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많은 환자들이 루푸스를 완치하는 치료법에 대하여 문의를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완치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게 되면 염증이 잘 조절되어 증상이 없어지고, 완치된 것과 같은 상태인 관해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약제(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가능하면 약제를 스스로 줄이거나 증세가 호전되면 임의로 끊고 지내다가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 스스로 약제를 조절하기보다는 의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 치료 방침
루푸스는 가벼운 장기침범과 심각한 장기침범에 따라 치료방침이 달라집니다. 가벼운 장기침범이라는 것은 피부 발진, 탈모, 구강궤양, 관절통이나 관절염, 소량의 늑막염 및 심낭염이 있을 경우를 의미하며, 심각한 장기 침범은 중증 신장염, 심근염, 루푸스폐렴, 폐출혈, 뇌신경계 침범, 심한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 이유는 예후의 차이로 치료 방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장기 침범의 경우는 항말라리아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소량의 스테로이드제로 조절될 수 있으나, 심각한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는 장기 손상이 빠르게 진행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및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가벼운 장기 침범만 있는 루푸스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 환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필요하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잘 조절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심각한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도 초기에 강력한 면역억제 치료 후에는 치료 용량을 감량하면서 유지치료를 할 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루푸스 환자들의 증상과 진행과정은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정해진 치료지침이 있지는 않고 환자에 따른 맞춤치료가 필요합니다.
2. 치료 약제의 종류
1) 비스테로이드 항염제(NSAID)
비스테로이드 항염제는 루푸스를 포함한 여러 류마티스 질환에 쓰이는데, 통증조절작용과 염증억제작용이 있어서 관절통이나 관절염이 있는 경우에 관절의 부종과 통증을 감소시켜 줄 목적으로 사용되며, 이외에도 발열이나 늑막염 및 심낭염이 있을 때 사용됩니다. 아스피린을 포함하여 이부푸르펜, 나프록센, 나부메톤, 멜록시캄, 셀레콕시브 등의 수십 가지 종류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이들 약제는 염증완화 효과가 우수하지만 장기간 치료하다 보면 위장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단순한 속쓰림에서부터 위염, 위궤양을 일으키기도 하며 심한 경우는 위출혈을 일으킵니다. 특히 고령, 스테로이드제나 항응고제를 같이 복용하는 경우, 이전에 소화성 궤양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 위궤양이 잘 발생하게 되므로 이러한 환자들은 위점막 보호제, 위산분비억제제를 같이 투여하거나 위장관 부작용을 줄인 셀레브렉스나 멜록시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는 동맥경화성 변화가 심하거나 항인지질 항체가 양성인 경우는 심근경색이나 혈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부신피질호르몬(코르티코 스테로이드)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은 항염증 작용과 면역조절 작용이 있는 호르몬으로, 부신에서 소량씩 만들어집니다. 합성된 부신피질호르몬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은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입니다. 이 호르몬제는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우수하여 루푸스의 여러 증상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고용량을 사용하게 되면 면역기능 억제작용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용량을 적절히 조절하여 우리가 원하는 항염증 작용을 극대화하고 원치 않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부작용으로는 식욕증가, 체중증가, 얼굴이 둥글게 되며(월상안), 여드름이 생기고, 쉽게 멍이 듭니다. 또한 고혈압, 백내장, 당뇨병, 위궤양의 빈도가 증가합니다. 장기복용하게 되면 골다공증과 무혈성 골괴사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3) 항말라리아제
말라리아의 치료에 흔히 쓰이는 클로로퀸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루푸스 치료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클로로퀸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망막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현재는 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합니다. 이 약제는 루푸스의 피부증상과 관절증상의 치료에 주로 사용됩니다. 그 외에 스테로이드 용량을 감량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와 혈전억제 작용이 있어서 루푸스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제 중의 하나입니다. 부작용은 클로로퀸에 비해서는 월등히 적지만 장기간 사용 시 망막손상을 일부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시력이나 시야에 변화가 있는 경우 6개월 내지 1년마다 안과적인 검진이 필요합니다. 장기간 복용시 피부에 색소침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는 자외선 노출부위에 저명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흡연하는 경우에 약제의 부작용이 자주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약제사용 전에 금연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면역조절제 혹은 면역억제제
아자티오프린(이뮤란)과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사이톡산)는 세포독성 혹은 면역억제 작용이 있는 약제입니다. 이 약들은 주로 주요 장기 침범이 있는 중중의 루푸스 환자에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같이 사용됩니다. 사이톡산의 경우 경구 약제와 주사제가 있는데, 부작용으로 인해 주사제가 주로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치료지침은 500-1,000mg을 한 달에 한 번씩 약 6개월 동안 주사를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유럽의 치료지침에 따라 500mg을 2주 간격으로 6회 치료하기도 합니다. 그 후에는 아자티오프린이나 셀셉트로 유지 치료를 하게 됩니다. 부작용으로는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와 같은 골수기능 억제 작용이 있으며 감염의 빈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사이톡산의 경우는 난소기능부전으로 인한 조기폐경이 올 수 있으며 노년기에 암의 발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면역억제제에는 마이코페놀레이트모페틸(셀셉트)이 있습니다. 셀셉트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루푸스신염을 비롯한 중증 루푸스에서 사이톡산 치료 후에 유지치료에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젊은 여성에서 치료 후에 향후 임신을 원하는 경우는 사이톡산 대신에 셀셉트를 초기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에 메토트렉세이트나 사이클로스포린도 루푸스의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하여 사용되는데, 특히 사이클로스포린은 골수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입니다.
5) 기타 약물
주사용 면역글로블린은 자가면역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경우에 사용하게 되면 빠른 시일 안에 혈소판이 증가하게 되며, 다나졸은 자가면역 혈소판 감소증이나 용혈성 빈혈이 있는 경우에 도움이 됩니다. 항인지질 항체증후군으로 인한 혈전이 있는 경우, 아스피린 및 항응고제(헤파린 또는 와파린)가 사용될 수 있으며,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으로 반복적인 유산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 기간 동안 아스피린과 헤파린으로 치료함으로써 성공적인 출산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항인지질 항체증후군으로 인한 혈전이 있는 경우는 아스피린 및 항응고제(헤파린 또는 와파린)가 사용될 수 있으며,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으로 반복적인 유산이 있는 경우는 아스피린과 헤파린을 동시에 임신 기간 동안 치료함으로써 성공적인 출산을 도울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심각한 장기손상이 있거나 위급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혈장 교환술 등이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몸속의 과다한 병적 항체를 일시에 제거해 줌으로써 신속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6) 생물학적제제
최근에 면역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루푸스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데 관련된 여러 가지 분자들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개발된 약제를 생물학적제제라 하며 다른 말로는 표적치료제라고도 합니다. 자가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를 제거하거나 활성화를 억제하며, 또한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약제로서 여기에는 리툭시맵, 오크레리쥬맵, 밸리무맵과 아바타셉트 등이 있습니다. 이들 약제는 기존의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사용될 수 있는데,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