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라는 연극이 한창 인기를 끈적 있었죠..
얼마 전 아는 사람이 봤다는 말을 듣고 아직도 한다는걸 알았는데..
친구가 표를 예매했는데 못보게 됐다고 보라더라구요...
근데 인천예술회관이랍니다..
제가 성격이 특이해서 손에 일억원짜리 복권이 있어도 답을 맞춰보지 않은건 종이조각이라 생각하고 버리는 성격이다보니 별 욕심이 안나더라구요..
보고싶긴 했지만 전철로 가야하는 제 입장에선 너무 멀고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 거절했어요..
그리고 잊어버렸는데..
오늘 아침 늦잠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오늘이 공연날인데 제발 가라는겁니다...
할 일도 없는데 이게 왠 떡이냐 하고 알았다고 했죠...
아침에 같이 출근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두개나 있다던 약속을 다 취소하고 함께 가겠다네요..^^
토요일 오후 나른하고 최근 날씨로 다들 짜증에 기분 우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친구 자다가 늦고.. 지하철 안에서도 작은 일에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다가 내기하고 지고..-.-;;
인천은 잠시 살아봤지만 예술회관은 일학년때 선배들 졸업작품전때문에 가보고 거의 안가봤었는데...
그때도 일층에서 전시해서 위는 제대로 안봤는데..
생각보다 크더라구요...
게다가 썰렁하던 주변에 큰 건물 들어오고 해서 못알아볼 정도가 됐어요..
좌석은 s석 중에도 앞에서 두번째줄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자리였어요... 무지 좋은 자리죠...
큰 공연장에서 소극장에서 보는 느낌으로 봤으니까요..
공연 전에 연출이 나와서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는데 어찌나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지..
아이들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더니..
주의사항도 어른용 어린이용 나누고 말투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말투로 자세히 말해주더군요...
가장 인상깊은 주의사항은...
모든 배역은 일곱명의 난장이들이 번갈아가면서 하기때문에 난장이가 일곱명이 아니고 다섯명이나 여섯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왕자나 공주도 다 난장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보시고 그걸로 시비걸지 마시라고..^^
소품도 처음에 무대위에 있던 작은 상자 몇개와 무대를 가르는 판 두개 그리고 못된왕비를 표현한 인형이 전부였습니다...
무대를 바꾸기 위해서 막을 내리거나 불을 끄지도 않고 난장이들이 조금씩 세트를 움직여가면서 장소가 옮겨지고 장면이 바꼈죠..
그리고 그 소품들과 난장이들, 조명만으로 이루어진 특수효과는 정말 재미있고 놀라웠습니다..^^
정말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의외의 장면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백설공주가 호수에 빠진 장면에선 수중촬영 효과가, 난장이가 산을 넘을땐 산을 넘는 장면 클로즈업 효과가, 왕자가 백마를 탈땐 말도 없는데 정말 말타는 효과가, 난장이가 죽어서 안개꽃 속에 묻혀서 춤을 출땐 상상을 나타내는 효과가 제대로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때 조명을 받는 주인공보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조연에게 더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난장이 반달이가 주인공이 된 이 이야기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더구나 연극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진지한 눈빛까지..
요즘엔 무슨 일에 너무 집중해서 무아기경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그리도 나던지..
꾹 참느라 눈을 부릅뜨고 봤어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허전해서 인지 그냥 우울했는데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준 연극이었네요...
함께 본 친구가 너무 감동해서 옆에 있던 티지아이로 데리고 가더라구요..^^
아까는 무슨 말만 하면 내기하자고 하고 안그러면 말도 안하던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분위기 화기애애해지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헤헤
너무 배불러서 다시 예술회관으로 와서 인라인 타는거 구경하고 주변도 보면서 옛날 생각도 하고 했어요...
고마운 마음에 친구 주려고 팜플렛하고 시디 샀는데..
오는 길에 친구 주기도 전에 제가 뜯어서 들어버렸네요..^^;;
그동안 여유없이 지내오면서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거 같았는데 이제 여유가 좀 생기네요...^^
내일까지 하던데 혹시 기회가 되시면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더불어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지난번에 올린 글은 힘든 때 다 지나고 이제 여유로워져서 쓴 글인데 다들 저만보면 요즘힘든가 보구나 하더군요..-.-;;
저 요즘 안힘들어요..^^ 힘든일 다 지났거든요...
글구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는 얘기였지 밥을 못먹은건 아닌데..-.-;;
저 밥 잘 먹구 다닙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먹어야죠..^^;;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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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얘기나눔방
굴러들어온 행운...^^
좋은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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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12 00:0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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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그거 나도 작년에 봤어요 연극은 처음본거라 그런데 나쁜점은 잘 않보이는 곳에서 봐서 그게 좀 후회되네요 ㅠㅠ
아!! 나는 애벌레 글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