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사랑 …09
『그아이만 보면 내 마음이 아프대요. 그아이만 보면 내 눈동자가 아픈 듯 변한대요.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게 이런건가봐요.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BY.아향』
"응. 맞아. 희명이가 이세상에서 가장 멋져. 내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지?"
혼자 자문자답을 하다 말고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는 사영의 모습에 그만 당황해버린 나.
"비나야. 너가 보기에도 이세상에서 희명이가 가장 멋지지?"
동의하지 않으면 절교다. 라는 눈빛으로 내게 그런 질문을 해오면 어쩌자는거니..
내겐 희안이가 있는데.
"응? 맞지? 희명이가 제일 멋지잖아~"
"어.. 저기 그게.."
"맞지?"
"으..응."
"후훗! 좋아."
거의 협박수준으로 내게 '희명이가 이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대답을 얻어낸 사영은
금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하하호호 웃는다.
그러다 갑자기 내쪽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뭐냐..
"어머~ 왜 도망가시나, 비나양?"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나보다. 그런 내모습을 보고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은
뒤 귓가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말에 난 그만 말을 더듬고 말았다.
"넌.. 강소한 만나러 가야지?"
"내...내가 걜 왜만나-! 걔에겐.. 장서인이 이..있어!"
강소한에게 장서인이 있다는 말을 할때 미세하지만 심장쪽에서 통증을 느꼈다.
"왜 말을 더듬으시나?"
"내가 언제 더듬었다고 그래!!"
애써 부정하지만 나도 속으론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왜 말을 더듬었을까? 더듬을 이유도
없었어. 내 남자친구는 희안이뿐이고 강소한은 그저 사영이 남자친구의 친구일 뿐인데.
처음에 사영이에게 뒤통수를 맞은 운없는 놈일 뿐인데.
난 내가 말을 더듬은 것에 대해 그저 이렇게 단정지어버렸다. 단지 사영이가 내 귀에 대고는
중얼거리는 바람에 그녀의 입김에 놀라 말을 더듬은것 뿐이라고. 그냥 그것 뿐이라고.
그런데 내 입은 전혀 상관없는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강소한만 보면, 강소한 얘기만 나오면 있지. 여기서 말이야. 이상한 감정이 솟구친다?"
"흐음..?"
생전 내지도 않던 이상한 콧소리를 내며 고동색 눈동자로 날 주시하는 사영이.
입가에는 아향언니에게 뒤지지않을 만큼 예쁜 미소가 걸려있었다.
"왜웃어?"
"응? 아무것도 아니야~ 비나야! 다이고등학교 애들도 개방의 날 알고있겠지?"
"그렇겠지. 그쪽 교장이랑 같이하는건데 아무 말도없이 하겠어?"
"그렇지? 후후후훗.."
사영이의 아름다운 미소가 내 눈에 밟히는 이유는 뭘까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저 웃어넘겼다. 3일 뒤에 있을 개방의 날이 너무 기대되 짓는 미소로 생각하고는.
오늘은 조례시간에만 약간 떠들석하고 그외의 수업시간에는 조용했던 것 같다.
아직은 학기 적응기간이라 야간자율학습은 하지 않고 그냥 집에 보내주기에 7교시만 하고
끝났다. 아주 평범하게.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교시간. 선생님께서 끝났다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달려나가는
우리반 여학생들. 때때로 난 우리학교가 남고가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진다.
그런 아이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나조차도 무섭게 달려나가고 있었다.
날 바라보는 아향언니의 애틋한 시선을 보지 못한채로. 정말 안타깝게도.
하지만 사영은 그런 아향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을 보고 사영은 아향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알았다. 아향이 비나의 행복에 아주 조금일지도 모르지만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을.
이 생각을 하며 자신이 정말 잘났다는 자뻑증에 빠져버리는 게 문제였지만.
"언니. 잠깐 저랑 얘기 좀 합시다."
"어? 알겠다. 여기서 해도 괜찮은 얘기지?"
"흠.. 그럼 문 잠그고 할께요."
"그렇게 중요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 사영은 밖으로 나가 앞문을 먼저 자물쇠로 잠근 다음 뒷문을
잠근 뒤 이제야 안심했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사영인 처음 만났을때나 지금이나 웃는게 제일 예뻐. 내가 질투날 정도로."
"에이.. 그래도 언니보단 아니죠."
"잘 지냈지?"
"비나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비나만 괜찮다면야."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질문과 답이 오가고, 참을성이 많은 아향은 녹색 눈동자로 사영이 먼저
입을 열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으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저기.."
또 한번의 침묵. 하지만 그 침묵은 아향의 고운 목소리로 인해 금방 깨져버렸다.
"얼마나 중요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말해봐. 난 네 선생님이니까."
"언니. 아니, 이건 부탁드리는거니가 선생님이라고 칭해야겠죠."
한층 진지해진 사영의 목소리에 아향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다.
아향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노력이랄도 하는 것처럼 지금은 약간 서늘하다고 느낄만한
봄바람이 창문을 통해 노랑색 머리칼을 기분좋게 흐트려버린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 듯 계속 녹색눈동자에 사영만을 담고있는 아향이었다.
"선생님. 사실.. 선생님께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이 말을 꺼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는지 아향의 눈에는 선하다.
자존심이 너무 세서 3년전 비나의 앞에서 많이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울지도 않던
사영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는 건 그만큼 흔치않은 일이었기에.
끝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구는 사영의 허리정도 오는 칠흙같이 까만 머리카락이 머리를
따라 같이 쏟아져내린다, 그런 사영을 안쓰럽다는 듯 토닥이는 아향.
"그래. 많이 힘들었겠구나. 우리 사영이."
"흐흑.. 흡.. 언니..."
그대로 아향의 품에서 큰소리로 우는 사영. 평소 비나 앞에서와는 완전 다른 모습.
사영 그녀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었다. 그랬기에 항상 웃을수만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 부탁이란게 뭐니? 네 자존심까지 굽혀가며 할 부탁이."
"언니가 고등학생때 놀았다는거 알아요. 그래서 말인데.. 장서인을 좀 처리해주세요."
"무슨 장서인? 혹시.. 다이고등학교에 있는?"
"예."
당황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예쁘게 입꼬리를 올려 방긋 웃는 아향의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사영이었다. 전혀 더듬거림 없이 웃어보이는 아향. 그녀의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와~ 고마워."
"예에?"
뜬금없이 고맙다는 말을 하는 아향. 사영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헤헷. 마침 심심하던 차였거든. 그런거라면 울 필요도 없었네! 고맙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아픈사랑 - 09●
돼냥이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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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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