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빌바오의 밤, 토트넘의 우승 –
청춘의 심장이 뛴 순간
빌바오, 2025년 5월.
나는 이 도시 이름 앞에 새로운 추억 하나를 얹게 됐다.
유로파리그 결승전. 그리고, 토트넘 홋스퍼의 우승.
평소에도 손흥민이 뛰는 팀이라는 이유만으로 토트넘을 응원해 왔지만,
이 날만큼은 단순한 팬이 아니었다. 나는 증인이었고,
함께 외친 전사의 함성 속에 있었으며,
빌바오의 밤하늘 아래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마주했다.
산 마메스 경기장은 말 그대로 불타는 함성의 성지였다.
하얀 셔츠와 파란 머플러로 뒤덮인 관중석,
90분 내내 떨리는 그라운드, 그리고 결국…
결승골이 터진 순간,
나는 낯선 외국인들과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언어도 다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스퍼스’였다.
도시 전체가 축제였다.
경기 전부터 구시가지 거리엔 맥주잔과 노랫소리, 드럼 소리가 넘쳐났고
경기 후, 전광판에 “CHAMPIONS”가 떠오른 순간부터는
빌바오가 런던이 되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Oh when the Spurs~ go marching in~”을 불렀고,
누군가는 구단 엠블럼에 키스를 했고,
나는 휴대폰으로 이 순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끝없이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그날 느꼈다.
축구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한 세대의 심장이라는 걸.
빌바오에서의 그 열기,
스퍼스가 준 감격,
그건 나에게 있어 단순한 여행이나 경기 관람이 아니었다.
청춘의 심장이 뛴 날.
그리고 나라는 이름으로 쓰인 한 편의 열광적인 응원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