는 데 비슷한 말이다. 잠수타면서 들락날락하면 이는 진정한 절(切)이 아니다.
차(磋)는 갈아 내는 과정이다. 필요 없는 부분이 혹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않도록 갈아 내는 것이다. 친구의 생일, 친구의 애경사, 선후배의 만남, 가까운 친지의 초대 갈아내기 힘든 부분이다.
탁(琢)은 노력이다. 공부란 한 만큼 실력이 쌓인다. 얼마나 공들여 탁(琢)했는가? 얼마나 힘들여 쪼았는가? 얼마나 빈틈없이 쪼았는가? 이것이 옥 패물의 진가를 결정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땀 흘린 만큼 성공한다.
마(磨)는 광내는 끝마무리다. 공부하는 사람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하면 옥 패물처럼 빛나는 성공의 소유자가 된다.
▣ 명심보감(明心寶鑑) 9. 근학편(勤學篇)
子曰;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공자 말씀하시길, "널리 배워서 뜻을 두텁게 하며 묻기를 절실히하여 생각을 가까이하면 어짐이 그 가운데 있느니라."고 하셨다.
莊子曰; 人之不學, 如登天而無術, 學而智遠, 如披祥雲而覩靑天, 登高山而望四海.
장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배우지 않음은 재주없이 하늘에 오르려는 것과 같고 배워서 아는 것이 멀면 상서(祥瑞)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며 산에 올라 사해(四海)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라."고 하셨다.
禮記曰;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義.
예기에 말하기를,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의(義)를 알지 못하느니라."고 하였다.
太公曰; 人生不學, 如冥冥夜行.
태공이 말하기를,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어둡고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으니라."고 하셨다.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裾.
한문공이 말씀하기를, "사람이 고금(古今)의 성인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면 금수에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고 하셨다.
朱文公曰; 家若貧, 不可因貧而廢學家若富 不可恃富而怠學 貧若勤學可以立身 富若勤學 名乃光榮 惟見學者顯達 不見學者無成 學者 乃身之寶 學者 乃世之珍 是故 學則乃爲君子 不學則爲小人 後之學者 宜各勉之.
주문공이 말하기를,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한 것으로 인해서 배우는 것을 버리지 말 것이요.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학문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가난한 자가 만약 부지런히 배운다면 몸을 세울 수 있을 것이요, 부유한 자가 만약 부지런히 배운다면 이름이 더욱 빛날 것이니라. 오직 배운자가 훌륭해 지는 것을 보았으며 배운 사람으로서 성취(成就)하지 못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배움이란 곧 몸의 보배요, 배운 사람이란 곧 세상의 보배다. 그러므로 배우면 군자가 되고 배우지 않으면 천한 소인이 될 것이니 후에 배우는 자는 마땅히 각각 힘써야 하느니라."고 하셨다.
徽宗皇帝曰; 學子 如禾如稻 不學者如蒿如草 如禾如稻兮 國之精糧 世之大寶 如蒿如草兮 耕者憎嫌 鋤者煩惱 他日面墻 悔之已老.
휘종황제 말씀하기를, "배운 사람은 낱알 같고 벼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쑥 같고 풀 같도다. 아아 낱알 같고 벼 같음이여 나라의 좋은 양식이요 온 세상의 보배로다. 그러나, 쑥 같고 풀 같음이여 밭을 가는 자가 보기 싫어 미워하고 밭을 매는 자가 수고롭고 더욱 힘이 드느니라. 다음 날에 서로 만날 때에 뉘우친들 이미 그 때는 늙었도다."고 하셨다.
論語曰; 學如不及, 惟恐失之.
논어에 말하기를, "배우기를 미치지 못한 것 같이 하고 배운 것을 잃을까 두려워할지니라."고 하셨다.
▣ 예기(禮記) 학기(學記)
대만(臺灣)의 화련은 옥돌의 원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가면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계곡 굽이굽이마다 온통 옥(玉)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흔한 옥돌도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대로 장인(丈人)의 손길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름답고 귀한 보석인 옥이 된다.
이는 '옥은 다듬지 않으면 보석이 되지 않으며,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알지 못한다(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옥불탁 불성기, 인불학 부지도)'라는 학기의 구절에서도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어렵고 복잡한 고전을 배워 무엇에 쓸 것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고전에는 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제 앞으로 주석과 함께 독파하는 고전을 통해 다양한 고전 명문을 접하며 우리 모두 새로운 고전을 배우는 길로 들어서 보자.
본 강독에서는 고전의 첫 번째 여행지로 학기(學記)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학기는 본래 공자(孔子)가 편찬했다고 전해지는 예기(禮記)의 한 편명(篇名)으로 우리가 학문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명문이기 때문이다.
본고의 독본(讀本)에 인용하는 주석(註釋)은 대만 국어일보사(國語日報社) 출판(중화민국 82년판) '고금문선(古今文選)'을 원본으로 하였음을 밝힌다.
學記 1
發慮憲 求善良 足以諛聞 不足以動眾.
就賢體遠 足以動眾 未足以化民.
君子如欲化民成俗 其必由學乎.
일을 꾀할 때 선량한 사람을 얻어 이치에 맞도록 한다면 가히 작은 명예 정도는 얻을 수 있으나 군중을 감동시키기는 어렵다. 현인을 존중하고 소원한 자를 가까이 다독이면 군중을 감동시킬 수 있으나 사람들을 교화시키기는 어렵다. 군자가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미풍양속을 이루려면 반드시 교육을 통해 기틀을 잡아야 한다.
(註釋)
⊙ 發慮憲(발려헌) : 정현(鄭玄) 예기주(禮記注)에 이르기를 헌(憲)은 법(法)으로, 지략을 낼 때 법도에 맞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 謏謏(소문) : 작은 명예를 얻음이다. 공영달(孔穎達)의 예기소(禮記疏)에 이르기를 소(謏)란 작다는 뜻이고, 문(謏)은 명예를 말한다. 맹자(孟子) 이루장(離婁章)에 '군자는 성가(聲價)가 분에 넘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聲聞過情 君子恥之)'라 하였는데 여기서 성문(聲聞)이란 명예를 말한다.
⊙ 就賢體遠(취현체원) : 취현(就賢)이란 덕이 높은 선비를 존경하는 것이고, 체원(體遠)이란 먼 곳에 있는 선비를 가까이 하는 것을 말한다. 일설에 원(遠)이란 소원(疏遠)한 선비를 말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어느 기업이나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 세금을 바르게 낸다면 상거래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기업을 바라볼 때 소비재 사업을 하는 기업보다는 국가 기간산업과 중공업에 투자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여 국격을 높이는 기업을 높이 평가한다.
어느 정치인이나 국민만 바라보는 공정한 선거를 치러 선출된 선량이라면 국민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큰 꿈을 펼 수 있다. 그러나 계파정치로 무장하고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99%의 서민을 배반하고 금수저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신뢰가 없다는 민의에 직면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교육이 바탕이 된다. 흙수저가 일약 고시로 입신양명한 후 올챙이 시절을 부정하며 국민을 노예로 착취할 궁리를 하지 않고, 가난하고 병든 약자가 세상을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이 공복이 되도록 하는 것도 결국 교육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이 과연 이러한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중학교에서 전면 실시되고 있는 자유학기제도 좋고 대한민국 광역교육청의 대다수 수장인 진보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교육도 모두 다양한 인재를 기르는 훌륭한 교육이다. 그러나 대학입시가 수능성적 줄세우기와 수시전형 스펙 늘어놓기로 정해지는 현실에서 이 모두가 부익부 빈익빈인 돈의 힘으로만 통과할 수 밖에 없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다.
하루 빨리 수능 자격고사제 도입과 전면적인 종합생활기록부 전형과 미국의 배심원제를 원형으로 하는 시민입시사정관 도입으로 바른 인성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여 가짜 위민관에게 대중이 개돼지가 되는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타령에서 벗어나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學記 2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
是故古之王者 建國君民 教學為先.
兌命曰; 念終始典於學 其此之謂乎.
옥은 다듬지 않으면 보석이 되지 않으며,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까닭에 옛날의 제왕들은 나라를 세워 백성을 통솔할 때는 교육을 우선순위로 삼았던 것이다. 열명편에 이르길 ‘언제나 생각이 학문에 있어야한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註釋)
⊙ 君民(군민) : 임금이 되어 그 백성을 통솔하는 것을 말한다.
⊙ 兌命(열명) : 서경(書經)의 편명인 열명(兌命)을 말하는데 상중하(上中下) 세편으로 나뉜다. 은(殷)의 고종(高宗)이 현상(賢相)인 부열(傅說)을 얻어 열명(兌命)을 명상(命相), 진계(進戒), 논학(論學)의 세부분으로 나누어 기록하도록 했는데 인용문은 열명하(兌命下)에 보인다.
⊙ 念終始典于學(념종시전우학) : 부설(傅說)이 은(殷) 고종(高宗)에게 고한 말이다. 전(典)은 항상의 뜻이다. 즉, 시종일관(始終一貫) 언제나 생각이 학문에 있어야 함을 말한다.
박지원(朴趾源)의 허생전(許生傳)에 나오는 허생(許生)은 10년 공부를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가난으로 중도에 책을 덮고 장사에 나서 안성의 과일과 제주도의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폭리를 취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까?
허생이 보여준 독과점의 기시감은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더이상 창의적이지 않다. 허생은 상거래에선 비록 불공정의 수완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이후의 행각은 더 이상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는 면모를 보이다가 홀연히 두문불출하여 세상을 등져버렸다.
허생이란 선비를 통해 돈과 감투에 눈이 멀은 먹물들을 통렬히 꾸짖었던 박지원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현직 갑질과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사회적 기득권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사리사욕만 눈이 어두워 연일 비리로 뉴스를 독과점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무슨 말을 할까?
배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인간이 되어라'라는 도를 깨우치는 배움의 장인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과 배움을 언제 어디서나 돈이 아닌 사람에게 향하도록 열어 두어야 할 것이다.
學記 3
雖有嘉肴 弗食 不知其旨也;
雖有至道 弗學 不知其善也.
是故學然後知不足 教然後知困.
知不足 然後能自反也; 知困 然後能自強也.
故曰; 教學相長也.
兌命曰; 學學半 其此之謂乎.
비록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고, 훌륭한 도리가 있어도 배우지 않으면 좋은 점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운 다음에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보아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되는 것이다. 부족함을 안 연후에 비로소 자신을 반성할 수 있고, 곤란을 안 후에야 비로소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성장하게 만든다고 하는 것이다. 열명편에 이르길, '다른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가히 자신의 학식을 절반은 향상시키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런 의미인 것이다.
(註釋)
⊙ 旨(지): 음식의 맛을 말한다.
⊙ 自反(자반):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 敎學相長(교학상장): 교(敎)와 학(學)은 다 자신으로 하여금 학업이 진보되게 하는 것으로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발전하게 한다.
⊙ 學學半(학학반): 상서(尙書) 열명하(說命下)에 효학반(斅學半)이란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斅(효)란 교(敎)의 뜻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자기가 반은 배우는 것처럼 이롭다는 뜻이다.
핸리 반 다이크의 '무명교사 예찬'에 다음과 같은 싯구가 있다. '지식은 새 책에서 배울 수 있으나 지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오직 따뜻한 인간적 접촉으로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바로 이처럼 교사와 학생 사이의 따뜻한 인간적 접촉에서 얻어지는 소중한 배움을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온갖 산해진미(山海珍味)로 호의호식을 누렸던 극악무도한 패왕(霸王)들의 이름은 오늘날 서책을 뒤져야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광야에서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사제동행하며 철환천하했던 공자(孔子)의 인의(仁義)의 가르침은 그 후 논어(論語)로 남아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공자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위대한 스승으로 영원히 살아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시대에 사라질 직업의 하나로 교직(敎職)이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지식을 가르칠 수 있으나 그 지식의 활용 대상인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은 오직 사람과 자연과의 상호 교감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만약 공자가 전국시대에 제왕의 도움을 받아 큰 대학을 세워 편안한 강당에서 인의(仁義)를 설파했다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 먼 옛날 사람에 불과한 공자를 기억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로 미루어 보면 미래에도 공자처럼 뜨거운 열정을 가진 교사라면 사랑하는 제자들이 있는 교실을 결코 알파고에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선생님, 더운 여름 찜통교실이지만 미래 제자들의 자녀들은 무더운 여름 시원한 교실에서 사람답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힘내세요.
學記 4
古之教者 家有塾 黨有庠 術有序 國有學.
比年入學 中年 考校.
一年視離經辨誌 三年視敬業樂群.
五年視博習親師 七年視論學取友 謂之小成.
九年知類通達 強立而不反 謂之大成.
夫然後足以化民易俗 近者說服 而遠者懷之 此大學之道也.
記曰; 蛾子時術之 其此之謂乎.
고대의 교육기관에는 25가구마다 '숙(塾)'이라는 학당이 있었고, 500가구에는 '상(庠)'이라는 학교가 있었으며 12500가구에는 '서(序)'라는 교육기관이 있었다. 천자와 제후가 있는 도성에는 '학(學)'이라는 교육기관이 있었는데, 매년 입학하여 격년마다 시험을 보았다. 첫해에는 경서의 구절을 끊어 읽고 문장의 뜻을 정확히 아는 것을 시험하였고, 3년째는 학업에 진력하는 것과 단체생활을 잘 하는지 여부를 살폈다. 5년째는 널리 학문에 힘쓰는가와 스승을 공경하는지 여부를 보았고, 7년째는 학문 연구에 힘쓰는지와 벗을 사귀는 바를 보아 이를 능히 도달했으면 '소성(小成)'이라고 했다. 9년째에 이르러서는 일체 사물에 대해 모두 능히 관통하고 자신의 주관이 있으나, 스승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으면 이를 일러 '대성(大成)'했다고 했다. 이런 연후에야 비로소 능히 백성을 교화시키고 풍속을 개량하고, 인근 사람을 성심으로 감복시킬 수 있고 원방의 사람들도 귀의하게 되는 것으로 이를 대학의 도라고 하는 것이다. 고서에 '개미새끼는 일찍이 흙을 입에 무는 것을 배운 후에, 비로소 큰 개미집을 지을 수 있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註釋)
⊙ 家有塾(가유숙): 옛날에 25호가 여(閭)가 되었는데 1항(巷)과 같고 항(巷)의 입구 옆에는 숙(塾)이라 불리우는 학당이 있어 사람을 가르쳤다.
⊙ 黨有庠(당유상): 500호를 당(黨)이라 하고 당의 학교를 상(庠)이라 하는데 여숙(閭塾)에서 진학한 학생을 교육한다.
⊙ 術有序(술유서): 술(術)과 수(遂)는 통한다. 12500호가 수(遂)가 되고 수(遂)의 학교를 서(序)라 하는데 당학(黨學)에서 진학한 학생을 교육한다.
⊙ 國有學(국유학): 천자와 제후가 있는 도성에 있는 학교는 국학(國學)이라 하는데 이 곳에서는 세자와 왕족의 자제, 경대부의 자제와 서학(序學)에서 진학한 우수한 선비를 교육한다.
⊙ 比年(비년): 매년(每年)으로, 학생이 매년 입학한다는 말이다.⊙ 中年(중년): 격년(隔年)으로, 중(中)이란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 考校(고교): 시험을 치른다는 말이다.
⊙ 離經辨志(이경변지): 이경(離經)이란 경문(經文)의 구절을 끊어 읽는 것, 변지(辨志)란 문장의 뜻을 정확히 아는 것을 말한다.
⊙ 敬業樂羣(경업락군): 경업(敬業)이란 학업에 전심 전력을 다하는 것, 락군(樂羣)이란 벗들과 서로 화락(和樂)한 것을 말한다.
⊙ 博習博習(박습친사): 박습(博習)이란 널리 학습하고 힘써 통달하는 것, 친사(博習)란 스승을 존경하는 것을 말한다.
⊙ 知類通達(지류통달):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것을 말한다.
⊙ 强立而不反(강립이불반): 강립(强立)이란 일에 임하여 흔들림이 없는 것, 불반(不反)이란 스승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을 말한다.
⊙ 說(열): 기쁠 열(悅)과 동자(同字)로, 기꺼이 기쁨으로 라는 말이다.
⊙ 懷之(회지): 귀순(歸順)으로, 따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 記(기): 고서(古書)에 기록을 이르는 말이다.
⊙ 蛾子時術之(아자시술지): 蛾(아)는 개미, 術(술)은 학습으로, 개미새끼는 항상 흙을 입에 무는 것을 배운 후에야 나중에 능히 개미집을 만들 수 있다. 즉, 학자는 항상 학업에 정진해야 큰 도에 이를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무는 것을 배운 후에, 비로소 큰 개미집을 지을 수 있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2대 강국을 꼽으라면 미국과 중국을 든다. 불과 수 십 년 전에만 해도 삼류국가로 무시당하던 중국이 오늘날 유수한 OECD 국가들을 제치고 글로벌 강국인 G2로 굴기한 힘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2500년 전에 불과 25가구밖에 없는 작은 마을에도 학당을 세워 교육을 실시한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만난 지인이 교사로 근무하는 경기도의 한 학교는 본교와 5킬로미터 떨어진 분교로 학생수가 8명에 불과해서 내년 2월말 폐교가 확정되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함께 놀 친구가 없고 교육비 지원 때문에 폐교에 찬성했다고 했다. 그 분교는 4년 전에는 학생수가 20명이었는데 취학아동이 점차 줄어 학교의 교육도 경제논리에 밀려 폐교되는 운명을 맞은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도 25가구의 작은 마을에 학당을 세웠던 중국과 서기 21세기에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는 모토를 내세우면서도 학생수가 작다고 소규모 학교를 폐교하는 현실을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과연 향후 G20을 넘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와 마을이 공동으로 육아와 탁아 그리고 교육에 협력할 때야 비로소 모두 함께 살아날 수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죽을 것이고 결국 나라도 없을 것이다. 교육개혁은 멀리 있지 않다. 단 한 명의 아이가 있는 작은 학교라도 포기하지 않고 작은 학교를 살려내는 것이 혁신교육이고 그 정신이 바로 대한민국 교육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學記 5
大學始教 皮弁祭菜 示敬道也.
宵雅肄三 官其始也.
入學鼓篋 孫其業也.
夏楚二物 收其威也.
未卜禘 不視學 游其誌也.
時觀而弗語 存其心也.
幼者聽而弗問 學不躐等也.
此七者 教之大倫也.
記曰; 凡學 官先事 士先誌 其此之謂乎.
대학에 입학할 때는 예복을 입고 성인과 스승에 예를 표하여 도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소아의 시 세 편을 학습하여 국가를 위해 복무하겠다는 의지를 이끌어낸다. 북을 울려 학생을 소집하고 책 상자를 열어 책을 꺼내는 것은 마음을 겸허하고 공손히 학습하게 하는 것이고, 회초리로 체벌을 행하는 것은 학생으로 하여금 경계심과 두려움을 갖고 예절을 준수하도록 하게하기 위함이다. 천자 제후는 대례를 행하지 않고는 학교 시찰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학생들의 학습에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다. 교사는 학생을 수시로 관찰하되 지시를 반복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항상 사색할 수 있도록 하게하기 위함이었다. 연소한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고 단지 청강하도록 하며 배움이 수준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게 하였다. 이 일곱 가지가 모두 가르침의 큰 대강인 것이다. 고서에 이르기를, '관리가 되려면 먼저 공사를 처리하는 것을 배워야 하고, 학문 연구를 하려면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註釋)
⊙ 始敎(시교): 입학의 초기를 이르는 말이다.
⊙ 皮弁(피변): 예복을 말한다.
⊙ 祭菜(제채): 예(禮)를 드림에 먼저 성인(聖人)과 스승에게 예를 표함으로서 스승과 도(道)에 대한 경의(敬意)를 나타낸다. 채(菜)는 미나리류이다.
⊙ 宵雅肄三(소아이삼): 소(宵)는 소(小)와 통한다. 소아(宵雅)는 즉 시경(詩經)의 편명인 소아(小雅)를 말한다. 이(肄)는 학습으로, 이삼(肄三)이란 소아(小雅)의 전(前) 삼수(三首) 즉, 녹명(鹿鳴), 사목(四牧), 황황자화(皇皇者華)를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 官基始(관기시): 관리(官吏)로 임용될 때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처음의 뜻을 유도(誘導)한다는 말이다. 녹명(鹿鳴)은 임금이 군신을 위한 연회를 베푸는 시이고, 사목(四牧)은 임금이 사신이 귀국하는 것을 위로하는 시이다. 황황자화(皇皇者華)는 임금이 신하를 사신으로 보낼 때 위로하는 시이다.
⊙ 入學鼓篋, 孫其業也(입학고협, 손기업야): 고(鼓)는 북을 두드림으로 학생을 소집하는 것, 협(篋)은 상자를 열어 책을 꺼내는 것, 손(孫)은 손(遜)과 동자(同字)로 공손(恭遜)의 뜻, 업(業)은 학업(學業)이나 학교(學校)에 들어올 때 북을 두드려 학생을 소집하고 학생이 이르면 상자를 열어 책등을 꺼내는데 북을 두드려 경계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손히 학업에 정진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 夏, 楚二物, 收其威也(하, 초이물, 수기위야): 하(夏)는 싸리나무, 초(楚)는 가시나무로 두 나무의 가지를 꺾어 규칙을 어긴 자를 다그친다는 말이다. 수(收)는 일치되도록 함, 위(威)는 위엄(威嚴)으로 즉, 회초리로 학생들이 두려움을 갖도록 하고 행동이 예의(禮儀)에 합치되도록 한다는 말이다.
⊙ 未卜禘, 不視學, 遊其志也(미복체, 불시학, 유기지야): 체(禘)는 대제(大祭), 천자제후(天子諸侯)는 먼저 대례(大禮)를 올린 후 비로소 학교의 우열을 시찰하였는데 이는 여유를 줌으로서 학생들이 학문을 조급히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 時觀而弗語, 存其心也(시관이불어, 존기심야): 스승은 항상 학생을 관찰하지만 지시를 하지않아 학생들이 심사숙고하도록 하여 자득(自得)하게 하고 때가 된 연후에 그를 계발하도록 하여 마음이 언제나 학문에 있도록 하였다.
⊙ 幼者聽而弗問, 學不躐等也(유자청이불문, 학불렵등야): 학(學)은 교(敎), 렵(躐)은 넘어서는 것으로, 학생의 연장자가 발문(發問)을 하면 나이 어린 학생은 오직 듣기만 하고 묻지를 않고 겸손하게 사양하였다는 말이다.
⊙ 大倫(대륜): 큰 대강(大綱)을 말한다.⊙ 凡學, 官先事, 士先志(범학, 관선사, 사선지): 관리가 되려면 먼저 공사(公事)를 처리하는 관리의 일을 배우고, 선비가 되려면 먼저 선비의 지조(志操)를 깨우쳐야 한다는 말이다.
소아(宵雅)란 시경(詩經)의 풍(風), 아(雅), 송(頌) 중 하나인 소아(小雅)를 말한다. 풍(風)이란 민요이고, 아와 송(頌)이란 주로 잔치나 종묘제례의 노래를 수집한 것이다. 공자는 위정편(爲政篇)에서 '시삼백(詩三百)을 사무사(思無邪; 시경 305수의 생각에는 사악함이 없다)'라고 했다.
고대의 대학에 입학한 후 시경에서 배웠다는 세 편의 시는 과연 무슨 내용이었기에 목민관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고무시켰을까? 그 첫째로, '녹명(鹿鳴)'이란 시는 잔치를 열고 손님을 접대하는 내용이고, 둘째, '사모(四牧)'란 시는 다른 나라에서 외교로 사절로 온 사신을 위로하는 가사로 되어있고, 마지막으로, '황황자화(皇皇者華)'란 시는 다른 나라로 파견되는 사신에게 불러줬다는 노래였다.
이러한 시를 선별한 뜻을 생각해 보면 오늘날 정치인들은 오로지 선거철에만 노점상이나 국밥집을 찾는다. 그러나 진정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인이라면 언제나 백성을 흡족히 대접하는 마음으로 서민과 함께 하고 소통해야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 학교에는 학생 인권은 넘치지만 교권이 없다'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金弘道)의 '서당도'에서 볼 수 있는 회초리와 함께하는 훈장의 따뜻한 시선과 아이의 반성의 눈물을 지금 교실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앞으로 학교가 규율과 법도 그리고 사랑을 다시 품을 때 우리 교육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찍이 15살에 학문에 뜻을 세우고 30살에 자립한 공자가 오늘날 나이 서른에도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노량진 학원가를 서성이는 수많은 공시생들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이제 더 이상 젊은이를 희망이 없는 거리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학교에서 학생이 잘못하면 선생님에게 회초리로 맞기도 하고, 학생이 한 가지라도 잘 하면 인정받아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인문학으로 진로교육을 해서도 취업이 잘되는 사회가 되도록 이제라도 우리 모두 국가 백년대계 교육의 큰 뜻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學記 6
大學之教也 時教必有正業.
退息必有居學 不學操縵.
不學博依 不能安詩.
不學雜服 不能安禮.
不興其藝 不能樂學.
故君子之於學也 藏焉修焉 息焉游焉.
夫然故 安其學而親其師 樂其友而信其道 是以雖離師輔而不反.
兌命曰; 敬孫務時敏 厥修乃來 其此之謂乎.
대학의 교육은 사계절의 가르침에 정해진 계획이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면 과외의 연구가 있었는데 이는 잡기를 익히기 않으면 악기를 잘 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유에 능하지 못하면 시를 잘 지을 수 없고 각종 예복을 익히지 않으면 예를 행함에 능할 수 없다. 예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잘 배울 수 없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배움에 있어 마음속으로는 항상 생각을 하며 근면하게 공부해야하고 휴식하고 노는 것마저도 모두 배움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능히 안심하고 학문을 추구하며, 스승을 친근히 하고 벗을 좋아하며 도리를 지킨다면 비록 스승을 떠나 있다할지라도 그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열명편에 이르길, '학업을 공손하고 겸허하게 때에 맞춰 배운다면 비로소 배움에 성공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 것이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註釋)
⊙ 時敎必有正業(시교필유정업): 정업(正業)은 정과(正課). 사계절의 가르침에 각각 정과(正課)가 있었다. 봄과 가을에는 예(禮)와 악(樂)을, 여름과 겨울에는 시(詩)와 서(書)를 가르쳤다.
⊙ 退息必有居學(퇴식필유거학): 퇴식(退息)은 학자가 학교를 떠나 휴식함이고, 거학(居學)은 학과외(學課外)의 연구(硏究)를 말한다.
⊙ 不學操縵, 不能安弦(불학조만, 불능안현): 조만(操縵)은 잡기(雜技), 현(弦)은 금슬류(琴瑟類)로, 배움은 반드시 점진적으로 순서에 의해야 하는데 이는 마치 금슬(琴瑟)을 배우는 자가 먼저 현(弦)을 다루는 잡기(雜技)를 익히지 못하면 손놀림이 날렵하지 못하여 그 현(弦)을 잘 연주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이다.
⊙ 不學博依, 不能安詩(불학박의, 불능안시): 박의(博依)는 폭넓게 비유를 잘하는 것, 시(詩)는 비유로서 흥(興)하는 것으로, 시(詩)를 배우려는 자가 비유를 광범위하게 응용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면 시를 잘 지을 수 없다는 말이다.
⊙ 不學雜服, 不能安禮(불학잡복, 불능안례): 잡복(雜服)은 면복과 피복등 각종 예복으로, 예(禮)를 배우는 자가 각종 예복에 대해 잘 모르면 예(禮)를 잘 할 수 없다는 말이다.
⊙ 不興其藝, 不能樂學(불흥기예. 불능락학): 흥(興)은 희열(喜悅), 락(樂)은 좋아하고 사랑함, 예(藝)는 악(樂), 시(詩), 예(禮) 등을 말한다. 그 예(藝)를 애호하지 않으면 잘 배울 수 없다는 말이다.
⊙ 藏焉, 脩焉, 息焉, 遊焉(장언, 수언, 식언, 유언): 장(藏)은 간직함, 수(脩)는 학습으로, 식유(息遊)는 쉬고 노는 것도 모두 학문안에 있음을 말한다. 언(焉)은 어시(於是)의 준말이다.
⊙ 敬孫, 務時敏, 厥脩乃來(경손, 무시민, 궐수내래): 무(務)는 힘쓰는 것, 민(敏)은 빠르게 힘씀으로 시민(時敏)은 때에 이르러 신속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궐(厥)은 기(其)로 즉, 그 학업을 경신(敬愼)하고 그 뜻을 겸손히 하고, 때에 이르러 전력을 다해 학업에 정진하면 이에 성취를 할 것이라는 말이다.
학교 교육은 국가에서 정해 준 교육과정을 따른다. 교육과정대로 교과내용을 풀어 낸 것을 교과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국정교과서와 검인정교과서 그리고 인정도서를 교본으로 교과목을 지도하고 있다. 정규 학교 교육 이외의 교육으로는 학교 내에서는 방과후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 밖에서는 학원 및 예체능 교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규학교 교육과정과 다른 교육을 실시하는 각종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나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교육이란 이름아래 행해지는 이러한 활동은 모두 세상을 잘 살 수 있게 배움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과연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교육개발원의 2016년 교육기본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학년도 전체 초‧중등학교 학업 중단자 수는 무려 4만7070명(전체학생 대비 0.8%)에 달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대한민국 교육청들의 구호가 무색하게 무려 오만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제 때에 맞추어 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순간 학교를 떠난 이들은 과연 배움 안에서 공부하고 휴식하고 놀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아니면 당신들의 천국 대한민국에서 헬조선이라고 상처받고 있을까? 이제는 우리 학교가 사람답게 사는 배움을 펼쳐 단 한 명의 아이도 학업 중단을 하지 않은 유토피아 교육 현장이 되길 소망한다.
學記 7
今之教者 呻其佔畢 多其訊言 及於數進 而不顧其安.
使人不由其誠 教人不盡其材.
其施之也悖 其求之也佛.
夫然故 隱其學而疾其師.
苦其難而不知其益也.
雖終其業 其去之必速 教之不刑 其此之由乎.
오늘날 교사들은 단지 서책을 읽기만 하며 주절주절 강의만 하고 빠르게 나아가는 것에 급급하여 철저한 이해가 없음은 상관하지도 않는다. 학생으로 하여금 성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학생의 재능을 다하지도 못하게 한다. 교수방법이 선후순서가 어긋나고 학생들의 요구에 실제적으로 부합하지도 않는다. 이런 까닭에 학생들이 학습을 힘겨워하고 또 교사를 미워하게 된다. 학생들의 감각은 단지 곤란에만 머물고 그 유익한 점을 알 수 없다. 비록 학업을 마친다할지라도 쉽사리 잊어버리게 되니, 교육이 실패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인 것이다.
(註釋)
⊙ 呻其佔畢(신기점필) : 신(呻)은 음송(吟誦), 점(佔)과 필(畢)은 서간(書簡)을 가리킨다.
⊙ 訊言(신언) : 신(訊)과 수(誶)는 통자(通字)로 수(誶)의 훈(訓)은 '고하다'이다. 다기고어(多其告語)란 시관물어(時觀勿語)와 상반(相反)되는 뜻으로 학습자가 스스로 깨닫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말을 많이 하도록 한다는 말이다.
⊙ 及於數進(급어수진) : 빠르게 나아가는데 급급(汲汲)하다는 말이다. 급(及)은 급급(汲汲)이고, 수(數)는 질(疾)로 빠름이다.
⊙ 安(안) : 안정(安定)으로, 앞에 나온 안현(安弦), 안시(安詩), 안례(安禮)를 가르킨다. 즉, 신속함만을 추구하여 그 안정 여부는 돌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 佛(불) : 불(拂)의 차자(借字)로 거스르는 것이다. 悖(어그러질 패)와 동의(同義)로, 패(悖)와 불(佛)에 대한 오징(吳澄)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하나의 이치를 안 후에 다른 하나의 이치를 궁리하도록 하는 것을 이르러 그의 성의(誠意)를 다한다고 한다. 하나의 일을 능히 행한 후에 다른 일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이르러 재능(才能)을 다한다고 한다. 그 능력을 돌보지 않고 그가 알지 못하는 바를 하도록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선후(先後)의 마땅함을 잃은 것으로 이를 패(悖)라고 한다. 학생이 스스로 알고 할 수 있도록 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강제로 이를 알게 하고 할 수 있도록 하고는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구하는 것은 깊고 낮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를 일러 불(佛)이라고 한다.
⊙ 隱(은) : 숨길 은(隱)은 쓸 고(苦)로 어려움을 말한다.
⊙ 疾(질) : 병 질(疾)은 미워함을 말한다.
⊙ 不形(불형) : 이루지 못함으로, 형(形)은 형(型)과 통한다.
20여 년 전 학교에 열린교육 열풍이 휘몰아 친 적이 있었다. 복도에서 교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교실 벽을 허무는 것을 열린교육의 상징처럼 여기다가 휑한 공간에서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수업을 방해받아 나중에 다시 교실 벽을 새로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사제지간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학생의 흥미와 관심에 열린 마음으로 지식을 배우고자하는 열린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눈에 보이는 물리적 교실환경을 바꾸는 것을 열린교육으로 착각한 오류에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그 후 2010년 전후부터 교육현장에는 교사의 일방통행만 있는 일제식수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배움 중심 수업이란 새로운 교육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일찍이 공자(孔子)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학문의 즐거움을 설파한 이래 배움은 삶의 중요한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배움 중심 수업이란 학생이 배움을 스스로 알아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학습자 중심으로 말씀하신 공자의 배움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혁신교육에 유행인 배움중심수업이 과거 실패한 열린교육의 전철을 밟지 않고 공자처럼 성공적인 교육모델로 세대를 이어 전해질 수 있을까? 그 열쇠는 바로 학기의 내용대로 배우는 사람이 재능과 성의를 다할 수 있는 교사들에 달려 있을 것이다.
學記 8
大學之法 禁於未發之謂豫; 當其可之謂時;
不陵節而施之謂孫; 相觀而善之謂摩;
此四者 教之所由興也.
發然後禁 則扞格而不勝;
時過然後學 則勤苦而難成.
雜施而不孫 則壞亂而不修.
獨學而無友 則孤陋而寡聞 燕朋逆其師.
燕闢廢其學 此六者 教之所由廢也.
대학의 가르침으로 예(豫)란 미발(未發)의 착오를 방지하는 것이고, 시(施)란 적당한 때에 맞추어 지도하는 것이고, 손(孫)이란 그 연령과 재능에 맞춰 교재와 학습량을 달리 하는 것이고, 마(摩)란 학우들이 서로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네 가지가 교육이 성공하는 원인이 된다. 잘못을 저지른 후 금지하는 것은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고, 시기를 놓친 후 배우는 것은 성공이 힘겹고 어려운 것이다. 순서에 어긋나게 과정을 초과해서 가르치는 것은 학습이 뒤죽박죽이 되어 배움을 이룰 수 없다. 혼자서 학습하고 함께 토의 연구할 학우도 없다면 견문이 일천하고 고루하게 되어 교우관계도 손상되고 스승의 가르침을 위배하게 된다. 그릇된 길로 가면 학업이 황폐해지는 것으로 이 여섯 가지가 교육이 실패하는 원인이 된다.
(註釋)
⊙ 不陵節而施之謂孫(불릉절이시지위손): 陵(큰 언덕 릉)은 넘는 것, 節(마디 절)은 한계, 施(베풀 시)는 가르침, 孫(손자 손)은 겸손할 손(遜)으로 알맞음을 따름이다. 교육은 그 연령과 재능에 맞추어 교재와 분량을 다르게 해야한다는 말이다.
⊙ 相觀而善之謂摩(상관이선지위마): 魔(마귀 마)는 연마(硏磨)로, 친구끼리 서로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 扞格而不勝(한격이불승): 扞(막을 한)은 막다, 格(바로잡을 격)은 견고하여 들어갈 수 없는 모양으로, 비례(非禮)의 언행이 이미 발동되면 이를 금지하여 고치려해도 되지 않는다. 즉 교화(敎化)의 힘이 미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 燕朋(연붕): 燕(제비 연)은 더럽다, 朋(벗 붕)은 벗으로, 즉 부정한 벗을 이르는 말이다.
⊙ 燕辟(연벽): 辟(벽)은 僻(후미질 벽)과 동자(同字)로, 사악(邪惡)의 뜻이다.
장흥 송암천문대의 천체망원경으로 캄캄한 밤하늘에서 마차부자리의 으뜸별인 카펠라를 관찰하였다. 카펠라는 북극성의 바로 옆에 있는 마차부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지구보다 109배 더 큰 태양보다 14배나 더 큰 별인 일등급 알파별이다. 성능 좋은 천체망원경만 있으면 지구에서 50광년이나 떨어진 카펠라보다 더 머나먼 거리에 있는 베타, 감마 별들도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교육이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망원경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망원경이 머나먼 별을 바로 눈앞에서 뚜렷하게 밝혀 주듯이 좋은 교육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가를 선명하게 알려 준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선행학습 금지 조치로 사교육이 일시 쇠퇴하는 조짐이 있기도 하지만 자기 자식이 남보다 더 일찍 선행학습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부모들의 조바심이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학기(學記)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적당한 때에 맞추어 지도하고, 그 연령과 재능에 맞춰 교재와 학습량을 달리 해야 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은 오늘날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가슴에 품은 꿈과 희망의 별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 성공적인 교육망원경이 될 수 있도록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공동체 모두가 선행학습을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다.
學記 9
君子既知教之所由興 又知教之所由廢故君子之教喻也.
然後可以為人師也; 故君子之教喻也;
道而弗牽 強而弗抑 開而弗達.
道而弗牽則和, 強而弗抑則易,
開而弗達則思 和易以思 可謂善喻矣.
學者有四失 教者必知之.
人之學也; 或失則多, 或失則寡,
或失則易, 或失則止, 此四者 心之莫同也.
知其心 然後能救其失也.
教也者 長善而救其失者也.
군자는 교육이 성공하는 원인을 알고, 또 교육이 실패하는 원인도 안 연후에 가히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군자의 교육은 학생을 계발시키고, 학생을 핍박하지 않고 유도하고, 학생을 억압하지 않고 근면하게 하며, 대강을 제시하되 자질구레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핍박하지 않고 유도하는 것은 온화함이고, 억압하지 않고 근면하게 하는 것은 용이함이며, 대강을 제시하되 자질구레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사상을 독려하는 것으로 이를 일컬어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네 가지의 결점이 있는데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이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공부를 할 때 어떤 경우는 배우는 양을 많게만 하여 정교하지 않고, 어떤 경우는 너무 적게 배우고, 어떤 경우는 효과를 빨리 내려고만 하고, 어떤 경우는 조금만 배워도 다 배웠다고 하는 이 네 가지가 심리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 심리를 알은 연후에 능히 그들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이란 학생의 장점을 배양하고 결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註釋)
⊙ 道而弗牽(도이불견): 유도(誘導)하되 강제로 이끌지 않는다는 말이다.
⊙ 强而弗抑(강이불억): 의지(意志)를 분발(奮發)시켜 주되 억누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 開而弗達(갱이불달): 대의(大義)를 개발시키되 상세히 통달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和易以思(화이이사): 화락(和樂)하고 용이(容易)하게 하여 기꺼이 사상(思想)을 계발하게 한다는 말이다.
⊙ 或失則多(혹실즉다): 則(즉)은 之(지)와 같다. 잘못이 많이 얻으려고 탐하다가 잡다(雜多)한 학문이 되어 진수(眞髓)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 或失則寡(혹실즉과): 寡(과)란 견문(見聞)에 있어 범위가 너무 협소(狹小)함을 이르는 말이다.⊙ 或失則易(혹실즉이): 易(이)란 지나치게 빠른 효과를 구한다는 말이다.
⊙ 或失則止(혹실즉지): 止(지)란 조금만 이루어도 금방 만족해 버림을 이르는 말이다.
⊙ 莫同(막동): 같지 않음을 이르는 막이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계에는 명퇴 열풍이 불어 오십 세만 넘어도 자의반타의반으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급증하고 있어 나이 든 교사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학교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자조 섞인 말 속에 세대를 이어 삶의 지혜를 전수해 줄 나이 든 교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학교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문득 1988년 명동 카톨릭 회관에서 강의를 하셨던 함석헌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구십 세에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백발에 흰 수염으로 '노자'를 열강 하시던 함석헌 선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돌이켜보면 일찍이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던 선생이셨기에 누구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시고 생애 말년까지 고난속의 민주화운동과 함께 평생교육 차원의 고전강독으로 참교육자의 모습을 실천하신 것 같다.
선생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귀감을 평생을 정의롭고 바르게 살아가심으로써 몸소 보여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 학교가 학기의 가르침대로 학생 스스로 자율적으로 근면한 지성인이 되도록 계발을 도와주어서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가 민족의 큰 스승 함석헌 선생이 바랐던 대로 사람이 자유롭고 바르게 사는 세상이 되길 갈망한다.
學記 10
善歌者 使人繼其聲 善教者 使人繼其誌.
其言也約而達 微而臧 罕譬而喻 可謂繼誌矣
君子知至學之難易 而知其美惡.
然後能博喻 能博喻 然後能為師 能為師 然後能為長.
能為長 然後能為君.
故師也者 所以學為君也.
是故擇師不可不慎也.
記曰; 三王四代唯其師 此之謂乎.
凡學之道 嚴師為難 師嚴 然後道尊 道尊 然後民知敬學.
是故君之所不臣於其臣者二 當其為尸 則弗臣也
當其為師 則弗臣也.
大學之禮 雖詔於天子 無北面 所以尊師也.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사람에게 그 소리를 전수하고, 교육을 잘하는 사람은 사람에게 그 뜻을 계승한다. 그가 하는 말은 간단명료하고, 오묘하며 훌륭하고, 비유가 적어도 이해하기 쉬워서 가히 학생이 스승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군자는 배움에 이르는 어려움과 용이함을 알아야한다. 아울러 학생의 자질의 장단점을 살펴야 한다. 이런 연후에 비로소 능히 다방면으로 사람을 교육 시킬 수 있는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승이 된 연후에 수장이 될 수 있고, 그 연후에 능히 영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스승이란 사람이 배움으로써 영수가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승을 선택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고서에 이르길, ‘삼왕이 개국하고 사대가 백성을 다스릴 때 모두 스승을 존중하였다.’라고 한 것이 이를 말하는 것이다. 무릇 학습의 길은 스승을 존경하고 어렵게 여기고, 스승을 존경한 연후에 도리를 중히 여기고, 도리를 중히 여긴 연후에 학문에 전심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임금은 두 종류의 신하를 신하로 대하지 않았는데 제사 때 신령으로 분장하는 尸(시)와 스승은 신하로 대하지 않았다. 대학의 예절에 비록 천자에게 강연을 할 때에도 북쪽을 향하는 신하의 예를 행하지 않도록 한 것은 스승을 존경하는 이유에서 인 것이다.
(註釋)
⊙ 約而達(약이달): 간단(簡單)하면서도 뜻은 명백(明白)하다는 말이다.
⊙ 微而臧(미이장): 뜻이 미묘(微妙)하면서도 말이 훌륭하다는 말이다.
⊙ 罕譬而喩(한비이유): 비유가 적으면서도 듣는 사람이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 美惡(미악): 천부적 자질의 좋고 나쁨을 말한다. 오징이 말하기를, '그 좋고 나쁨과 쉽고 어려움을 알면, 능히 그 깊고 엷고 높고 낮음에 따라 그를 비유하게 되어, 한 길에 얽매임이 없게 되는 고로 소위 널리 비유한다고 이를 수 있다(吳澄曰; 知其難易美惡 故能隨其淺深高下而喩之 不局於一途 所謂博喩也).'
⊙ 長(장): 관장(官長)을 말한다.
⊙ 三王四代唯其師(삼왕사대유기사): 삼왕(三王)은 하우(夏禹), 상탕(商湯), 주무왕(周武王)을 말한다. 사대(四代)는 우(虞), 하(夏), 상(商), 주(周)를 말한다. 전체의 뜻은 삼왕(三王) 사대(四代)에 스승을 존중하는 것이 똑 같았다는 말이다.⊙ 嚴(엄): 존경(尊敬)을 말한다.
⊙ 當其爲尸(당기위시): 고대(古代) 선조(先祖)에게 제사를 지낼 때 신령의 형체가 보이지 않으므로 사람이 신령으로 분장을 하던 것을 尸(시)라 하였는데 후에 초상(肖像)을 쓰게 되면서부터 尸(시)가 폐지되었다.
⊙ 詔於天子(조어천자): 詔(고할 조)는 고(告)함이다. 신하가 임금을 뵐 때는 북쪽을 향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신하가 있는 위치를 북면(北面)이라 한다. 주무왕(周武王)이 즉위를 할 때 스승 상부(尙父) 강상(姜尙)을 불러 물었는데 강상은 면(冕)을 쓰고 서(書)를 들고 들어와 병풍을 등지고 서고 왕은 아래 당(堂)에서 남면(南面)을 하고 섰다. 강상이 말하기를 '선왕의 도는 스승은 북면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중국의 명문장가를 일컫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명인 유종원(柳宗元)이 쓴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은 노자(老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이 담긴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사상을 나무를 잘 가꾸는 곽탁타(郭橐駝)의 말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곽탁타는 당나라 장안의 잘나가는 정원사였다. 장안의 부호들이 앞 다투어 곽탁타를 불러 값 비싸고 좋은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하였다. 그런데 큰 돈을 주고 초빙한 곽탁타를 몇 날 며칠을 두고 보아도 나무를 심어놓고 빈둥거리면 놀기만 할 뿐 나무를 돌보질 않아 그가 정말로 나무를 키우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스타 정원사의 비법을 묻자 곽탁타가 태연자약하게 대꾸하길 “나무 심는데 뭔 비법이 있겠냐?” 하며 자신은 나무를 심어 놓기만 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나무의 본성대로 자랄 수 있게 그저 바라만 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무를 해치는 사람들의 예를 들기를 나무를 심을 때 뿌리를 함부로 꺾고 흙도 제멋대로 섞거나 너무 많이 돋우거나 모자라게 하며, 관심이 지나쳐 나무를 돌본답시고 수시로 이리 저리 만지고 죽었나싶어 나무껍질도 파보는가 하면 심지어 뿌리가 잘 내렸는지 확인하려고 흔들어 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곽탁타는 나무의 본성을 살려 나무를 잘 키우는 일을 빗대어 말로만 백성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각종 규제와 세금 부과로 가난한 서민의 재산마저 강탈하는 탐관오리들을 질타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교육의 창궐로 인해 교육비를 과다 지출하느라 서민들의 등골이 휘는 실정이다. 정책 당국과 국민 모두 학생과 자녀에게 교육을 잘 시키고자하는 일념이지만 교육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도 곽탁타가 나무의 본성을 잘 살려 훌륭한 나무를 가꾸는 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오랜 시간 동안 학교나 학원에 붙잡아 둔다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학교교육을 정상화하여 사교육을 퇴출시키고 학생들의 본성을 잘 살려 미래를 여는 교육을 하여야 한다.
아침 자습이나 야간 자율학습과 같은 정책들은 학생들을 과중한 학습량에 지치게 하여 과유불급으로 공부에서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9시 등교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고, 야자폐지로 저녁 밥상에 온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은 아이들에게 행복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희망 교육 속에서 '교육을 잘하는 사람은 사람에게 그 뜻을 계승한다. 그가 하는 말은 간단명료하고, 오묘하며 훌륭하고, 비유가 적어도 이해하기 쉽다. 이리하면 가히 학생이 스승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학기의 말대로 학생과 교사가 서로 학문으로 소통하며 상생하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學記 11
善學者 師逸而功倍 又從而庸之.
不善學者 師勤而功半 又從而怨之.
善問者如攻堅木 先其易者 後其節目
及其久也 相說以解 不善問者反此.
善待問者如撞鐘 叩之以小者則小鳴
叩之以大者則大鳴 待其從容 然後盡其聲
不善荅問者反此 此皆進學之道也.
記問之學 不足以為人師 必也其聽語乎.
力不能問 然後語之 語之而不知 雖舍之可也.
良冶之子 必學為裘 良弓之子
必學為箕 始駕馬者反之 車在馬前.
君子察於此三者 可以有誌於學矣.
잘 배우는 사람은 스승이 안일해도 성과는 배가되면서 또한 스승의 공을 칭송한다. 잘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스승이 근면하여도 성과는 절반밖에 못 내며 도리어 스승을 원망한다. 발문을 잘 하는 사람은 목수가 견고한 나무를 자를 때 먼저 자르기 용이한 부분을 자른 다음에야 마디와 옹이가 있는 곳을 자르는 것처럼 시간을 잠시 두었다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이해를 해나가도록 하는 것인데 발문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와 정반대인 것이다. 응답을 잘 기다려준다고 하는 것은 종을 칠 때 가볍게 치면 작은 소리가 나고 세게 치면 큰 소리가 나는 것처럼 시간을 주어야 여러 가지 다른 응답이 나올 수 있고 비로소 완전히 이해가 되는 것인데 응답을 잘 기다려주지 않으면 이와는 정반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학업이 진전되는 과정인 것이다. 죽어라고 암기만 하는 잡다한 지식으로는 스승이 되기 부족하다. 반드시 학생의 발문을 들은 연후에 그에게 풀이를 해주도록 한다. 만일 學力(학력)이 발문하기 어려우면 여유를 기다려 알려준다. 말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면 비록 그를 상관하지 않아도 괜찮다. 훌륭한 대장장이는 자식에게 쇳조각을 접목하는 기술을 배우게 하여 갖옷을 만들게 하고, 훌륭한 궁수는 자식에게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배우게 하여 키를 만들게 하였다. 새끼 말에게 수레를 끌도록 가르치는 자는 수레 뒤에 새끼 말을 매어 수레를 모는 것을 배우게 하였다. 군자는 이 세 가지를 잘 살펴서 가히 학문의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註釋)
⊙ 庸之(용지): 庸(쓸 용)은 功(공 공)으로 공(功)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 節目(절목): 節(절)은 식물의 마디, 目(목)은 나무의 옹이로, 절목(節目)이란 나무의 견실한 부분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곳을 말한다.
⊙ 相說以解(상설이해): 묻는 이는 순리대로 묻고 답하는 이는 성심껏 답하여 오랜 시간이 흘러 스승과 제자 모두가 흥미가 있게 되어 명확하게 이해를 하게 된다는 말이다.
⊙ 從容(종용): 유유자적(悠悠自適)으로, 여유가 있어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으로, 속세에 속박됨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이다.
⊙ 記問之學, 不足以爲人師(기문지학, 부족이위인사): 잡다(雜多)한 지식을 암기 암송하는 것은 마음으로 터득한 바가 없으므로 아는 것이 한계가 있어 스승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말이다.
⊙ 聽語(청어): 교수(敎授)를 할 때에 학생의 발문(發問)을 기다린 연후에 이를 말하여 준다는 말이다.
⊙ 力不能問, 然後語之(역불능문, 연후어지): 만약 학생의 지력(知力)이 부족하여 발문을 못하면 필히 심사숙고하여 발문을 충분히 할수 있는 능력이 된 연후에 그에게 알려준다는 말이다.
⊙ 良冶之子, 必學爲裘(양야지자, 필학위구): 冶(불릴 야)는 대장장이로, 훌륭한 대장장이 집안은 그 아들이 아버지가 쇠를 단련하는 것을 보게 하고 쇳조각들을 모아 온전하게 만드는 기술을 배우게 한 후 갖옷을 만드는 것을 배우게 한다는 말이다.
⊙ 良弓之子, 必學爲箕(양궁지자, 필학위기): 箕(키 기)는 키로 쌀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도구이다. 훌륭한 활을 만드는 장인은 나무를 굽혀 활을 만드는 성질을 가르치기 위해 대나무와 버드나무를 휘어 키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말이다.
⊙ 始駕馬者反之, 車在馬前(시가마자반지, 거재마전): 새끼말을 수레 뒤에 매고 거마(車馬)를 끌고 가면서 앞으로 새끼말이 거마를 끄는 것을 미리 학습하도록 하여 거마를 끌 때의 공포감을 없애준다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실에서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배움이 있다.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한 장은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토론 수업에서 찬성 쪽 토론자가 발제를 하고 있는 장면이고, 다른 한 장은 미국의 초등학교 2학년 수업에서 교사가 발문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학생들의 토론 수업 장면을 보면 비록 다인수 교실이지만 모두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반하여 교사 주도의 수업에선 소수의 학급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대부분이 흥미를 잃어버린 것 처럼 보인다.
학생들의 배움이 어느 장면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날지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 수업은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진지한 배움터가 되고 있지만 교사 중심 수업은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이 방관자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학기(學記)에서 '발문을 잘 하는 사람은 목수가 견고한 나무를 자를 때 먼저 자르기 용이한 부분을 자른 다음에야 마디와 옹이가 있는 곳을 자르는 것처럼 시간을 잠시 두었다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이해를 해나가도록 하는 것인데 발문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와 정반대인 것이다'라는 내용은 성공적인 수업을 하려면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잘 알려 주고 있다.
교사가 수업을 잘 하려면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발문을 잘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유능한 교사 중심의 수업보다는 토론과 같이 평범한 학생 서로가 모두 배움의 주인이 되는 수업일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제 학교가 변해야 한다. 학교, 이제 아이들 빼고는 모두 바꿔야 산다.
學記 12
古之學者 比物丑類.
鼓無當於五聲 五聲弗得不和.
水無當於五色 五色弗得不章.
學無當於五官 五官弗得不治.
師無當於五服 五服弗得不親.
君子曰; 大德不官 大道不器 大信不約 大時不齊.
察於此四者 可以有誌於學矣.
三王之祭川也 皆先河而後海 或源也,
或委也 此之謂務本.
옛날의 학생은 같은 종류의 사물을 서로 비교 연구하였다. 북은 다섯 가지 소리에 속하지 않으나 북소리가 없으면 오성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물은 다섯 가지 색깔에 속하지 않으나 오색은 물이 없으면 색깔이 불분명해진다. 배우는 것은 오관(五官)에 속하지 않지만 배우지 않으면 오사(五事)가 바르지 않게 된다. 스승은 오복의 상에 해당되지 않으나 스승의 가르침이 없으면 오복(五服) 이내의 친족이 화애(和愛)할 수 없을 것이다. 군자가 말하길, 위대한 덕행은 그 교화가 사방으로 퍼져 한 관(官)을 다스리지 않으나 제관(諸官)의 본보기가 되고, 성인의 도는 어느 한 용도에만 머물지 않으며. 위대한 신용은 기약이 없음에도 약속을 지키고, 위대한 시령은 한계가 분명하지 않으나 생사가 가지런하다. 이 네 가지를 잘 살펴서 가히 학문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고대에 삼왕(夏禹, 商湯, 周武王)이 수제를 지낼 때 모두 먼저 하천에 제사를 올린 연후에 바다에 제사를 지낸 것은 어떤 것은 근원이고, 어떤 것은 말미로 선후 분별이 있어 이를 일러 근본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하는 것이다.
(註釋)
⊙ 比物醜類(비물추유): 物(만물 물)은 事(일 사), 醜(추할 추)는 比(견줄 비)로, 동류(同類)의 사물로 서로 비교하도록 하여 배움을 쉽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 鼓無當於五聲(고무당어오성): 오성(五聲)은 궁(宮), 상(商), 각(角), 치(徵), 우(羽)이다. 북소리는 오성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성은 북소리가 없으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다.
⊙ 水無當於五色, 五色弗得不章(수무당어오색, 오색부득부장): 오색(五色)은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색이다. 章(글 장)은 明(밝을 명)으로, 맑은 물은 색이 없어 오색의 반열에 들지 못하지만 그림은 물이 없으면 분명하게 못한다는 말이다.
⊙ 學無當於五官, 五官弗得不治(학무당어오관, 오관부득불치): 오관(五官)은 이(耳), 목(目), 구(口), 비(鼻), 심(心)으로 순자(荀子)의 정명(正名)에 보인다. 주희(朱熹)는 '오관은 귀, 눈, 입, 코, 마음으로 바로 홍범(洪範)의 오사(五事)이다'라고 했다. 오사(五事)란 모(貌), 언(言), 시(視), 청(聽), 사(思)를 말한다. 즉, 배우는 것은 오관(五官)에 속하지 않지만 배우지 않으면 오사(五事)가 바르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 師無當於五服, 五服弗得不親(사무당어오복, 오복부득불친): 오복(五服)이란 상복(喪服)의 다섯 등급으로, 즉 참최(斬衰), 재최(齊衰), 대공(大功), 소공(小功), 시마(緦麻)를 말한다. 제자는 스승을 잃었을 때 마음은 슬프지만 상복을 입지 않으나 스승의 가르침이 없으면 오복(五服) 이내의 친족이 화애(和愛)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 大德不官(대덕불관): 대덕(大德)은 성인(聖人)의 덕(德)이고, 불관(不官)은 직책에 구애받지 않음을 말한다. 성인은 위에 있어서 그 교화가 사방으로 퍼져 한 관(官)을 다스리지 않으나 제관(諸官)의 본보기가 된다는 말이다.
⊙ 大道不器(대도불기): 대도(大道)는 성인의 도(道)이고, 불기(不器)는 성인의 도(道)가 너무 커서 베풀어지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 大信不約(대신불약) : 대신(大信)은 말이 없는 약속으로 즉, 천지(天地)의 사계절은 말이 없이도 순환되는데 이는 대신(大信)으로 기약이 없음에도 약속을 지킨다는 말이다.
⊙ 大時不齊(대시부제): 대시(大時)는 천시(天時)로 춘하추동(春夏秋冬)이 각기 때가 있어 한계가 분명하면서도 나란히 하지 않는 것은 각기 적당한 때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 源(원): 샘물이 솟아나는 곳을 말한다.
⊙ 委(위): 물의 흐름이 모이는 곳을 말한다.
⊙ 務本(무본): 무본(務本)이란 근본으로부터 시작함을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죽어서 우리들과 함께 영원히 사는 분이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 논둑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 자체가 온 국민에게 공직자의 본보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깊은 감동과 교화를 주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라는 운명의 화두는 이미 생사를 초월한 위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록 한 줌 흙으로 돌아가셨지만, 권위주의 타파와 대한민국의 자주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일생은 소박한 서민생활의 교화로 온 나라에 퍼지고, 노무현 정신이 이 땅에 베풀어지지 않는 곳이 없으며, 청렴한 공직자의 약속은 죽음으로 지켰으며. 이미 오래전 생각으로 작은 비석 하나 남긴 그의 자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언제나 봉화마을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학기(學記)에 '위대한 덕행은 그 교화가 사방으로 퍼져 한 관을 다스리지 않으나 제관의 본보기가 되고, 성인의 도는 어느 한 용도에만 머물지 않으며. 위대한 신용은 기약이 없음에도 약속을 지키고, 위대한 시령은 한계가 분명하지 않으나 생사가 가지런하다.'라며 이 네 가지를 잘 살펴서 가히 학문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삶 자체가 학기의 당부를 몸소 실천하여 우리들의 사표로 삼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 玉(구슬 옥)은 ❶상형문자로 세 개의 구슬을 끈으로 꿴 모양으로, 중국 서북에서 나는 보석을 말한다. 처음에는 王(왕)으로 썼으나 나중에 丶(점)을 더하여 王(왕)과 구별하였다. ❷상형문자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어치가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구슬이란 호박이나 옥을 뜻했다. 옛사람들은 옥도 가공해야 장신구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구슬을 뜻하는 玉자는 가공된 여러 개의 보석을 끈으로 연결해놓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갑골문에 나온 玉자를 보면 지금의 王(임금 왕)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王자와의 구별이 어려워지게 되어 점을 찍은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주의해야 할 것은 玉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옛 글자인 王자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珍(보배 진)자나 班(나눌 반)자처럼 王자가 부수로 쓰여 있다 할지라도 모두 '구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玉(옥)은 (1)빛이 곱고 아름다운 광택(光澤)이 나며 모양이 아름다워 귀(貴)하게 여기는 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구슬 ②옥(玉) ③아름다운 덕(德) ④미칭(美稱), 상대편의 것을 높여 이른 말 ⑤옥(玉)과 같은 사물의 비유 ⑥아름답다 ⑦훌륭하다 ⑧가꾸다 ⑨소중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주(珠), 구슬 원(瑗), 구슬 경(瓊), 구슬 선(璿), 구슬 벽(璧),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돌 석(石), 쇠 철(鐵)이다. 용례로는 옥으로 만든 도장을 옥인(玉印), 옥으로 만든 패물을 옥패(玉佩), 옥으로 만든 함을 옥함(玉函), 옥과 같이 보배롭고 귀한 그릇을 옥기(玉器), 임금이 앉는 자리를 옥좌(玉座), 옥으로 만든 술잔을 옥배(玉杯), 옥과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옥계(玉溪), 옥에도 티가 있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도 한 가지의 흠은 있다는 옥하(玉瑕), 옥같이 희고 고운 팔이라는 옥완(玉腕), 윗사람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을 애옥(愛玉), 구슬과 옥을 주옥(珠玉), 옥을 갊으로 지덕을 닦음을 공옥(攻玉),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선과 악이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옥과 돌이 함께 부서진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동쇄(玉石同碎), 옥계에 흐르는 맑은 물을 일컫는 말을 옥계청류(玉溪淸流), 옥과 돌이 한 궤짝 속에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나 혹은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한데 섞여 있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옥석동궤(玉石同匱), 귀한 분의 걸음걸이와 몸이란 뜻으로 남의 건강을 비유하는 말을 옥보방신(玉步芳身), 빛이 썩 희고 고결하여 신선과 같은 뛰어난 풍채와 골격을 일컫는 말을 옥골선풍(玉骨仙風), 아주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러한 의복과 음식을 일컫는 말을 옥의옥식(玉衣玉食), 옥녀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말을 옥녀가인(玉女佳人), 아름다운 얼굴에 영걸스러운 풍채를 이르는 말을 옥안영풍(玉顔英風), 아름답고 얌전한 신랑이나 젊은이를 일컫는 말을 옥인가랑(玉人佳郞), 맑고 깊은 바다와 단단한 산이라는 뜻으로 고상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을 옥해금산(玉海金山)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琢(다듬을 탁)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슬옥변(玉=玉, 玊; 구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玉(옥)을 끌로 새길 때 나는 소리를 뜻하는 글자 豖(촉, 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琢(탁)은 ①(옥을)다듬다 ②닦다, 연마하다 ③(부리로)쪼다 ④꾸미다 ⑤선택하다 ⑥골라 뽑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옥 따위를 갈고 닦음 또는 수행하여 학문이나 기예나 정신 따위를 향상시킴을 탁마(琢磨), 아름답게 갈고 닦음을 탁미(琢美), 틀에 박아내어 쪼아서 고르게 만든 그릇을 탁기(琢器), 시문의 자구를 곱게 다듬음을 탁자(琢字), 보석 따위를 새기거나 쪼는 일을 조탁(彫琢), 갈닦음을 일컫는 말을 마탁(磨琢), 뒤에 다시 정정함을 추탁(抽琢), 시문의 구절과 뜻을 곱게 다듬어 아름답게 꾸밈을 일컫는 말을 탁구연의(琢句鍊意),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인격을 갈고 닦음을 일컫는 말을 절차탁마(切磋琢磨), 옥도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천성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학문이나 수양을 쌓지 않으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옥불탁불성기(玉不琢不成器) 등에 쓰인다.
▶️ 成(이룰 성)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창과(戈; 창, 무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성)은 나중에 변한 모양이며, 十(십; 모이다), 午(오; 다지다), 甲(갑; 덮다)이라 썼다. 戊(무)는 무기, 도구의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도구를 써서 사물을 만들다, 완성되다, 이루어지다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成자는 '이루다'나 '갖추어지다', '완성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成자는 戊(창 모)자와 丁(못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戊자는 반달 모양의 날이 달린 창을 그린 것으로 '창'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창을 그린 戊자에 丁자가 더해진 成자는 본래는 '평정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여기서 말하는 '평정하다'라는 것은 적을 굴복시킨다는 의미이다. 成자는 후에 적을 굴복시켜 일을 마무리 지었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지금은 '이루다'나 '완성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成자에 쓰인 丁자는 유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정, 성'으로의 발음역할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떠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못을 박는 행위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成(성)은 (1)황금(黃金)의 순도(純度)를 나타내는 말. 십성(十成)이 순금(純金)임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이루다 ②이루어지다 ③갖추어지다, 정리되다, 구비되다 ④살찌다, 비대해지다 ⑤우거지다, 무성해지다 ⑥익다, 성숙하다 ⑦일어나다, 흥기하다(세력이 왕성해지다) ⑧다스리다, 평정하다 ⑨나아가다, 진보하다 ⑩가지런하다 ⑪고르게 하다, 균평(均平)하게 하다 ⑫끝나다 ⑬정하여지다 ⑭기대하다 ⑮완성하다 ⑯어른이 되다, 성인(成人)이 되다 ⑰크다 ⑱층계지다 ⑲화해하다 ⑳정성(精誠) ㉑재판(裁判), 심판(審判) ㉒권형(權衡), 균형(均衡) ㉓총계(總計), 셈한 계산(計算) ㉔북두칠성(北斗七星)이 술의 방위(方位)를 가리키는 날 ㉕길제(吉祭: 죽은 지 27개월 만에 지내는 제사) ㉖사방 10리의 땅 ㉗층 ㉘참으로 ㉙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통할 통(通), 통달할 달(達)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패할 패(敗), 질 부(負)가 있다. 용례로는 사업이나 일을 한 결과로 얻은 실적 또는 학생들의 학업과 시험의 결과로 얻은 실적을 성적(成績), 초목의 열매가 충분히 여묾 또는 어떤 현상이 충분히 발전하여 무르익은 시기에 달함을 성숙(成熟), 뜻한 것이 이루어짐 또는 사회적 지위를 얻음을 성공(成功), 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 또는 사물의 규모가 커짐을 성장(成長), 일의 이루어진 결과를 성과(成果), 목적대로 일을 이룸을 성취(成就), 화합물을 조성하는 각 원소 또는 하나의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를 성분(成分), 성년이 됨 또는 성년이 된 사람을 성인(成人), 일을 이룸이나 일이 이루어짐을 성사(成事), 성공과 실패를 일컫는 말을 성패(成敗), 사물이 이루어짐을 성립(成立), 자랄 대로 다 자란 나이를 성년(成年), 외과적 수단으로 형체를 고치거나 만드는 것을 성형(成形), 다 자라서 생식 능력이 있는 곤충을 성충(成蟲), 다 발육하여서 생식 능력이 있는 성숙한 동물 또는 그 동물의 몸뚱이를 성체(成體), 말을 이룸이나 이루어진 말 또는 고인들이 만든 말을 성어(成語), 어떤 내용이나 계획이나 방침 등에 관한 초안이나 방안을 작성함을 성안(成案), 어떤 단체를 이루는 사람 또는 회의를 성립시키는 데 필요한 어원을 성원(成員), 샛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덕이 높은 사람은 자기 선전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흠모하는 이들이 모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성혜(成蹊), 여러 부분이나 요소들을 모아서 일정한 전체를 짜 이룸을 구성(構成), 옳다고 동의함을 찬성(贊成), 단지나 삼림이나 택지나 녹지 따위를 인공적 인위적으로 이루어 만드는 것 또는 분위기나 상황 따위를 생겨나게 만드는 것을 조성(造成), 엮어서 만드는 일 또는 조직하고 형성하는 일을 편성(編成), 뜻한 바 목적한 바를 이룸을 달성(達成), 어떠한 꼴을 이룸 또는 어떠한 꼴로 이루어짐을 형성(形成), 가르쳐서 유능한 사람을 길러 냄 또는 실력이나 역량 따위를 길러서 발전시킴을 양성(養成), 사람을 가르쳐서 기르는 것 또는 동물이나 식물을 길러 자라게 하는 것을 육성(育成), 어떤 사물을 완전히 이룸을 완성(完成), 두 가지 이상이 합하여 한 가지 상태를 이룸을 합성(合成), 단체를 조직하여 이룸을 결성(結成), 충분하게 이루어짐을 숙성(熟成),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적이나 육체적 발육이 빨라 어른스러움을 숙성(夙成), 도와서 이루게 함 또는 힘이 되어 성공 시킴을 조성(助成), 사물이 생겨남이나 자라남 또는 사물이 일정한 상태에서 다른 것으로 변화함을 생성(生成), 크게 이룸이나 이루어짐 또는 큰 인물이 됨을 대성(大成), 사물이 이미 이루어짐 또는 어느 부문에서 이미 이름이 남을 기성(旣成), 다 이루지 못함 또는 아직 혼인한 어른이 되지 못함을 미성(未成), 늦게야 이루어짐을 만성(晩成), 빨리 이루어지거나 이룸을 속성(速成), 섞여서 이루어짐 또는 섞어서 만듦을 혼성(混成),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성공자퇴(成功者退),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나는 순간을 일컫는 말을 성패지기(成敗之機), 다른 사람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점을 도와주어 더욱 빛나게 해 줌을 일컫는 말을 성인지미(成人之美), 여러 사람이 모여 패를 지어 무리를 이룸 또는 그 무리를 일컫는 말을 성군작당(成群作黨), 성공의 열매는 부지런함 속에 있다는 뜻을 일컫는 말을 성실재근(成實在勤), 일이 되고 안 됨은 오로지 천운에 달렸다는 말을 성사재천(成事在天), 옛날 있었던 일에서 만들어진 어구를 일컫는 말을 고사성어(故事成語),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미성년자(未成年者), 발전의 규모나 속도가 높은 수준으로 성장함을 일컫는 말을 고도성장(高度成長),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도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을 문전성시(門前成市),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한다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룬다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남이 참말로 믿기 쉽다는 말을 삼인성호(三人成虎),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가를 이룸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이룩하거나 큰 일을 이룸을 이르는 말을 자수성가(自手成家),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일컫는 말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말이 하나의 일관된 논의로 되지 못함으로 말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뜻하는 말을 어불성설(語不成說),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는 뜻으로 작은 것이 쌓여 큰 것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토적성산(土積成山), 여러 사람의 마음이 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뭇사람의 뜻이 일치하면 성과 같이 굳어짐을 이르는 말을 중심성성(衆心成城), 새의 깃이 덜 자라서 아직 날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성숙되지 못하고 아직 어림을 이르는 말을 모우미성(毛羽未成), 공을 이루었으면 몸은 후퇴한다는 뜻으로 성공을 이루고 그 공을 자랑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공성신퇴(功成身退) 등에 쓰인다.
▶️ 器(그릇 기)는 ❶회의문자로 噐(기)의 본자(本字)이다. 犬(견; 개)은 고대(古代)의 식료(食料)로서 무덤에 묻혀지는 일이 많았다. 개고기를 네 개의 접시에 쌓은 모습으로 먹을 것을 제각기 덜어 먹는 접시나 그릇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器자는 '그릇'이나 '접시', '도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器자는 犬(개 견)자와 네 개의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器자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그릇에 담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개가 귀한 그릇을 지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모두 口자를 그릇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器자를 보면 마치 개가 마구 짖어대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器자가 본래는 '개가 짖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예서(隸書)에는 工(장인 공)자가 쓰인 噐(그릇 기)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噐자가 器자로 잘못 옮겨진 것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器(기)는 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1)기계(器械)나 기구(器具)나 그릇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생물체의 한 기관(器官)을 나타냄 (3)성(姓)의 하나 (4)음식의 그릇 수를 세는 단위 (5)근기(根器), 기량(器量)이라는 뜻으로, 교법(敎法)을 믿고, 이를 실제로 닦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6)기세간(器世間) 등의 뜻으로 ①그릇 ②접시 ③도구(道具) ④(생물체의)기관(器官) ⑤그릇으로 쓰다 ⑥그릇으로 여기다 ⑦존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릇 명(皿)이다. 용례로는 세간이나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살림에 쓰는 그릇붙이를 기물(器物), 살림살이에 쓰이는 그릇붙이를 기명(器皿),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기악(器樂),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제사 때에 쓰이는 그릇을 제기(祭器),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데 쓰는 연장을 흉기(凶器), 사람의 덕량과 재능을 기량(器量),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기(茶器), 기구와 기계를 아울러 일컫는 말을 기기(機器), 내장의 여러 기관을 장기(臟器),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집기(什器), 백토로 구워 만든 그릇을 사기(沙器), 진흙으로 만들어 잿물을 올리지 않고 구운 그릇을 토기(土器), 대나무로 만든 그릇을 죽기(竹器), 옻칠을하여 아름답게 만든 기물이나 그릇을 칠기(漆器), 대소변을 받아 내는 그릇을 변기(便器), 전쟁에 쓰는 모든 기구를 병기(兵器), 전쟁에 쓰이는 총검이나 화포나 핵병기 따위 온갖 기구를 무기(武器), 소총이나 권총 등의 병기를 총기(銃器), 사람의 기량은 깊고 깊어서 헤아리기 어렵다는 말을 기욕난량(器欲難量),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 국가를 다스릴 기량이 있다는 말을 간국지기(幹國之器), 깨어진 그릇 조각을 서로 맞춘다는 뜻으로 이미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고 쓸데없이 애씀을 이르는 말을 파기상접(破器相接),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중임을 맡을 만한 큰 인재를 이르는 말을 동량지기(棟梁之器),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이미 망가진 일을 고치고자 쓸데없이 애를 씀을 이르는 말을 파기상종(破器相從), 큰 그릇을 작은 데에 쓴다는 뜻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시킴으로써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대기소용(大器小用), 쥐를 잡으려다가 그 옆에 있는 그릇을 깨뜨릴까 염려한다는 뜻으로 임금 가까이 있는 간신을 없애려다가 임금께 해를 끼칠까 두려워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투서공기(投鼠恐器)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